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적으로 이럴진대 모양도 마찬가지이다. 가지런히 쌓은 돌은 한국인 특유의 장난기나 상대주의 국민성에 견주면 심심하고 단조로울 뿐이다. 지루하고 싫증나서 견디기 쉽지 않을 테다. 들쑥날쑥, 울퉁불퉁 거려야 “담 좀 쌓았네” 싶다. 이런 버릇은 고스란히 남아서 심지어 왕실 한옥에서조차 담은 한 종류로 놔두지를 않는다. 땅과 닿는 맨 아래는 그런 곳이니까 큰 돌로 든든하게 방어를 친다. 그 바로 위는 억센 주먹 하나쯤 되는 정사각형을 쌓고 다시 그 위에 옆으로 긴 벽돌을 쌓는다. 벽돌조차 한 가지로 놔두지 못하고 위로 갈수록 작아진다. 전체를 보면 구성미와 어울림이 뛰어나다.
기단은 원래 땅의 덥고 찬 기운과 습기에서 집을 보호하기 위한 실용적 목적에서 쌓은 것이지만, 조형적으로 활용하기에 좋은 기회임을 놓치지 않는다. 왕실 한옥의 기단은 장대석을 가지런히 쌓지만 나머지는 정승 댁일지라도 막쌓기가 보통이다. 그래서 재료에 대한 태도는 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담에는 없는 추가 기능도 있다. 건물 전체를 높은 무대 위에 올려놓는 인위적 과시 기능, 댓돌, 문, 퇴 등과 어울려 휴먼 스케일의 자잘한 척도 변화를 일으키는 기능, 심심할 뻔했던 넓은 마당에 영역을 가르는 기능 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