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50.jpg 전라남도 순천시 승주읍 죽학리 선암사仙巖寺 에 있는 고려 전기의 부도. 높이 2.51m.

부도는 불교 승려의 사리나 유골을 넣은 묘탑이다. 부도의 어원은 불타를 뜻하는 붓다(Buddha) 또는 불탑을 뜻하는 스투파(stupa)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에 불교가 들어온 뒤 주검을 화장하여 그 유골을 거두는 불교식 장례법이 생겨남에 따라 부도를 세우기 시작하였다.

특히, 통일신라시대에 중국 당나라에서 선종이 들어온 뒤 승려의 지위가 높아지고 각 9산선문에서 스승으로부터 제자에게로 법맥이 이어지면서, 불상보다는 조사들의 사리와 유골을 담은 묘탑이 예배 대상이 되어 많은 부도가 건립되었다.

 

선암사의 경내 중심부에서 북쪽으로 약 400m, 차(茶) 밭을 지나 올라가면 나오는 한적한 산중턱에 위치해 있는데, 원위치로 추정된다. 팔각원당형의 석조부도로 신라시대의 일반형부도를 잘 계승하고 있다.

팔각형의 지대석 위에 높직한 굄을 마련하여 기단부를 받고 있는데, 굄대의 측면에는 한 면 걸러 사자를 조각하여 모두 네 마리의 사자가 돌려져 있다. 하대석에는 구름문양을 굵게 가득히 돋을새김하였으며, 상면에는 널찍한 홈을 파 놓아 중대석이 그 가운데 들어앉은 형태이다.

그 중앙에는 반전이 있는 높직한 굄대를 마련하여 중대를 받고 있다. 중대석은 고복형(鼓腹形)으로 이루어져 상대석까지 1석으로 조성하였는데, 중대석의 하단은 반전 받침으로 줄어들었고 측면에는 4엽문양의 장식이 돌려져 있다.

상대석은 큼직한 8판의 앙련인데 상면에는 굽형 굄과 복련(覆蓮)이 있으며 이 위에 2단의 굄을 각출하여 탑신부를 받치고 있다. 탑신석은 각 면 양쪽에 우주(隅柱 : 모서리기둥)가 모각되고 앞·뒷면에는 문비(門扉 : 문짝)가 마련되었으며, 문비 안에는 자물통을 조각하였는데 앞면에는 좌·우에 인왕상을 배치해 놓았다.

8각의 옥개석은 정상부에서는 다소 경사를 이루고 있으나 중간부터는 평박해졌으며 낙수면은 각 면의 합각선이 뚜렷하고 그 전각에 이르러는 큼직한 귀꽃문을 장식해 놓았다. 상륜부는 앙화(仰花)·보륜(寶輪)·보개(寶蓋) 등을 구비하고 있으며 그 위의 부재는 파손 또는 결실되었지만 현재 남아 있는 상륜부재만으로도 원형을 짐작할 수 있다.

이 부도에서 주목되는 것은 기단부 하대 굄대의 측면에 사자가 조각되어 있는 점인데 이 사자상과 구름문양, 특히 연화문과 인왕상의 조각 등 각 부의 조성양식과 수법으로 보아 건조연대는 고려 전기로 추정된다. 상륜부에 다소의 파손 부분이 있으나 전체적으로 보아 완전한 편이며 당시의 석조건조물로는 우수작에 속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