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포도주는 미사주로 사용할 수 없나요?
미사를 거행할 때마다 사제는 빵과 포도주를 성체와 성혈로 축성합니다. 신자들은 성체를 모심으로써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고, 생명의 양식으로 세상에 복음을 전하는 힘을 얻게 됩니다.
미사 중 봉헌시간은 성찬전례의 시작을 알리게 되고, 예물행렬이 시작됩니다. 이때 가져가는 예물은 기본적으로 ‘빵과 포도주’입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주님의 잔치를 거행하기 위하여 언제나 방과 물을 섞은 포도주(vinum cum aqua)를 사용하여 왔습니다. 그리고 교회와 가난한 이들을 돕기 위해 신자들이 물질을 통해 봉헌에 참여를 합니다(「미사 총지침」 101항 참조). 이때 사제가 축성하게 될 예물인 빵(제병)과 포도주의 조건에 대해서는 몇 가지 지켜야 할 규정이 있습니다.
우선은 성찬전례 거행에 사용되는 빵과 포도주는 실제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어야 합니다(postulat). 성찬전례에 쓰이는 빵의 크기는 백성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는 사제가 미사 중에 실제로 제병을 여러 조각으로 떼어 나누고, 나눈 조각들을 적어도 몇 신자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을 만큼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성찬례 거행에 쓰일 빵은 순수하게 밀가루로 만든 신선한 것이어야 하며, 가톨릭 교회의 오랜 전통에 따라 누룩이 들어있지 않은 빵이어야 합니다. 이 모두는 성경에 근거한 규정입니다.
또한 성찬전례 거행에 쓰일 포도주는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으로 다른 물질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자연 포도주이어야 합니다(「미사 총지침」 322항). 그래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서는 미사주로 사용될 포도주를 따로 제조하여 각 성당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찹쌀이 들어 있는 떡이나, 다른 열매나 곡물로 만든 술로는 미사가 불가능합니다. 혹시 누룩이 조금이라도 들어있는 빵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나 집에서 만든 포도주, 혹은 시중에서 구입한 포도주를 사용할 경우라면 사제는 교구 직권자에게 허락을 득한 후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겠습니다.
본래 초기 교회에서는 미사 전에 신자들이 예물을 성당에 미리 가져다 놓았었습니다. 그러다가 신자들의 수가 늘면서 행렬이 생겼는데,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4세기에는 행렬 성가가 생겼습니다. 이후 11세기에는 신자들의 예물이 금전으로 바뀌었습니다. 중세기에는 행렬과 봉헌성가가 사라지고, 봉헌기도문만 남았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초기교회 모습을 찾고자 하는 노력에 의해서 봉헌행렬과 이때 부르는 성가가 되살아났습니다. 이렇게 예물 봉헌에도 큰 의미가 있는 만큼 단순히 헌금을 내는 행사(?)가 아닌 그리스도의 희생제사 준비의 의미를 잘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궁금해요, 전례’를 연재하는 한 분도 베네딕토 신부는 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전례학을 전공하고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교포사목을 하고 있다.
[2017년 1월 15일 연중 제2주일 빛고을 4면, 한분도 베네딕토 신부(교포사목, 프랑스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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