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마음의 문

문성식 2022. 8. 6. 09:43


 
      마음의 문 동서양을 막론하고 금욕에 대한 윤리는 강조되어 왔습니다. 그 때문에 금욕이 특별히 그리스도교적이라고 말할 수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인간은 자기 욕심의 노예가 될 수 있으니 예수님은 죄의 관념을 떠나 일상생활에서 인간 해방을 위해 자아의 포기를 말씀하십니다. 해방이란 마음이 조찰한 사람을 말합니다. 예수님은 왜 자기를 끊기를 강조하셨는가? 자아에 집착되어 거짓 단절이 있을 수 있으며, 또한 모든 것을 다 버렸는데 자기를 버리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 때 기도가 필요합니다. 인간은 영혼과 육신으로 이원적인 것으로 조립된 것이 아닙니다. 영혼과 육신은 하나이므로 영혼을 건드리지 않고 육신을 건드릴 수 없습니다. 생명을 얻고자 하는 자는 잃어야 합니다. 자아의식은 타(他)에 의해서 나타납니다. 너가 없으면 나를 알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있고 이를 인정함으로, 자기를 떠나 타에 들어감으로써 자기를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한국 사람이 어떤 사람이며, 누구인지 알려면 다른 나라 사람들을 보고 듣고 잘 알아야 하며 우리들이 자기들 안에 들어가야만 다른 나라 사람들에 대한 인식을 가지게 되며 우리를 알게 됩니다. 바깥 세계나 남을 안 보고 살려고 눈, 귀, 입 등 오관을 다 막았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무엇보다도 마음의 문을 닫고 있으면 이기주의에 빠지고 옹졸해지며 발전은커녕 위축될 것입니다. 고국과 고향을 떠나야 내 집과 내 나라를 더 잘 알게 됩니다. 서울 사람과 시골 사람의 위치만 바꿀 것이 아니며, 건성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마음의 눈을 뜨고 문을 열어야 비로소 남을 알 수 있습니다. 개인의 경우도 이와 같습니다. 가정에서 형제들과 함께 살고, 사회와 세계 속에 들어가 삶으로써 점차 자아에 대한 각성을 더 가지게 됩니다. 그러니까 쓴 맛과 단 맛을 다 본 사람, 인생의 온갖 풍랑을 겪은 사람, 고생을 한 사람이 훨씬 인간미가 있고, 반면 온실 속 같은 분위기에서 곱게 자라난 사람은 인간미가 약합니다. 누가 자기를 지키려고 다른 사람도 안 보고, 이목구비 등, 오관을 꽉 막고, 보지도, 듣지도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면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고, 향기를 맡지도 못하며, 이보다 더 차원이 높은 진선미를 알지도 못할 것입니다. 소견이 없고,명오(明悟)가 안 열리고, 인간 성장이 없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마음의 문을 꽉 닫고 있으면 이기주의에 빠지고 옹졸해집니다. 마음은 성역입니다. 불가침의 무엇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 때문에 마음의 문을 닫고 살기가 쉽습니다. 좀처럼 마음의 문을 열지 않으려는 것이 인간의 본성입니다. 남자들에 있어서 보다 내성적인 여자들이 더합니다. 외향적인 남자들은 술 한 잔만 들고 얼근해지면 또 분위기가 마음에 들면 슬슬 마음속의 이야기를 다 합니다. 그러나 여성은 내성적이기 때문에 좀처럼 마음속을 보이지 않습니다. 자기 마음의 문을 잠그고, 살살 남의 마음만 떠보려고 합니다. 모든 인간의 마음은 타인에 대해서 그를 알기까지는 경계합니다. 방어 태세를 취하고 일단을 불신합니다. 그래서 마음은 성역이나 그 만큼 폐쇄적입니다. 성 아우구스띠노는 "모든 인간은 이 세상에서 이방인이다… 모두 각기 가지고 있는 자기의 마음은 남의 마음에 대하여 폐쇄적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이방인이 됩니다. 어떤 집에 가보면 집안 공기가 차고 쌀쌀합니다. 냉장고가 많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 마음이 냉장고처럼 냉기를 뿜기 때문에 차고 쌀쌀한 느낌이 드는 것입니다. 예수께서 귀머거리에게 "에파타(열려라)" 하시어 귀를 열리게 하고 벙어리에게는 혀가 풀리어 말을 제대로 하게 하셨습니다.(마르 7,32-36) 인간은 어느 정도 자기 폐쇄증을 지니고 있습니다. 마음 문을 꽉 닫고, 귀가 있어도 남의 말을 들으려고 아니하고, 말을 건네지도 않습니다. 아주 믿을 수 있는 사람이나 애인이 아니면 좀처럼 마음의 문을 열지 않습니다. 마음의 성역이라 침범할 수 없는 신성한 것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성역은 외부에 대하여 문을 닫을 때 차디찬 냉장고가 될 수 있습니다. 마음의 첫 반사 작용은 자기 방어 심리, 남과의 거리감, 불신 등입니다. 이것은 인간 스스로 차디찬 감옥에 자기를 가두는 것과 같습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인간은 행복에 대하여 무능력자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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