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나와 너'의 관계

문성식 2022. 8. 6. 09:46


 
      '나와 너'의 관계 오늘을 두고 기계 문명의 첨단과학 시대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사회생활은 가속도로 비인간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마음들이 메말라 가고 삶이 더욱 각박해집니다. 이런 속에서의 인간관계가 문제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와 너'의 관계 'L-You Relationship' 즉, 인격 대 인격의 관계가 보기 힘듭니다. 오히려 'I-It Relationship'으로 자꾸만 변질되고 격하되어 갑니다. 모두가 제 각기 자기중심적입니다. 이 생각부터 바꿔야 합니다. '나와 너'의 관계를 진정 인격 대 인격의 관계로 나부터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뿐 아니라 상대의 인격 속에 있는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고귀한 무엇, 그 존엄성을 인정하고 존경해야 합니다. 사실, 모든 인간은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되었고 그 떼문에 존엄합니다. 인간은 영원하신 자로부터 나왔고 또한 그 영원을 향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하여 인간은 누구나 참으로 고귀합니다. 이 사실을 떠나 순수 생물학적으로나 사회학적으로만 보면 인간은 결국 오늘 살다가 내일에는 아궁이에 들어갈 초개(草芥)나 미생물과 근본적으로 다를 게 없습니다. 아니면 통계학의 수를 채우는 한 개체에 불과하지 않습니다. 오늘날 인간은 사실상 이렇게 생물학적으로나 물량적으로만 간주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저 어떻게 입히고 먹이고 어떻게 그 욕구를 채워 주면 좋을지 잘 모를 생물체로만 인식되어 가고 있습니다. 정치가 인간을 그렇게 다루고, 경제가 인간을 그렇게만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두에게 가장 큰 걱정이 결국엔 먹고사는 것밖에 아닌 것이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사람이란 무엇인지, 왜 사는지, 왜 죽는지 모르게 되었습니다. 인간을 알려면 나를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합니다. 내 속에 내재된 神의 모습을 보아야 합니다. 나는 무엇이기에 이다지도 영원을 동경하는가? 왜 나는 무한한 행복을 추구하는가? 왜 한없는 사랑을 찾고, 진실을 찾고, 하자 없이 아름다운 것을 찾는가? 그것은 내 속에 생물적인 생명 외에 다른 무엇이 더 깊이 뿌리박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그것이 바로 하느님의 모습입니다.영원에서 나오고 영원으로 향하여 만들어진 인간이 인간다운 참모습입니다. 그래서 나는 네 속에 끊임없이 외치는 절대자의 소리를 거부할 수 없습니다. 나는 결국 먹고 마시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절대에로의 순례자입니다. 하느님의 씨가 내 속에 뿌려져 있습니다. 그것이 싹트고 자라고 꽃피기까지는, 그럼으로써 영원하신 자 안에 결실되기까지는 나는 평안할 수 없습니다. 인간이 내 속에 이 신비를 발견하고 따라서 다른 이 안에서도 그것을 인식할 때, 인간은 자기와 남을 참으로 고귀하게 보게 될 것입니다. 남을 인격적으로 대할 뿐 아니라 존경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인간 철학과 종교가 바탕이 될 때, 인간관계는 단순한 'L-You Relationship'을 넘어 'I-Thou Relationship' 즉, 나와 남의 고차원적인 관계가 성립될 것입니다. 인간이 참으로 인간다워지고 보다 더 인간적으로 향상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인간관계가 성립되어야 합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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