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받은 묵주가 끊어져서 알을 채워 수리를 했습니다. 다시 축복을 받아야 하나요?
보통 가톨릭 신자들은 성물들을 구입하거나 선물 받으면 사제를 찾아가 ‘축복’을 받습니다. 옛날말은 ‘방사(放赦)’라고 하고, 잘못 사용하고 있는 말로는 ‘축성’이란 말이 있습니다. ‘축복’과 ‘축성’은 모두 성사와 유사한 은총의 방식인 ‘준성사’에 해당됩니다. 이중 ‘축복’이란 어떤 표지를 통하여 교회가 신자들의 영신적인 유익과 하느님의 은총을 받도록 하는 것이며, ‘강복’이나 ‘안수’도 이에 해당됩니다. 축복의 방식은 영적이고 현세적인 하느님의 은혜가 내리도록 사람이나 물건, 성물 등에 성수를 사용하거나 성호를 긋는 형식인데요, 청하는 이의 정성만이 아니라 교회 권위에 의해 그리스도 신비체 전체의 공로와 기도로써 그 효과를 얻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그리스도 신자들은 축복된 물건을 사용하여 기도함으로써 구원의 길과 성화되는 삶을 살아가기를 희망하며 열심히 기도합니다. 즉 사제로부터 받는 축복은 축복받은 사람이나 성물, 물건을 통하여 이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교회가 지향하는 하느님의 축복이 전해지기를 비는 것이지요. 이에 반해 ‘축성’은 성당, 사람, 성체, 김름 등에만 사용되는 말이며, 축복과는 엄연히 구분되는 단어입니다.
사실 축복(benedictio)은 축성(consecratio)과 함께 그 출발점은 주교의 권한(재치권)에 해당합니다. 양떼들에게 사도들의 권한으로 복을 빌어주고 영신적 힘을 전해 주는 것이 축복이며, 이는 신학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재치권자(교구장)의 교도권(가르침)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축복받아 사용하다가 파괴된 성물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그리고 손에 맞지 않는 묵주반지를 녹여서 새 묵주반지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지, 또 그 묵주반지는 다시 축복을 받아야 할지 이런 의문이 들 것입니다.
답을 드리자면 예전에 축복받은 성물이나 묵주반지라도 파손되거나 사용하기가 곤란한 경우라면 보수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일부 수리하거나 고쳤다고 해서 다시 축복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기존의 금속제품을 녹여서 새로운 다른 성물을 다시 제작했다든지 하는 등(예컨대 묵주반지) 그 본래 형태가 완전히 변화되었다면 새롭게 축복을 받을 수 있습니다. 녹이거나 변형될 때 따로 교회에 알리거나 사제에게 허락을 맡지 않아도 됩니다. 만일 완전히 파손되어 사용할 수 없는 성물이라면 조심히 태우거나 부수어 땅에 묻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가 성물을 보관하고 기도하는 것은 축복된 성물 자체의 효력 때문에 성물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성물을 통하여 주님을 기억하고 열심히 기도하기 위한 것임을 잊지 않도록 합시다.
[2017년 5월 14일 부활 제5주일 빛고을 4면, 한분도 베네딕토 신부(교포사목, 프랑스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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