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690

사랑은 느낌이 아닌 결심입니다

사랑은 느낌이 아닌 결심입니다 우리는 사랑하지 않으면 불행해진다는 것을 잘 압니다. 만일 부부가 사랑하지 않으면 그것은 부부로서의 도리에 어긋나고 서로가 서로를 가장 괴롭히는 것이며,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임을 잘 압니다. 부부간에 사랑해야 한다는 것은 아주 가까운 곳, 우리 마음속에 삭여져 있는 것입니다. 혹여 서약에 따라 불변의 사랑을 하는 것이 힘들고 인간적으로는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하더라도 우리는 이 길을 꾸준히 인내 속에 나가야 합니다. 어떤 선이나 덕도 어려움 없이, 고통 없이 되지 않습니다. 시련을 통해 그를 더욱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면 이렇게 절대적인 사랑과 우리 자신의 취약한 인간성의 간격을 무엇으로 메울 수 있겠습니까? 무엇보다도 ‘사랑은 약속’이라는 ..

김수환 추기경 2022.12.11

근심을 덜어주는 인생 조언

근심을 덜어주는 인생 조언 내 인생에 문제가 생겼다고 안타까워하가나 슬퍼하지 마세요. 이것 또한 지나갑니다. 시간이 지나면 별 것 아닌 문제였다고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려니 하고 살면됩니다. 인생길에 내 마음 꼭 맞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나라고 누구 마음에 꼭 맞겠습니까? 그러려니 하고 살면 됩니다. 내 귀에 들리는 말들이 좋게 들리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내 말도 더러는 남의 귀에 거슬릴 때가 있으니 그러려니 하고 살면 됩니다. 세상은 항상 내 마음대로 풀리지는 않으니 마땅찮은 일 있어도 세상은 다 그렇다고 하고 살면 됩니다. 다정했던 사람 항상 다정하지 않고 헤어질 수도 있습니다. 온 것처럼 가는 것이니 그러려니 하고 살면 됩니다. 무엇인가 안되는 일 있어도 실망하지 말자. 시간이..

김수환 추기경 2022.12.11

서울의 십자가

서울의 십자가 수많은 십자가 네온사인이 서울의 밤을 밝힙니다. 참으로 교회가 많습니다. 이 모든 교회들이 하나가 되어 세상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 봉사한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밝고 사랑이 넘칠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만일 서울 시내에 저 붉은 빛 십자가 수만큼 공산당 아지트가 있다면 서울은 물론 전 국토가 적화(赤化)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교회는 저 많은 십자가로도 세상의 어둠을 물리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불을 밝혀도 세상은 변화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세상의 영향을 받아 교회가 속화(俗化)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 까닭은 복음을 전한다고 하면서, 사랑을 설교하면서 스스로는 복음과 사랑을 제대로 살아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복음 정신이 부족한 탓입니다. 교회는 ..

김수환 추기경 2022.08.20

인간 내면이 병들면….

인간 내면이 병들면…. '인간 환경'이라는 자연과 '인간 내면'이라는 자연은 같은 자연입니다. 깊이 헤아려보면 인간 내면이 더 근원적인 자연입니다. 그래서 인간 내면이 건강하면 환경도 건강하게 가꿀 수 있고, 반대로 인간 내면이 병들면 환경에도 그 병이 전염됩니다. 오늘날의 자연파괴는 인간의 오만과 탐욕에 근본적 원인이 있습니다. 오만과 탐욕은 내면에 깊이 박혀 있는 죄의 뿌리입니다. 인간의 오만이 자연을 지배 대상으로 여기고, 인간의 탐욕이 자연을 소유 대상으로 만듦으로써 자연이 파괴되는 것입니다. 오만과 탐욕은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 생명까지 파괴합니다. 인간 생명의 파괴는 모든 가치의 기초를 무너뜨리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어떠한 가치관이나 가르침도 생명외경(生命畏敬)이라는 기초를 ..

김수환 추기경 2022.08.20

세상을 어둡게 하는 것

세상을 어둡게 하는 것 세상을 어둡게 하는 것은 진정 무엇입니까? 전기가 끊겨 불을 밝힐 것이 없으면 그게 어두운 상태입니까? 아닙니다. 습관이 들면 태양만으로 족합니다. 밤이 되면 달빛만으로 족합니다. 달이 없으면 별빛만으로도 족합니다. 가장 어두운 시간은 삶의 희망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입니다. 삶의 의미가 없고, 보람이 없고, 미래가 전혀 없을 때입니다. 그것이 곧 죽음입니다. = 김수환 추기경의 사랑의 메시지에서 =

김수환 추기경 2022.08.20

냉장고 속에 갇힌 '나'

냉장고 속에 갇힌 '나' 사람이 사람들 물결 속에서 살아가는데도 점점 더 고독해집니다. 그래서 모두가 자기를 더 알아주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내 옆에 있는 사람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가정에서, 버스에서, 직장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이런 외로움에 지쳐 있습니다. 모두가 고독병에 걸려 있습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같은 병에 걸렸으니 서로 더 측은한 마음씨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모두가 자기만 고독하고, 자기만 소외되고, 자기만 인정받지 못하고, 오히려 오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남을 믿지 못하고, 남을 알려고도 아니하고, 남의 입장이 되어 보려고도 노력하지 않습니다. 마음의 문..

김수환 추기경 2022.08.20

진리가 밥 먹여 주느냐?

진리가 밥 먹여 주느냐? 양심대로 살려고 노력하다 보면 손해를 볼 때가 많습니다. 진리와 정의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바보 취급을 당할 때도 있습니다. 혹자는 "진리가 밥 먹여주느냐?"고 비아냥거립니다. 진리와 정의를 따르는 사람들에게는 국제경기에서 우승하고 돌아온 스포츠 선수들이 받는 환영도, 인기 연예인들에게 쏟아지는 박수갈채도 없습니다. 그들이 걷는 길은 분명 고독한 가시밭길입니다. 그러나 인간을 드높이고 역사를 밝히는 등불이 되어 준 사람들은 바로 그들입니다. 예컨대, 과거 소비에트 연방을 빛낸 사람들은 브레즈네프와 같은 권력자가 아니라 그들의 모진 탄압 속에서도 진리와 정의를 추구한 솔제니친이나 사하로프 같은 반체제 인사들입니다. 거대한 세력의 공산독재보다 양심에서 우러나온 그들의 말 한 마디와 시..

김수환 추기경 2022.08.20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든 빨리빨리 결과만 내놓으면 탈법과 눈가림은 오히려 무용담이 되는 게 우리네 사회 풍조입니다. 그래서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거짓말도 서슴지 않고 심지어 고귀한 생명까지 짓밟습니다. 어쩌다 위법사실이 발각되면 잘못을 반성는커녕 말을 바꾸고 책임을 떠넘기기 일쑤입니다. 우리나라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빨리빨리 성과를 내는 덕분에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직이 사라진 사회, 인간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사회에서 경제성장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사람이 제 목숨을 무엇과 바꿀 수 있겠느..

김수환 추기경 2022.08.20

일등 국가 일등 국민

일등 국가 일등 국민 우리나라는 많은 부문에서 세계 1위를 자랑합니다. 정보 기술(IT) 강국으로 부상한 것이 한 예입니다. 조선·반도체·철강·자동차 등 여러 산업 부문에서도 우위를 보이고 있습니다. 스포츠 무대에서도 '작은 고추'의 매운 맛을 통쾌하게 보여줍니다. 지리적으로 아시아 변방의 작은 나라에 살지만 강인하고 뛰어난 민족입니다. 특히 우리 민족은 밟혀도 밟혀도 다시 일어서는 끈기와 저력을 갖고 있습니다. 조물주는 이 민족에게 좁고 척박한 땅을 주신 대신 뛰어난 머리와 끈기를 허락하셨습니다. 그러나 참으로 뛰어난 민족이 되려면 도덕 및 윤리지수가 1위라야 합니다. 아무리 외국어 실력이 뛰어나고 과학 기술을 많이 갖고 있더라도 정직하고 성실하지 않으면 세계화 경쟁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적어도 세계..

김수환 추기경 2022.08.20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세상 1980년대 가난한 달동네 주민들은 '도시 미화'라는 미명하에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그들은 추운 겨울날, 철거 용역원들의 위협에 피눈물을 흘리며 남부여대(男負女戴)해 떠나야 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정부나 시 당국이 왜 무리하게 도시개발 정책을 밀고 나가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들고, 그들 눈에서 피눈물이 나게 하면서 도시를 아름답게 꾸민들 그것이 참된 아름다움이겠습니까? 가난한 이들을 쫓아내고 세운 도시는 아름답지 않습니다. 그런 도시는 날이 갈수록 비인간화의 괴물로 변해 갈 것이고, 마침내 양육강식의 피비린내 나는 '비극의 도시'가 될 것입니다. 저 역시 수도 서울이 아름다운 도시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그것은 먼저 인정과 인간미 넘치는 ..

김수환 추기경 2022.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