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690

하느님 당신은 누구십니까?

하느님 당신은 누구십니까? 하느님 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 앞에 서야 할 그 시간에 제가 바로 서 있을 수 있게 저를 잡아 주십시오. 시편 139의 말씀대로 제가 비록 당신 면전을 떠나 새벽 날개를 빌려 바다 끝에 가 있다 하더라도 당신의 오른팔이 저를 잡아 주시리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주님 저는 사실 보다시피 미약합니다. 덕도 없고 믿음도 약합니다. 그러나 당신께 대한 신뢰, 근본적 의탁의 마음은 지켜 주십시오. 누구보다도 주님은 저를 잘 아십니다. 저 자신보다 저에게 더 가까이 계시는 분입니다. 주님, 저를 받아 주십시오. 당신께 저 자신을 온전히 바치게 하여 주십시오. 당신께 가서 영원히 당신과 함께 쉬게 하여 주십시오. = 김수환 추기경 말씀 모음집 에서 =

김수환 추기경 2022.08.13

늙음

늙음 나이는 하느님의 은혜입니다. 나이는 인생이 무엇인지, 참된 가치가 무엇인지 그 의미를 깨닫게 해줍니다. 그리하여 원숙의 경지에 이르게 합니다. 나이는 세상의 부귀영화가 얼마나 헛된 것인지도 깨닫게 해줍니다. 믿음을 통하여 하느님만이 구원이요 생명이란 진실도 알게 해줍니다. 어떤 의미로는 젊었을 때보다 더 철이 드는 것입니다. = 김수환 추기경의 사랑의 메시지에서 =

김수환 추기경 2022.08.13

인, 자비, 사랑

인, 자비, 사랑 유교에서 최고로 보는 선은 인(仁)입니다. 인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살신성인이란 말 그대로 자기를 죽여야 합니다. 불교에서 최고의 선은 자비(慈悲)에 있습니다. 자비로운 마음은 성불에서 옵니다. 그리고 성불하기 위해서는 무아(無我)에 이르러야 합니다. 이 역시 자기를 남김없이 버려야 합니다. 그리스도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이 최고의 선이요, 모든 덕의 완성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이웃을 위해 자기 목숨을 바칠 때 완성됩니다. 이렇게 자기 생명까지 바칠 때, 무아가 될 때 인간은 진정 인간다워집니다. 우리가 유의해야 할 점은 유교의 인, 불교의 자비, 그리스도교의 사랑은 다 같이 이웃과의 관계에서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웃을 자기 자신처럼 받아들이고, 용서하고, 사랑..

김수환 추기경 2022.08.13

해방과 자유

해방과 자유 사람들은 자유를 일체의 속박으로부터의 해방이라고 봅니다. "무엇이든 상관없이 하고 싶은 것을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가능성, 그것이 자유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건 야생동물의 자유는 될지언정 인간의 자유는 되지 못합니다. 그런 식으로 자유를 추구하면 추구할수록 인간의 욕정의 노예로 전락합니다. 내가 전신마비로 기동불능(起動不能) 상태라고 상상해 보십시오. 혹은 내일이면 교수대에 설 사형수라고 가정해 보십시오. 그런 극한 상황에서도 내가 원하면 자유의 인간이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자유는 육체에 달린 것이 아니라 정신에 내재하기 때문입니다. 의식을 잃은 경우 외에는 어떠한 물리적 힘도 정신을 속박할 수 없습니다. 오직 나만이 스스로 자유를 제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유를 원한다면..

김수환 추기경 2022.08.13

나를 알려면

나를 알려면 자의식은 타(他)에 의해서 나타납니다. 네가 없으면 나를 알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함으로써, 그리고 자기를 떠나 타에 들어감으로써 자기를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누구인가 알려면 다른 나라 사람들을 보고, 듣고, 알아야 합니다. 고향과 고국을 떠나야 내 집과 내 나라를 더 잘 알게 되는 것입니다. 나를 알려면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합니다. 그래야 타에 들어가 나를 볼 수 있습니다. = 김수환 추기경의 사랑의 메시지에서 =

김수환 추기경 2022.08.13

어디 가면 너를 볼 수 있니

어디 가면 너를 볼 수 있니 정민아! 어디 가면 너를 볼 수 있니. 이 세상을 아주 떠난 너를 어디 가면 볼 수 있니. 너를 보내야 하던 날 할아버지는 갈 도리가 없어서 마음으로만 "잘 가거라, 정민아. 하늘 나라로!" 하며 작은 꽃다발 하나를 너의 영전에 보냈다. 그 날 저녁 늦게 슬픔에 젖어 있는 네 엄마와 오빠, 동생들을 위로할 도리가 없지만 전화를 걸어 보았다. 장례는 어떻게 잘 치렀느냐 했더니 엄마는 너를 화장하였다고 하더구나. 나는 그래도 유골만은 거두어 집으로 가져왔겠지 생각했었다. 그러나 엄마는 "뿌렸어요." 하더구나. "뿌리다니, 그럼 정민이는 재도 없단 말이냐?" 네 엄마는 울기만 하고 답을 못하더구나. "어디에 뿌렸니?" "바다가 보이는 산에 뿌렸어요." 하며 엄마는 다시 울더라. 바..

김수환 추기경 2022.08.13

인간을 생물학적으로만 보면..

인간을 생물학적으로만 보면.. 인간을 단지 생물학적으로만 보면 오늘 살다가 내일 아궁이에 들어갈 초개(草芥)와 다를 게 없습니다. 그런데도 오늘날 인간은 생물학적으로만 혹은 물량적으로만 간주되고 있습니다. 그저 어떻게 입히고 먹이고, 그 욕구를 채워주면 좋을지 모를 생물체로만 인식되어 가고 있습니다. 정치가 인간을 그렇게 다루고, 경제가 인간을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큰 걱정이 결국엔 먹고사는 것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인간이란 무엇인지, 왜 사는지, 왜 죽는지 생각하려 들지 않습니다. 인간을 알려면 나를 더 깊이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내 속에 내재된 神의 모습을 보아야 합니다. 나는 무엇이기에 이다지도 영원을 동경하는가? 왜 나는 무한한 행복을 추구하는가? 왜 한 없는 사랑을 찾..

김수환 추기경 2022.08.13

빵만으로 살 수 없다

빵만으로 살 수 없다 굶주린 사람에게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는 말은 합당치 않을 뿐 아니라 모욕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려면 그 품위에 맞는 의식주가 보장돼야 합니다. 먹을 것이 없을 정도로 빈곤한 상태는 인간을 슬프게 할 뿐 아니라 그것 자체로 비참입니다. 인간은 이 비참에서 구제돼야 합니다. 그렇다고 인간 삶의 가치가 개인의 노력, 사회제도, 의식주로 충족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신적, 육체적 양식이 함께 조화를 이뤄야 비로소 삶의 보람을 느끼고 자기완성을 이룰 수 있습니다. 빵과 더불어 사랑과 진선미(眞善美)도 인간의 양식입니다. 빵을 위해서 사랑과 진선미를 희생시킬 수는 없습니다. 사랑과 진선미를 위해서 빵을 거부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사랑과 진선미를 위해서 스스로 빵을 거부할 수 있..

김수환 추기경 2022.08.13

'소외'라는 불치병

'소외'라는 불치병 인간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어 합니다. 이 말은 반드시 남이 나를 칭찬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그런 욕심이 없지 않겠지만, 더 깊은 소망은 내가 가치 있는 존재로 인정받는 것입니다. 더 깊은 의미로 나를 받아주는 사랑, 모든 인간은 이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큰 병은 '인간 소외'입니다. 의학이 발달해서 이젠 백혈병도 고치고 나병도 고칩니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를 깊게 하는 소외병은 무엇으로 고칠 수 있겠습니까? 오직 사랑만이 그 병을 고칠 수 있습니다. = 김수환 추기경 사랑의 메시지에서 =

김수환 추기경 2022.08.13

그러려니 하고 살면 됩니다

그러려니 하고 살면 됩니다 내 인생에 문제가 생겼다고 안타까워하거나 슬퍼하지 마세요 이것 또한 지나갑니다 시간이 지나면 별 것 아닌 문제였다고 생각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려니 하고 살면 됩니다 인생길에 내 마음 꼭 맞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나라고 누구 마음에 꼭 맞겠습니까 그러려니 하고 살면 됩니다 내 귀에 들리는 말들이 좋게 들리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내 말도 더러는 남의 귀에 거슬릴 때가 있으니 그러려니 하고 살면 됩니다 세상은 항상 내 마음대로 풀리지는 않으니 마땅찮은 일 있어도 세상은 다 그렇다고 하고 살면됩니다 다정했던 사람 항상 다정하지 않고, 헤어질 수도 있습니다 온 것처럼 가는 것이니 그러려니 하고 살면 됩니다 무엇인가 안되는 일 있어도 실망하지 마세요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면..

김수환 추기경 2022.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