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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쁜 선운산 새색시 치마폭에 뭔 구경거리가 이리 많을꼬?”

문성식 2016. 11. 5. 18:31
 
[특집 기암명산 찾아가기 | 고창 선운산] “어여쁜 선운산 새색시 치마폭에 뭔 구경거리가 이리 많을꼬?”

 

글·손수원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사진·임영근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기자의 다른 포토보기
    선운사~투구바위~사자바위~청룡산~낙조대~도솔암 9km 원점회귀 산행
    애기단풍 가득한 계곡 지나면 기암봉 조망 절정인 바위능선

    “선운산 하면 복분자나 풍천장어지! 봄엔 동백이 좋고 가을엔 단풍도 좋고. 산? 산도 아주 기가 막히지, 암!”


    
	[특집 기암명산 찾아가기 | 고창 선운산]
    ▲ 1 사자바위의 미끈한 허리를 따라 건너는 바위 능선. 양 옆의 낭떠러지가 아찔하다. 오른쪽 자그맣게 보이는 바위가 배멘바위다.

    고창군 아산면과 심원면 경계에 솟은 선운산(禪雲山)은 10월 말경부터 11월 초까지 가을을 수놓는 애기단풍으로 산객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선운산은 대게 선운사의 뒷산인 도솔산(336m)을 일컫지만 실제로는 1979년 전라북도에서 지정한 도립공원 내의 경수산(444m), 청룡산(313m), 구황봉(285m), 개이빨산(355m) 등을 두루 지칭한다.


    선운산이란 이름의 명성에 비하면 산 높이는 평균 300m로 동네 뒷산 정도다. 하지만 여느 산이 그렇듯 단지 높이만 보고 선운산을 논하기에는 이 산이 가진 매력이 너무나 많다. 선운산이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대개의 산은 걷는 길이가 길수록 많은 풍광을 얻게 마련이지만 선운산은 굳이 길게 종주를 하지 않더라도 기암과 어우러진 단풍과 계곡, 산등성이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발 닿는 곳곳이 기암 조망터
    오늘은 기암과 단풍을 함께 보기로 했다. 하지만 날이 이른 탓에 단풍은 아직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 산행을 함께한 대한산악연맹 고창군연맹 조기담(71) 회장의 말이다. 조금 아쉽다. 조 회장은 선운산에 대해 “어여쁜 여인의 형상을 지닌 산”이라고 말했다.


    
	[특집 기암명산 찾아가기 | 고창 선운산]
    ▲ 2 클라이머들의 고향인 투구바위. 바위 표면에 허연 초크 자국이 선명하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산세가 깊고 깊이 들어설수록 때론 화려하고 때론 청순한 여성스러움이 곳곳에서 드러난다는 것이다.


    “11월 초가 선운산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예요. 애기단풍이 기가 막히지요. 산을 많이 다녀봤지만 선운산 단풍처럼 아기자기하고 예쁜 곳은 보지 못했어요.”


    동행한 고창군여성산악회 성정덕(55)씨와 이현자(55)씨 또한 “아직 단풍이 무르익지 않았지만 선운산의 기암을 바라보며 걷는 것만으로도 기가 막히다”며 입을 모았다. 이날 산행은 선운사 주차장에서 선운사계곡을 따라 걷다가 투구바위와 사자바위를 지나 청룡산을 거쳐 낙조대, 천상봉을 보고 도솔암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지도상에서는 긴 타원형을 이루는 원점회귀 산행이다. 


    
	[특집 기암명산 찾아가기 | 고창 선운산]
    ▲ 3 사자바위에 오르기 위해서는 밧줄을 잡고 인공홀드를 밟으며 올라간다. 아찔해 보이지만 위험하지 않아 재미가 쏠쏠하다.

    선운사계곡은 온통 애기단풍이다.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빼곡하게 들어선 탓에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면 가히 어느 정도 사람이 몰릴지 상상이 되었다. 도솔제를 앞두고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이 능선은 투구바위로 가는 길이다. 투구바위는 선운산에서 이름난 자연암장으로, 일반 등산꾼들보다는 암벽등반을 하는 클라이머들에게 매우 익숙한 장소다.


    초반 1km 정도는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진다. 하지만 계곡길을 이미 30~40분 걸어온 덕분에 몸이 풀려선지 그리 힘들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고도를 올려봤자 200m여서 아래 선운사계곡에서 소리를 지르며 노는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일단 한 번의 가파른 오르막만 넘기면 다음부터는 편안한 흙길이 이어진다. 마치 둘레길 같은 아늑한 숲길이다.


    투구바위 앞에서 그 웅장함에 압도된다. 두 거대한 바위가 어디론가 들어가는 문을 지키는 문지기처럼 딱 버티고 서 있는 모습이 근엄하기까지 하다.


    “옛날에 암벽등반을 할 때는 여기 참 많이 왔어요. 그때는 국립공원이 아니었으니 라면 끓여먹으면서 온종일 바위만 했었죠.”


    투구바위 곳곳엔 난이도와 코스 이름을 적은 명찰이 붙어 있다. 주말이면 전국에서 모인 클라이머들이 각자 기량을 겨루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투구바위를 지나 걷는 길은 여전히 편안한 산책길 같다. 과연 ‘여인의 산’이라는 말처럼 부드러운 허리선을 더듬으며 걷는다.


    사자의 머리에 올라서는 일이 보통이 아니다. 암벽등반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등반을 해보지 않은 이라면 “저걸 어떻게 올라가요?”라는 소리가 나올 법도 한 절벽이 서 있다. 물론 벽에는 인공 홀드를 촘촘히 박고 밧줄을 매달아 놓아 마치 놀이기구 타듯 오를 수 있게 해 두었다. 그래도 중간쯤 올라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제법 고도감이 있다.


    사자바위에 서니 도솔암과 도솔천 내원궁, 마애불, 용문굴이 정면으로 펼쳐졌다. 높이와는 상관없이 천상계에 들어온 기분이다. 도솔암에서 들려오는 목탁소리와 염불소리는 이곳이 속세인 듯 속세 아닌 것처럼 모든 것을 초월할 것만 같은 기분에 빠져들게 했다.


    사자머리에 올랐으니 이제는 허리를 타고 건너간다. 폭이 좁은 바윗길은 양쪽으로 천길 낭떠러지여서 오금이 저린다. 모자를 꼭 잡고 조심히 건너지만 바람이라도 세차게 한 번 훅 불라치면 절로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사자바위를 지나면 또다시 아늑한 숲길이 이어진다.


    “자, 이거 한 잔씩들 마셔 봐요.”


    조 회장이 배낭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커다란 우유병에 짙붉은 물이 담겨져 있었다.


    “복분자술이에요. 선운산에 올랐으니 복분자술 한 잔씩 마시면 이게 바로 보약이라니까.”


    시에라컵에 담긴 빨간 복분자술은 가을 단풍만큼이나 진했다. 술 한 잔씩을 마신 성정덕씨와 이현자씨는 “진짜 보약이네! 힘이 펄펄 나요!”라며 깔깔 웃었다. 


    선운산 최고의 낙조 전망대


    
	[특집 기암명산 찾아가기 | 고창 선운산]
    ▲ 1 단풍객이 모여든 도솔암 마애불. 고즈넉한 산사의 가을 풍광이 더없이 아름답다. / 사진 고창군청 제공 2 검단선사에게 쫓긴 이무기가 바위를 뚫고 나갔다는 전설이 있는 용문굴(龍門窟)은 화산활동으로 생긴 굴이다.

    사자의 허리를 넘어 1km쯤 걸어 국기봉(338m) 갈림길에 닿는다. 지도상으로 보면 이 코스의 딱 중간지점이다. 희야재 반대쪽으로 방향을 잡아 청룡산으로 간다. 자그만 점처럼 보이던 배멘바위가 이제 제법 모양을 드러냈다. 옆쪽에서 보기엔 영락없이 독수리나 솔개를 닮았다.


    쥐바위봉 또한 훌륭한 전망대다. 아니, 이 투구바위 능선은 서는 곳 어느 하나 전망대가 아닌 곳이 없다. 도솔계곡을 가운데 두고 ‘ㄷ’ 형태로 걸으니 바로 맞은편에 보이는 것이 곧 갈 길이고 걸어온 길이다. 쥐바위봉에서 내려오는 길 또한 밧줄이 매달려 있는 급경사다.간간이 이렇게 스릴 넘치는 ‘이벤트’가 있으니 지루한 듯 지루하지 않고, 아기자기한 길이 된다.


    
	[특집 기암명산 찾아가기 | 고창 선운산]
    ▲ 3 기암과 어우러진 내원궁에 울긋불긋 단풍꽃이 내렸다. / 사진 고창군청 제공

    “이제 곧 낙조대에 도착합니다. 낙조대를 지나 천마봉에 서면 기암과 숲이 기가 막히게 조망되지요.”


    조 회장은 긴 산행에 지쳐 있는 일행에게 “이제부터 하이라이트가 펼쳐진다”며 힘을 북돋웠다. 병풍바위에서 철계단을 내려와 조금 걸으면 드디어 낙조대다. 높이는 335m밖에 안 되지만 서해 칠산바다, 곰소만 등이 한눈에 들어왔다. 저 푸른 수평선 위로 붉은 해가 떨어지는 광경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 장엄함이 짐작되었다. 하지만 해가 질 때까지 이곳에 머물 수 없어 그저 한낮의 풍광을 즐기는 것으로 일몰을 대신했다.


    이런 아쉬움을 달래줄 또 다른 비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천마봉 자락에서 바라본 기암의 풍광이었다. 산등성이 사이로 솟아오른 커다란 바위기둥들은 아직은 초록과 어우러져 단순한 색깔을 띠고 있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울긋불긋한 단풍과 어우러져 이내 화염에 휩싸인 불기둥으로 변할 것이었다.


    돌기둥들 아래 고즈넉하게 자리한 도솔암에서는 아랑곳없이 불경 외는 소리가 들려왔다. 암자 왼쪽의 마애불은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그 온화한 미소가 선명하게 전해졌다. 그 미소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서둘러 산을 내려온다.


    아직도 바위능선엔 볼거리가 지천이건만 해지는 줄도 모르고 ‘선운산 여인네’의 몸을 탐했다가는 다시는 못 내려올 것 같아 일부러 발걸음을 서둘렀다. 선운산 단풍은 때가 일렀건만 괜한 총각 얼굴에 불그스름한 애기단풍이 피었다. 


    
	[특집 기암명산 찾아가기 | 고창 선운산]

    산행가이드
    기암과 단풍을 함께 즐기는 당일산행으로는 공원주차장에서 출발, 선운사계곡~투구바위~ 사자바위~청룡산~낙조대~천상봉~도솔암 코스를 추천한다(편도 약 9km, 약 5시간 소요). 단풍산행만이 목적이라면 공원주차장에서 경수산으로 곧장 올라 도솔산을 지나 낙조대까지 종주해 도솔암을 거쳐 도솔계곡으로 내려설 수 있다(편도 약 6km, 약 2시간 30분 소요). 도솔계곡에는 진흥굴, 선운사 등 명소뿐만 아니라 애기단풍이 흐드러지게 물든다.


    조금 더 긴 산행을 원한다면 공원주차장에서 선운교를 건너 형제봉으로 올라 구황봉~병풍바위~비학산~청룡산~낙조대~도솔암 코스(약 12km, 약 6시간 소요)도 좋다. 준족이라면 낙조대에서 개이빨산과 도솔산, 경수산까지 잇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당일 일주산행을 할 경우 도솔계곡 변의 명소들은 자세히 둘러볼 수 없는 것이 단점이다.


    산행보다 가볍게 산책 정도를 원하면 도솔계곡으로 들어가서 진흥굴~도솔암~내원궁~용문굴~낙조대~천마봉~도솔암의 순으로 돌아본 뒤 도솔계곡으로 빠져 나오면 된다(약 4.7km, 약 1시간 30분 소요). 차량은 관리사무소 안쪽으로 통행이 안 되므로 건물 옆 주차장부터 걸어야 한다. 천마봉서 바로 하산시 관리사무소까지 거리는 약 5km 정도로 만만치 않다.


    문화재관람료 3,000원. 11월 중순부터는 일부 구간에 산불방지입산금지기간이 시작되므로 미리 확인하도록 하자. 선운산관리사무소 063-560-8681.


    교통(지역번호 063)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센트럴시티에서 고창행 버스가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하루 16회 운행한다. 3시간 10분, 1만5,900원. 


    고창시외버스터미널(563-3388)에서는 선운사행 직행버스가 1일 4회(09:25, 10:35, 14:15, 16:35) 운행하며 30분 걸린다. 직행버스 외에도 대한여객 농어촌버스가 30분 간격(06:45~20:15)으로 운행한다. 


    광주 광천동 유스퀘어버스터미널에서는 선운사행 버스가 1일 4회(08:10, 09:20, 13:00, 15:20) 운행한다. 1시간 40분, 요금 어른 7,800원.


    
	[특집 기암명산 찾아가기 | 고창 선운산]

    숙식(지역번호 063)  선운사 입구에 숙박업소가 많다. 선운산관광호텔 (561-3377), 선운산유스호스텔(561-3333), 다정민박(564-1050), 선운장여관(561-2035), 송악모텔(564-8014), 펜션햇살 가득한집(562-0320), 경수봉민박(563-3419), 최씨민박(562-1605), 사계절민박 (564-8049) 등이다.


    선운사 입구 일원에는 풍천장어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 많다. 장어 가격은 시기마다 천차만별이지만 대략 1kg(4마리 정도)당 6만 원 내외다. 청원가든(564-0414), 황소식당(563-4646), 선운식당(561-1960), 진흥가(563-3441)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