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690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 예수님은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라는 율법교사의 물음에 착한 사마리아인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사람이 길에서 강도를 만나 가진 것을 모조리 빼앗기고 두들겨 맞아 반쯤 죽은 상태로 쓰러져 있었습니다. 누가 이 가엾은 사람을 도왔나요. 사제와 사제족에 속하는 레위 사람은 그냥 지나쳤습니다. 이 두사람은 성전에서 하느님께 기도나 제사를 드리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을 겁니다. 한 사마리아 사람이 그를 보고서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나귀에 태워 여관으로 데려가 보살펴 주었습니다. 사마리아인은 선민사상을 갖고 있는 유다인한테 멸시를 받던 이방인이었습니다. 이 비유는 굉장히 의미있는 말씀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모든 율법은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여라' 하신 이 한마..

김수환 추기경 2022.05.22

죽음 앞에 선 인간

죽음 앞에 선 인간 나는 이제 임종의 자리에 누워 있다. 온몸의 맥이 풀리고 피곤하여 사지를 움직일 수 없다. 혈관과 고막에 울리는 피의 흐름소리를 귀 기울여 듣는다. 몽롱한 가운데 점차로 멀어져 가는 생명의 기이한 음악! 죽음을 생각할 때 어쩔 수 없이 먼저 느끼는 것은 두려움이다. 나는 가끔 죽음과 마주 서 있는 환자를 방문한다. 그 대부분 말할 수 없이 큰 고통과 함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할 때, 그것이 미구(未久)에 나의 것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면서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모른다. 거기다 한생을 살아오면서 이래저래 지은 죄도 많은지라 하느님의 심판대전에 나서기란 참으로 두렵고 떨리지 않을 수 없다. 되도록 고통이 적고 편안한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고 생각하지만 ..

김수환 추기경 2022.05.22

우산

우산 삶이란! 우산을 펼쳤다 접었다 하는 일이요. 죽음이란! 우산이 더 이상 펼쳐지지 않는 일이다. 성공이란! 우산을 많이 소유하는 일이요. 행복이란! 우산을 많이 빌려주는 일이고 불행이란! 아무도 우산을 빌려주지 않는 일이다. 사랑이란! 한쪽 어깨가 젖는데도 하나의 우산을 둘이 함께 쓰는 것이요. 이별이란! 하나의 우산 속에서 빠져나와 각자의 우산을 펼치는 일이다. 연인이란! 비오는 날 우산 속 얼굴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요. 부부란! 비오는 날 정류장에서 우산을 들고 기다리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다. 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갈 줄 알면 인생의 멋을 아는 사람이요. 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가는 사람에게 우산을 내밀 줄 알면 인생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건 비요. 사람을 아름..

김수환 추기경 2022.05.22

가슴 아파하지 말고 나누며 살다 가자

가슴 아파하지 말고 나누며 살다 가자. 가슴 아파하지 말고 나누며 살다 가자. 버리고 비우면 또 채워지는 것이 있으리니 나누며 살다 가자 내 마음이 마음이면 상대도 로 보인 것을... 누구를 미워도, 누구를 원망도 하지 말자. 많이 가진다고 행복한 것도, 적게 가졌다고 불행한 것도 아닌 세상살이 재물 부자이면 걱정이 한 짐이요. 마음 부자이면 행복이 한 짐인 것을... 죽을 때 가지고 가는 것은 마음 닦는 것과 福 지은 것뿐이라오. 누군가를 사랑하며 살아갈 날도 많지 않은데.... 누군가에게 감사 하며 살아갈 날도 많지 않은데.... 남은 세월이 얼마나 된다고 가슴 아파하며 살지 말자 버리고 비우면 또 채워지는 것이 있으니 사랑하는 마음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다 가자. * 웃는 연습을 생활화 하시..

김수환 추기경 2022.05.14

보지 못했으므로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보지 못했으므로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머리로써보다 마음으로 알고 있는 것이 믿음입니다. 그렇더라도 믿음은 결코 맹목적인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지성과 이치에 부합됩니다. '보지 못하니까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얼핏 듣기에 그럴싸해 보이지만, 논리적으로는 맞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우리가 보지 못하지만, 결과를 보고 그 원인이 존재한다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는 4대조, 5대 조상을 뵈온 일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있기 위해서는 4,5대조가 계셨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또 여기 지금 내 앞에 마이크가 있습니다. 누가 이 마이크를 만든 사람을 본 일이 있습니까?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못 보았다고 해서 마이크를 만든 이가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고 할 ..

김수환 추기경 2022.05.14

그들은 나를 너무나 모릅니다

그들은 나를 너무나 모릅니다 '나는 세상 종말까지 죽음의 고통 속에 있으리라'고 하느님은 말씀하십니다. 나는 역사의 종말까지 십자가에 못 박히리라. 나의 자녀들인 크리스찬들은 이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나는 채찍과 편태를 받고 사지가 찢기고 십자가에 못 박히고 있습니다. 그들의 눈앞에서 죽어 갑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를 모릅니다. 아무 것도 모릅니다. 그들은 소경입니다. 그들은 참된 크리스찬이 아닙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는 죽어 가는데 어찌 삶을 즐길 수 있습니까? '주여,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당신은 과장하고 있습니다'라고 인간은 말합니다. 만일 누가 당신을 해치면 나는 당신을 방어할 것입니다. 주께서 죽음과 싸우고 계시면 나는 단연코 주님의 편입니다. ..

김수환 추기경 2022.05.14

말 한 마디

말 한 마디 "부주의한 말 한 마디가 싸움의 불씨가 되고 잔인한 말 한 마디가 삶을 파괴합니다 쓰디쓴 말 한 마디가 미움의 씨를 뿌리고 무례한 말 한 마디가 사랑의 불을 끕니다 은혜스런 말 한 마디가 길을 평탄케 하고 즐거운 말 한 마디가 하루를 빛나게 합니다 때에 맞는 말 한 마디가 긴장을 풀어 주고 사랑의 말 한 마디가 축복을 줍니다." 이 시는 제가 방문을 열고 나설 때 바로 볼 수 있는 곳에 걸어 두었습니다 정말로 '부주의한 말 한 마디가 싸움의 불씨가 되고, 잔인한 말 한 마디가 삶을 파괴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가 하면, '은혜로운 말 한 마디가 길을 평탄케 하고, 사랑의 말 한 마디가 축복을 주는' 경우 또한 많습니다 예부터 '말 한 마디로써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듯이, '말'..

김수환 추기경 2022.05.14

두 개의 저울

두 개의 저울 우리는 자신의 죄를 다는 저울과 타인의 죄를 다는 저울, 두 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같은 잘못을 두고도 자신이 저지른 것은 이런저런 이유와 변명을 대어 가볍게 하려고 듭니다. 반면 남의 잘못은 호되게 비판하거나 속으로 단죄해 버립니다. 단점도 자기 것은 남이 이해해주기 바라면서, 남의 것은 지적하고 비판하려고만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안에 있는 원죄의 뿌리입니다. 남을 심판하지 말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너희가 심판하는 그대로 심판받고, 너희가 되질하는 그대로 너희도 받을 것이다.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네가 뚜렷이 보고 형제의 눈에서 티를 빼낼 수 있을 것이다."라며 남..

김수환 추기경 2022.05.14

기도는 기다림

기도는 기다림 하루 24시간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준 시간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4퍼센트 약간 넘는 한 시간도 하느님에게 되돌려 드리는 데 대단히 인색합니다. 왜 기도를 잘 못하는가? 우리 모두다 경험하는 것이지만, 주님 앞에 나아가 있는 시간이 '천년이 하루 같고, 하루가 천년 같기 때문'인지 너무나 지루합니다. 그래서 한 시간, 반시간도 덜 지루하게끔 성가나 독서, 염경기도 등 다양하게 짜면서도 '아직도...' 하고 시계를 보고 또 봅니다. 참으로 인간이란 얼마나 약한지 모릅니다. 수난 전날 밤, 예수님이 겟세마니 동산에서 피땀을 흘리며 기도하다가 돌아와 제자들이 자고 있는 것을 보고는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단 말이냐?"(마르 14,37)라고 꾸짖은 말씀이 그대로 오늘 우리에게 적용됩니다. 기..

김수환 추기경 2022.05.07

실천 없는 사랑은 죽은 믿음

실천 없는 사랑은 죽은 믿음 어떤 율법학자가 예수님의 속을 떠보려고 질문을 던집니다. "선생님, 제가 무슨 일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이 질문에 예수님은 "율법서에 무엇이라고 적혀 있으며, 너는 그것을 어떻게 읽었느냐?"라고 반문함으로써 당신을 시험해 보려는 율법학자의 속셈을 읽고 있음을 드러내 보입니다. 아울러 '네가 정말 영원한 생명을 얻고자 한다면 스스로 한 번 깊이 생각해 보고 답해 보아라'는 뜻도 담겨 있습니다. 율법학자는 바른 대로 답하였습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생각을 다하여 주님이신 네 하느님을 사랑하라. 그리고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 하느님에 대한 전적인 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의 실천으로 영생을 얻을 수 있다는..

김수환 추기경 2022.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