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01_04.jpg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에 있는 고려 말기의 향로.

향로란 절에서 마음의 때를 말끔하게 씻어주는 의미를 지닌, 향을 피우는데 사용하는 기구를 총칭하는 말로 화완, 향완이라고도 한다. 향로는 모양에 관계없이 향을 피우는 도구를 총칭하는 말이고, 화완·향완은 밥 그릇 모양의 몸체에 나팔 모양의 높은 받침대를 갖춘 향로만을 말한다.

이 향로는 높이 37㎝, 지름 51㎝로 금강산 표훈사장향로 다음가는 큰 작품이다. 몸통 표면 전체에 가는 은실로 무늬가 상감되어 있다. 넓은 테를 돌린 주발과 같은 신부(身部)와 위가 좁고 밑이 넓게 퍼진 나팔형의 굽이 달린 전형적 양식의 향로이다.

신부(身部)와 굽은 신부(身部) 내부 저면(底面) 중앙에서 연결시켰다. 표면 전체는 가는 은사(銀絲)로 무늬가 상감(象嵌)되어 있다. 곧 위에 붙어 있는 럽은 테의 표면에는 연화당초문(蓮華唐草文)이 있고 가장자리에는 당초문(唐草文)이 있으며 측면에는 뇌문(雷文)이 있다. 신부(身部) 중앙에는 서로 맞보는 네 곳에 이중의 원권(圓圈)을 돌리고 안에는 굵게 각 1자씩의 범자(梵字)가 있고 밖으로는 여의두문(如意頭文)이 돌려 있다.

남은 공간에는 화려한 보상화(寶相華) 줄기가 장식되었으며, 신부(身部)에는 두 줄의 윤곽선으로 된 긴 연판(蓮瓣)이 돌려 있는데, 그 중의 한 줄과 범자(梵字) 주위의 원권(圓圈) 두 줄 중 한 줄에 굵어서 단조로움을 덜고 있다. 굽은 위에 2단의 4분원 받침이 있는데, 이곳에서 연화당초문(蓮華唐草文)과 연주문(聯珠文)이 있고 그 밑, 곧 굽의 상단에는 굵은 선을 곁들인 2선으로 테두리를 잡은 복연(伏蓮)이 있고 그 밑에는 하엽문(荷葉文)이, 하단 돌기부에는 연화당초문(蓮華唐草文)이, 그 밑에는 다시 당초문(唐草文)이 있다.

외형이 당대 향로에 비하여 손색없는 좋은 비례를 보일 뿐 아니라 표면에 만루(滿鏤)되어 있는 무늬는 우아하며 입사(入絲)수법 또한 세련되어 정교함을 다하고 있다. 크기에 있어서도 금강산 표훈사장(表訓寺藏) 향로(높이 43.4cm)에 다음가는 대작이며 명문(銘文)에 있는 [지정(至正)]연간의 향로로서는 최고(最古)의 완호(完好)한 향로이다. 위의 테 뒷면에는 103자의 명문(銘文)이 역시 은입사(銀入絲)로 기록되어 있다. 명문 중의 [지정사년(至正四年)]은 고려(高麗) 충혜왕(忠惠王) 5년(1334)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