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690

참 평화의 열쇠는?

참 평화의 열쇠는? 인도 캘커타의 마더 데레사님이 방한했을 때 한 기자가 "세상은 점점 풍요로워지는데 왜 가난한 사람들 숫자는 줄어들지 않는 것입니까?"하고 물었습니다. 데레사 수녀님은 "우리가 나누며 살지 않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기자가 이어 "어떻게 하면 빈곤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하고 묻자 데레사 수녀님은 "서로 나누면 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참으로 단순하면서도 정곡을 찌른 대답입니다. 평화의 문제도 이와 같습니다. 평화가 없는 것은 우리가 서로 나눌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가진 자가 가지지 못한 자와 나눌 줄 모르고, 부자 나라가 가난한 나라와 나눌 줄 모르기 때문에 혼란이 끊이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는 평화를 지키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일면 타당한 생각입니다. 머리..

김수환 추기경 2022.07.24

악한 사람들이 오히려 잘 산다고?

악한 사람들이 오히려 잘 산다고? 악한 사람들이 오히려 편안하게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회의를 품는 아삽의 시가 구약성경 시편 73장에 나옵니다. "악인들에게 아픔이라고는 없으며 그들의 몸은 건강하고 기름졌네. 인간의 괴로움이 그들에게는 없으며 다른 사람들처럼 고통을 당하지도 않네. 그래서 교만이 그들의 목걸이며 폭행이 옷처럼 그들을 덮었네. 보라, 바로 이들이 악인들! 언제까지나 걱정 없이 재산을 늘려 가네." 왜 의롭게 사는 사람들은 고생을 하고, 오만불손하고 악을 범하는 자들이 잘 사는 불합리한 일이 일어납니까? 쉽게 대답하기 곤란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진리는 밝혀지기 마련이고 정의는 반드시 이룩됩니다. 불의와 부정, 거짓은 반드시 심판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현세가 아니면 내세에서라도 반드시 받..

김수환 추기경 2022.07.24

행복은 속이나 불행은 속이지 않는다

행복은 속이나 불행은 속이지 않는다 세상살이란 게 고르지 못하고 뜻대로 안 될 때가 많습니다. 불의의 시련에 괴로워할 때도 부지기수입니다. 그럴 때는 "행복은 그대를 속이나 불행은 그대를 속이지 않는다"는 말을 곱씹어 보십시오. 물질적 풍요가 주는 행복은 우리를 속일 뿐 아니라 내적 성장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떤 불행이든지, 설사 감당키 어려운 큰 시련일지라도 마음을 굳게 먹고 용기 있게 맞서면 우리 마음은 굳건해지고 한층 성장합니다. 더욱이 그것이 眞善美를 추구하는 데서 비롯된 시련이라면 인간을 고귀하게 성장시켜 줍니다. 이는 삶의 희로애락을 통해 터득할 수 있는 진실이지 책에서 배울 수 있는 지식이 아닙니다. 인류를 빛낸 위인들은 모두 시련과 고통을 이겨내고 출현했습니다. 모두 칠흑 같은 절..

김수환 추기경 2022.07.24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아침이면 태양을 볼 수 있고 저녁이면 별을 볼 수 있는 나는 행복합니다. 잠이 들면 다음날 아침 깨어날 수 있는 나는 행복합니다. 꽃이랑 보고 싶은 사람을 볼 수 있는 눈과, 아가의 옹알거림과 자연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와,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입과, 기쁨과 슬픔과 사랑을 느낄 수 있고 남의 아픔을 같이 아파해 줄 수 있는 가슴을 가진 나는 행복합니다." 여의도 성모병원 벽에 붙어 있는 글귀입니다. 내가 성한 눈을 지녀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고, 귀가 열려 있어서 말과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어느 것 하나 감사하지 않은 게 없습니다. = 김수환 추기경 에서 =

김수환 추기경 2022.07.01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외적으로 어려울 때일수록, 내적으로는 더 심화되고 '마음의 문'이 열려서 인생을 더 깊이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이 만약 시련의 때라면 오히려 우리 자신을 보다 성장시킬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하세요. 세상은 시간적으로 새날이 오고 새해가 되었다고 해서 새로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마음과 정신이 '진실된 인간, 정의로운 인간, 사랑하는 인간'으로 달라질 때에 비로소 새로워집니다. 진실로 사랑해서 때리는 매는 누구를 내쫓는 매가 아니라 더 따뜻하게 끌어안는 매이어야 합니다. 때리는 사람의 아픔과 고통이 맞는 사람의 그것보다 더 큰 것일 때 사랑의 매가 될 수 있습니다. 때리는 것은 미움이 아니라 보다 더 뜨겁게 사랑한다는 것의 역설적인 표현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남을 참으로 용..

김수환 추기경 2022.07.01

참 사랑의 의미

참 사랑의 의미 참사랑은 감정적 느낌이 아닙니다. 누구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도 아닙니다. 참사랑은 상대방의 기쁨은 물론 서러움, 번민, 고통까지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그 사람의 잘못이나 단점까지 다 받아들일 줄 아는 것, 그의 마음 속 어둠까지 받아들이고 끝내는 그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것이 참사랑입니다. 그래서 참사랑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남의 고통을 자기 것으로 삼아 함께 괴로워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 김수환 추기경 말씀 모음집에서 =

김수환 추기경 2022.07.01

인생에서 가장 긴 여행

인생에서 가장 긴 여행 인생에서 가장 긴 여행은 머리에서 마음에 이르는 여행입니다. 머리에서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마음에까지 닿게 함으로써 마음이 움직여야 하는데, 그것을 잘 못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이 말씀이 참으로 지당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을 사랑하듯 타인을 사랑하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근본 문제입니다. = 김수환 추기경 말씀 모음집에서 =

김수환 추기경 2022.07.01

돈 보스코와 아이들 소풍

돈 보스코와 아이들 소풍 돈 보스코가 소년 형무소에 갇혀있던 수백 명의 소년들을 간수 하나 없이 혼자서 소풍을 데리고 나가 아무 사고없이 즐겁게 놀고 돌아온 적이 있습니다. 법무장관은 처음에 돈 보스코만 믿고 골칫덩어리 문제아들을 하루 동안 풀어주는 것이 너무 위험한 일이 아닌가 하고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소풍은 허락하되, 사복경찰을 배치하겠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그러자 돈 보스코는 "그럴 필요 없습니다. 만일 누군가가 달아난다면 저를 대신 형무소에 잡아 가두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돈 보스코는 마침내 허락을 얻어 소년원 아이들과 야외에 나가 따뜻한 봄볕을 마음껏 즐겼습니다. 그리고 그가 이탈자 한 명 없이 소년들을 모두 데리고 돌아오자 법무장관은 "돈 보스코는 국가 권력보다 강하다"고 감탄했습니다. ..

김수환 추기경 2022.07.01

서로 사랑하십시오

서로 사랑하십시오 사랑하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입니다. 사랑은 사람의 마음 안에 기쁨과 보람, 희망과 빛을 선사합니다. 사랑 중에서 가장 거룩하고 귀한 것은 조건 없는 사랑입니다. 사랑은 부드럽습니다. 사랑은 백합처럼 순결합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믿고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이겨내야 합니다. 사랑은 아름답습니다. 따스한 봄빛처럼 밝습니다. 사랑은 삶의 원천입니다. 희망입니다.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으면 모든 것이 아름답고 기쁩니다. 그러나 사랑은 때로 고통스럽습니다. 이용당하고 짓밟힐 수도 있고, 배반당할 수도 있습니다. 끝까지 부드럽고 순결하게 사랑한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닙니다. = 김수환 추기경 말씀 모음집에서 =

김수환 추기경 2022.06.18

이삭을 줍는 마음

이삭을 줍는 마음 한 신문기자가 마더 데레사 수녀님이 운영하는 행려병자 수용소를 찾아왔습니다. 수백 명의 병자들이 그곳에서 간호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수용소 밖 거리에도 오갈데 없는 환자들이 여기저기 쓰러져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이 광경에 충격을 받은 기자는 데레사 수녀님에게 따지듯이 물었습니다. "당신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쓰러져 있는데, 겨우 몇백 명을 도와준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데레사 수녀님은 조용히 돌아서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성공하기 위해 이곳에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여기에 있는 이유는 단지 사랑을 증거하기 위해서입니다." 결국 데레사 수녀님은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지금도 그곳 거리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속수무..

김수환 추기경 2022.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