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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여, 자네도 한 잔 하게나...

문성식 2010. 9. 10. 15:07


    친구여, 나의 친구여 친구여! 여보게나, 친구여!
    소주 한 잔 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닐세.

    울지 말게나! 이제 그만하게나..

    다들 그렇게들 살아가고 있지 않나~?
    날마다 어둠 아래 누워 뒤척이다,
    그러다 새벽이 오면
    개똥 같은 희망 하나 가슴에 품고
    다시 문을 나서지..

    바람이 차다고,
    고단한 잠에서 아직 깨지 않았다고,
    집으로 되돌아오는 사람이 있겠는가?

    그래, 친구여! 자네 말이 맞네..
    산다는 건, 만만치 않은 거라네.

    한 순간에 몸도 마음도 망가지기 십상이지.
    화투판 끗발처럼,
    어쩌다 좋은 날도 있긴 하겠지만,
    그거야 그때 뿐이겠지..

    어느 날 큰 비가 올지,
    그 비에 뭐가 무너지고
    또 뭐가 떠내려갈지 그 누가 알겠는가?

    그래도 세상은 꿈꾸는 이들의 것이라고..
    개똥 같은 희망이라도
    하나 품고 사는 건 행복한 거라고..
    아무 것도 기다리지 않고
    사는 삶은 얼마나 초라하겠는가? 자아! 어여 한 잔 들게나!
    내 잔을 받게나..
    되는 게 없다고, 이 놈의 세상
    되는 일이 ㅈ도 없다고,
    술에 코 박고 우는 친구야!

    이미 꽃은 시들어 떨어지고
    푸르던 잎새들도 낙엽되어 구르는데
    호구지책에, 분수없이 부족한 신세에
    왜 이리도 마음을 종잡을 수 없는건지..

    풍요의 계절이라던 가을이
    내게는 상실의 계절로 마중나와
    빈들과 덧없이 떨어져 뒹구는 낙엽을 보며
    하염없는 허무함과
    사무치는 그리움에 야윈 내 몸은 떨고..

    도데체 난 누굴 그리워하는가?
    무엇을 안타까워하고 아쉬워 하는가?

    이룰 수 없었던 사랑이기에
    놓아버린 인연..
    입신양명은 고사하고
    제 앞가림하기에도 매몰찬 겨울을
    두눈 앞에 두고서
    허둥대고 쩔쩔매는 내 뒷모습 보다도

    아무에게도 내세울 것 하나없는
    내 存在의 보잘 것 없음에
    밤 늦도록 거리를 헤메이다 돌아와,
    지쳐가는 내 영혼을 위로하려
    터억하니 소주 한병 놓고서
    지친 내 그림자에게 빈 잔을 권해본다.

    친구여! 자네도 한 잔하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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