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사상은 좁게는 유교의 사회참여에 반대해서 생긴 사상이며 크게는 인간의 물욕을 경계하는 가르침을 주요 내용으로 갖는다. 물질, 명예, 경쟁, 승리 같은 성공 일변도로 편성된 사회적 상식의 허점을 찾아내 이런 것들이 얼마나 인간을 힘들게 만들고 피폐화시키는 부질없는 것인지를 지적하면서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가르친다. 몸과 마음을 갉아먹으면서 얻어내는 물질과 성공의 이득보다 많은 것을 과감히 포기하고 얻는 마음의 평화가 훨씬 남는 장사라는 가르침이다. 존재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질만 갖추면 그 경계선을 넘지 않아야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이런 교훈의 스승으로 자연을 꼽아서 자연의 도의 원리를 닮고 따르도록 했다. 달리 보면 인간의 물욕의 주요 대상 역시 자연이기 때문에 자연을 정복대상이 아닌 스승으로 삼는 태도는 물욕을 경계하는 주요 전략이기도 했다.
노장사상이 한옥에 끼친 영향은 공간, 재료, 기예의 세 방향으로 요약할 수 있다. 공간에서는 비움의 미학이 대표적 예인데, 이것을 낳은 노장사상으로 무위, 무형, 무용의 3무사상을 들 수 있다. 무위란 ‘무위이무불위(無爲以無不爲)’의 약자로, ‘아무 것도 하지 않지만 하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다’내지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아야 하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다’라는 뜻이다. 무위에 이르는 구체적 전략으로 외관의 형상에 집착하지 말라는 무형과 쓰임새 같은 이기적 목적에 집착하지 말라는 무용을 들었다. 무형과 무용을 ‘무위이무불위’에 적용시키면 ‘형태를 버려야 진정한 형태에 도달할 수 있으며’, ‘쓰임새를 버려야 진정한 쓰임새를 얻을 수 있다’가 된다. 무엇인가를 잘해야 하고 형태를 잘 만들어내야 하며 확실한 쓰임새를 제시해야만 성공한 사람이고 좋은 집이라는 사회적 상식을 뒤집는 개념이다. 이것을 한옥에 적용시키면 집과 공간의 본질을 벽이 짓는 형상에 두지 않고 벽과 벽 사이의 진공상태에 둔 것이 된다. 한옥의 공간 특징을 얘기할 때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비움의 미학에 해당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