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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월출산] 가을빛 물든 계곡으로 화려한 바위 능선을 오른다

문성식 2016. 11. 5. 18:33
[특집ㅣ기암명산 찾아가기ㅣ영암 월출산] 가을빛 물든 계곡으로 화려한 바위 능선을 오른다
월남리~구정봉~미왕재~도갑사

수려한 암봉 가득한 월출산(月出山·812.7m)에도 가을이 온다. 들녘은 황금빛으로 물들고 깊은 골짜기에 단풍이 가득하다. 능선 위 억새밭에도 찬바람이 분다. 월출산은 우리나라에서 손꼽는 ‘바위 명산’이다. 다른 산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기상천외한 기암 풍치가 사방에 널려 있다. 평지에서 불쑥 솟은 월출산은 산릉이 그리는 하늘금이 장관이다. 기암과 산줄기가 겹쳐지며 만들어낸 풍광이 경이로울 정도다.

월출산 산행은 주능선 종주가 가장 인기다. 이곳의 명물인 구름다리와 최고봉인 천황봉을 거쳐 구정봉(705m)과 도갑사까지 모두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길이 가파른 데다 바위투성이라 초보자의 경우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것이 단점이다. 조금 여유 있게 월출산의 가을을 즐기려면 강진군 월남리의 경포대 방면 계곡길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산길 입구의 월남사지 삼층석탑 구경은 보너스다.



	향로봉 오름길에서 본 강진 쪽 풍경.
▲ 향로봉 오름길에서 본 강진 쪽 풍경. 경포대로 이어진 계곡의 산세가 유순하다.

	바람재 부근에서 본 천황봉의 위용.
▲ 바람재 부근에서 본 천황봉의 위용.
산행기점인 월남리에 도착하면 넓은 주차장이 등산객을 맞는다. 그 옆으로 깔끔하게 단장한 대형 화장실이 눈길을 끈다. 찻길을 따라 끝까지 들어가면 예전부터 있던 작은 화장실이 나타나고 숲길이 시작된다. 등산로를 따르면 계곡에 우거진 숲은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잠시 뒤 취사장이 갖춰진 숲 속의 야영장을 지나고, 이어 30분 정도 오르면 갈림길이 나타난다. 왼쪽 계곡은 바람재로 이어지고 오른쪽은 천황봉 동쪽 안부로 올라서는 길이다. 구정봉으로 오르려면 왼쪽 계곡길을 따른다. 갈림길에서 30분 정도 지나면 멀리 천왕봉이 숲 너머로 모습을 드러낸다.

구정봉 서쪽 일원은 작은 암탑의 전시장

완만한 바위지대에 설치된 난간을 잡고 오르니 잘록한 허리를 드러낸 바람재가 코앞이다. 이곳은 영암과 강진을 넘나드는 바람의 통로다. 예전에는 헐벗은 바위지대가 넓게 펼쳐져 있었는데, 지금은 복원을 마치고 억새가 무성하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가 가을을 알리고 있다.

월출산의 기암 풍치는 천황봉의 동쪽과 서쪽이 크게 다르다. 동쪽은 크고 높은 기둥 형상의 암봉들이 능선에 서서 장관을 이루었다. 그 반면 구정봉 주변의 서쪽 지역은 아기자기한 작은 암탑들의 전시장이다. 다양한 형태의 바위들이 모여 절묘한 형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어떤 것은 동물처럼 보이기도 하고 탑이나 사람의 얼굴을 닮기도 했다. 빼어난 수석을 감상하는 즐거움에 시간 가는지 모른다.

구정봉을 오르기 위해 바람재에서 향로봉으로 이어지는 주등산로에서 벗어나 북쪽으로 향한다. 산사면을 따라 천천히 움직이면 바위 봉우리인 구정봉에 이르기 직전에 베틀굴과 만난다. 넓은 항아리 형태의 이 굴은 예전에 여인들이 베를 짜던 장소라는 전설이 전해온다.


	훼손지 복원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바람재 등산로.
▲ 훼손지 복원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바람재 등산로.

	국보 제144호 월출산 마애여래좌상.
▲ 국보 제144호 월출산 마애여래좌상.
베틀굴을 돌아보고 왼쪽의 등산로를 따라 오르니 넓은 바위지대가 나오고 그 정면에 상단부가 평평한 구정봉 정상이 보인다. 말 그대로 산 정상에 아홉 개의 우물(?)이 있는 곳. 침식작용으로 생성된 커다란 웅덩이에 항상 물이 고여 있는 모습이 마치 우물같이 보여 구정봉(九井峰)으로 불렀다고 한다. 바위지대를 우회해 정상에 오르니 발아래 탁 트인 조망이 펼쳐졌다. 동쪽에 우뚝하게 솟은 천황봉의 위용도 대단했다.

구정봉에서 휴식을 취하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500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마애여래좌상을 보기 위해 출발했다. 구정봉 옆의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 갈림길에서 능선을 타고 내려서면 뚜렷한 길이 이어진다. 이정표를 따라 15분 정도 내려서면 능선 상의 삼거리가 나타난다. 여기서 능선을 타고 곧바로 가면 삼층석탑이 있는 바위지대로 이어진다. 자연석과 어우러진 삼층석탑을 감상한 뒤, 산자락 길을 타고 마애여래좌상이 있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산비탈의 자그마한 평지 뒤의 암벽에 새겨진 불상은 정말 장관이었다. 이 웅장한 불상은 자연암석에 조각한 높이 8.5m가량의 마애불로 국보 제144호로 지정되어 있다. 고려시대인 9세기경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멋진 조형물이다. 섬세하고 생명력 넘치는 석상으로, 한눈에 보아도 국보의 가치가 충분한 유적이다.

다시 내려온 능선을 따라 주능선에 오른 뒤, 향로봉(743.1m)을 서쪽으로 우회하는 주등산로를 따라 걷는다. 수시로 나타나는 계단에서 등산객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전국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월출산 주능선은 이렇게 늘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편안하고 널찍한 길에서 느긋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월남리 경포대 탐방로 입구에 자리한 월남사터 삼층석탑.
▲ 월남리 경포대 탐방로 입구에 자리한 월남사터 삼층석탑.

	여러 개의 물 웅덩이가 형성된 구정봉 정상.
▲ 여러 개의 물 웅덩이가 형성된 구정봉 정상.
한참을 걷다보니 미왕재 억새밭이 보이는 바위지대에 섰다. 널찍해서 수십 명이 휴식하기에 적당한 곳이다. 전국에서 모여든 등산객들이 웃음꽃을 피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기서 보면 미왕재까지 한달음에 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산길은 그리 만만치 않다. 주능선을 우회하는 등산로를 따라 걷다보니 미왕재 억새밭까지 30분이 넘게 걸린다.

등산객의 억새밭 출입을 막기 위해 목책을 둘렀다. 억새밭 한가운데 넓은 전망대를 만들어 가을 풍광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뒀다. 하지만 이제 미왕재 억새밭의 명성은 옛말이 됐다. 싸리나무가 많이 자라 풍광이 많이 망가졌기 때문이다. 주능선 종주는 미왕재에서 계곡을 따라 도갑사로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왕재에서 1시간이면 종착지인 도갑사에 닿는다.


	넓은 항아리 형태의 베틀굴.
▲ 넓은 항아리 형태의 베틀굴.
초보자들에게는 산자락 끼고 걷는 기찬묏길 강추!

금릉 경포대에서 시작해 구정봉을 거처 도갑사로 이어지는 코스는 월출산 높은 곳의 가을과 기암을 감상하기 좋은 길이다. 하지만 등산 초보자나 노약자는 산자락의 기찬묏길을 추천한다. 영암군이 조성한 이 걷기 코스는 월출산 자락 고도 100m 아래 지역에 만들어 완만하면서도 편안하다. 천황사 주차장에서 기찬랜드까지 1구간이 무난하다.

천황사 주차장에서 시작해 탑동약수터까지 이어진 구간은 자연미가 그대로 살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숲 사이로 난 좁은 길이 산길처럼 구불거리며 오르내린다. 길옆으로 영암읍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수령 50~60년은 됐을 금강송 숲 또한 이곳의 볼거리다. 1구간의 종착지인 기찬랜드는 여름이면 피서를 즐기려고 많은 이들이 몰려드는 휴양지다. 기찬묏길은 기찬랜드를 지나 왕인박사 유적지 방향으로 계속 이어져 있다.


	월출산 개념도
▲ 월출산 개념도

교통

■서울→영암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4회(08:00, 10:30, 14:40, 16:50) 운행. 4시간 50분 소요. 일반 2만600원, 우등 2만3,300원.

■광주→영암 광천동 종합버스터미널에서 10분 간격(04:30~22:05)으로 운행. 1시간10분 소요.

■영암→천황사 영암읍에서 천황사 입구까지 운행하는 군내버스나 택시를 이용한다. 영암개인택시 061-473-2858.

숙식(지역번호 061) 천황사 시설지구에 산악인의집(473-3778), 바위식당(473-3784), 산장식당(473-4918), 월출산민박 (471-3313) 등 민박집이 몰려 있다. 대부분의 민박집에서 식사가 가능하다. 영암군 군서면에 위치한 월출산온천관광호텔 (473-6311)에서 600m 지하의 맥반석 암반대에서 올라오는 천연 온천수를 즐길 수 있다. 입욕료는 어른 6,000원, 소인 4,000원. 영업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