김수환 추기경 690

'나와 너'의 관계

'나와 너'의 관계 오늘을 두고 기계 문명의 첨단과학 시대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사회생활은 가속도로 비인간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마음들이 메말라 가고 삶이 더욱 각박해집니다. 이런 속에서의 인간관계가 문제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와 너'의 관계 'L-You Relationship' 즉, 인격 대 인격의 관계가 보기 힘듭니다. 오히려 'I-It Relationship'으로 자꾸만 변질되고 격하되어 갑니다. 모두가 제 각기 자기중심적입니다. 이 생각부터 바꿔야 합니다. '나와 너'의 관계를 진정 인격 대 인격의 관계로 나부터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뿐 아니라 상대의 인격 속에 있는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고귀한 무엇, 그 존엄성을 인정하고 존경해야 합니다. 사실, 모든 인간은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되었고..

김수환 추기경 2022.08.06

마음의 문

마음의 문 동서양을 막론하고 금욕에 대한 윤리는 강조되어 왔습니다. 그 때문에 금욕이 특별히 그리스도교적이라고 말할 수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인간은 자기 욕심의 노예가 될 수 있으니 예수님은 죄의 관념을 떠나 일상생활에서 인간 해방을 위해 자아의 포기를 말씀하십니다. 해방이란 마음이 조찰한 사람을 말합니다. 예수님은 왜 자기를 끊기를 강조하셨는가? 자아에 집착되어 거짓 단절이 있을 수 있으며, 또한 모든 것을 다 버렸는데 자기를 버리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 때 기도가 필요합니다. 인간은 영혼과 육신으로 이원적인 것으로 조립된 것이 아닙니다. 영혼과 육신은 하나이므로 영혼을 건드리지 않고 육신을 건드릴 수 없습니다. 생명을 얻고자 하는 자는 잃어야 합니다. 자아의식은 타(他)에 의해서 나타납니다. 너..

김수환 추기경 2022.08.06

자유

자유 어느 때보다도 오늘의 젊은 세대는 자유를 갈망합니다. "나는 언제가 되면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인가?" 학교의 속박, 부모의 속박, 기성 사회 전체가 감옥과 같이 느껴집니다. 윤리니 삼강오륜이니 따위의 케케묵은 그 모든 전통 가치관에서 '나'는 해방되고 싶습니다. 자유는 과연 사람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가장 고귀한 은혜입니다. "자유냐, 아니면 죽음이냐"를 외치면서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무수한 사람들이 목숨마저 바쳤습니다. 자유는 도대체 무엇입니까? 많은 사람들은 자유를 일체의 속박으로부터의 해방이라고 봅니다. "무엇이든 상관없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언제나 어디서나 할 수 있는 가능성, 그것이 나의 자유입니다"라고 말합니다. 바꾸어 말하면 누구도, 무엇도 나를 얽어맬 수는 없으며 나의 본능적 충..

김수환 추기경 2022.08.06

새날이 밝은 걸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새날이 밝은 걸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한 성자가 제자들에게 "너희는 어둠이 지나고 새날이 밝았다는 것을 무엇으로 알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제자 중 하나가 "그것야 동창(東窓)이 밝아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죠"라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스승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한 제자는 "창문을 열었을 때 밤에는 볼 수 없었던 물체가 보이고 나무가 보이고 꽃이 보이면 새날이 밝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스승은 이번에도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제자들이 "그럼 스승님은 그것을 무엇으로 아십니까?"하고 반문했습니다. 스승은 "너희가 눈을 뜨고 밖을 내다보았을 때, 오가는 모든 사람이 형제로 보이면 새날이 밝은 것이다"라고 답해 주었습니다. = 김수환 추기경 사랑의 메시지에서 =

김수환 추기경 2022.08.06

현명한 사람, 강인한 사람

현명한 사람, 강인한 사람 현인이란 어떤 사람인가? 모든 것에서 배우는 사람이다. 강자란 어떤 사람인가? 자기를 이기는 사람이다. 부자란 어떤 사람인가? 자기 운명에 만족하고 있는 사람이다. 유다교 경전에 나오는 명언입니다. 현인은 모든 사람과 모든 일에서 배우는 자세를 가진 사람이라고 합니다. 지식도 중요하지만 배우려는 자세, 즉 '마음의 겸허'가 더 중요합니다. 겸손한 사람만이 인생을 값지게 사는 슬기를 배울 수 있습니다. 현인은 불행 속에서도 뭔가를 배웁니다. 행복은 그대를 속이지만 불행은 그대에게 진실합니다. 곧 그대로 하여금 진실된 그대 자신의 모습을 보게 하고, 그럼으로써 그대 자신을 더 깊이 알게 합니다. 강자는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남을 이기기는 쉬워도 자기를 이기는 것..

김수환 추기경 2022.08.06

나는 왜 변화가 없을까?

나는 왜 변화가 없을까? '나는 왜 해가 바뀌어도 변화가 없을까?' 한 해를 마감하거나 새해를 시작할 즈음이면 이런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답은 먼 데 있지 않습니다. 바로 '나'를 버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지난 1년간 여전히 나 중심으로 살아왔고, 나의 욕심에 따라서 나의 안위만을 찾아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남을 사랑할 줄 몰랐고, 화해할 줄도 몰랐던 것입니다. = 김수환 추기경 에서 =

김수환 추기경 2022.07.24

용서

용서 내가 원치 않는 사람, 심지어 나를 미워한 사람을 용서하고 사랑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생각을 조금만 달리하면 그런 사람도 얼마든지 품어 안을 수 있습니다. 아니, 품어 안아야 합니다. 거기에는 몇 가지 길이 있습니다. 첫째, 나 자신도 죄인이라는 사실입니다. 만일 내가 그동안 남몰래 저지른 나쁜 일과 마음에 품었던 악한 생각을 절대자나 군중 앞에서 영사막에 비추듯 비춰 본다면 과연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습니까? 그러고도 남을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하겠습니까? 둘째,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증오와 사악으로 괴롭히는 자기 가해의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점입니다. 셋째, 용서와 사랑을 거부해서는 인간 사회의 진정한 평화와 화해를 성취할 수 없습니다. 마음 놓고 살 수 없..

김수환 추기경 2022.07.24

말 한마디

말 한마디 부주의한 말 한마디가 싸움의 불씨가 되고 잔인한 말 한마디가 삶을 파괴합니다. 쓰디쓴 말 한마디가 증오의 씨를 뿌리고 무례한 말 한마디가 사랑의 불을 끕니다. 은혜로운 말 한마디가 길을 평탄케 하고 즐거운 말 한마디가 하루를 빛나게 합니다. 때에 맞는 말 한마디가 긴장을 풀어 주고 사랑의 말 한마디가 축복을 줍니다. 누군가 이 글을 목각 현판에 새겨 선물로 주었습니다. 당신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매일 묵상하며 살라는 뜻으로 이 글을 보내주신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현판을 방문 앞 복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두고 들락거리며 마음에 새깁니다. = 김수환 추기경 말씀 모음집에서 =

김수환 추기경 2022.07.24

평화는 가능합니다

평화는 가능합니다 인류의 역사를 전쟁의 역사로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개인과 개인이 서로 믿지 못하고 서로 미워하고 헐뜯으며 자신의 치부와 출세만을 꾀하는가 하면, 민족과 민족, 국가와 국가도 서로 제 욕심만 부리며 자기 지배력을 신장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 같은 개인적 내지 집단적 이기주의는 너무도 자주 충돌을 일으켜 분쟁과 파쟁을 초래합니다. 이 땅 위에 인간이 살기 시작한 때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런 비극이 계속 연출되어 왔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그럴진대 미래도 그러리라 속단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평화는 가능합니다. 일찍이 예수께서 탄생하시던 그날 밤 공중에 나타난 천사들이 지상에 평화를 축복해 주었습니다. 구세주의 탄생으로 시작된 평화는 먼저 개인적 마음의 평화요, 이 ..

김수환 추기경 2022.07.24

예수님 생각은 왜 우리와 다른가?

예수님 생각은 왜 우리와 다른가? 어느 날 예수님은 산에 오르시어 제자들에게 진복팔단(眞福八端)이라 불리는 참행복(마태 5,3-12)을 선언하셨습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행복하여라,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그들은 흡족해질 것이다. 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사람들이 나 때문에 너희를 모욕하고 박해..

김수환 추기경 2022.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