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육을 꼭 지켜야 하나요?
육식을 금하는 금육재는 모든 신자들이 만 14세부터 죽을 때까지 해당되며 신자들의 영성적 삶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교회의 규율에 해당됩니다.
그리스도 교회에서 금요일에 육식을 금하는 관습은 이미 초세기부터 지켜져 내려왔습니다.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 동참하고 영적인 완적을 위한 고신극기의 의미를 가진 관습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이집트의 성 안토니오(250-356)와 그 제자들은 육식을 절제하고 빵, 물, 소금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습니다. 오늘날까지도 많은 관상수도회에서는 일 년 내내, 또는 거의 일 년 동안 금육을 하고 있답니다.
5세기에는 단식재도 의무였는데요, 사순기간 동안에 모든 신자들은 낮 동안은 단식을 하고 해가 진 후에 한 끼를 먹었습니다. 물론 이때도 연중 금요일에는 금육재를 지키기 위해 고기, 술, 우유, 계란, 생선, 기름도 금했습니다. 이후 생선과 기름이 제외되고 9세기부터는 우유와 계란 정도는 허용되었습니다.
이후 1966년에 교황 바오로 6세는 금육재에 관한 교령을 발표했습니다. 연중 금요일의 금육을 폐지하고 재의 수요일과 사순절 중 매주 금요일과 예수 수난 금요일에만 금육하도록 했는데요, 이는 현대 사회에서 금요일 금육재 실천이 잘 지켜지지 않고, 이에 따라 의미가 없는 것으로 판단해서 폐지한 것이 아닙니다. 금육을 하거나 그 대신 다른 선행을 행하거나 그 금액으로 이웃을 돕도록 좀 더 적극적인 방향으로 실천하도록 권유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 정신에 따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2002년 8월 1일에 “한국교회의 교회법 보완 규정”을 통해 “참회 고행의 날 규정”을 따로 발표했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연중 금요일 재는 금육이나 금주, 금연, 선행, 자선, 희생, 가족 기도로 지킬 수 있다.
2. 재를 지킴으로 절약된 몫은 자선 사업에 사용하도록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금육재라는 말은 옛말 ‘소재(小齋)’에서 바뀐 말인데요, 소재, 재계 등 교회의 오랜 가르침들은 주님의 사랑을 바탕으로 한 신자 개개인의 영신적 훈육을 위한 것이며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권유합니다. 따라서 그 규정 안에 들어있는 주님의 무한한 사랑을 느끼고 그것을 읽어 외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신자로서 해야 할 희생과 극기입니다. 그러므로 금육과 단식의 말마디에 쫓겨 맹목적으로 지키는 것보다는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자신과 이웃들의 죄를 보속하는 정신으로 스스로 절제하는 것이 금육과 단식의 올바른 정신이라고 하겠습니다.
[2017년 3월 12일 사순 제2주일 빛고을 4면, 한분도 베네딕토 신부(교포사목, 프랑스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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