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69.jpg 낙안읍성(樂安邑城) 남문지(南門址)에는 거석(巨石)의 중첩(重疊)과 함께 약간의 유지(遺址)를 남기고 있다. 남문으로 들어서면 주작대로(朱雀大路)가 열려 북상(北上)하게 되는데 이 집은 그 길의 첫 번째에 위치하였다.

집의 서변이 대로에 면해 있는데 왕래가 빈번하던 시절엔 요지(要地)였던 듯 여기에 점포를 내었다. 방물(方物)을 파는 소규모의 좌판이 있는 점포인데, 터전이 좁아서 더 크게 지을 수는 없었다. 대로가 한계가 되었고 남문성루(南門城壘)와 성벽에 가로막힌 곳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 놓칠 수 없는 요지의 좁은 터전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심하다 전자형(田字形)의 평면으로 구성(構成)하였는데 이런 평면형은 성내에선 다시 찾아볼 수 없는 유일한 것이다.

점포는 1간넓이로 서변은 주작대로에, 10768.jpg 북변은 골목에 면하여서 두쪽의 벽을 터서 좌판을 벌릴 수 있었다. 빈지들인문을 열면 곧 좌판에 진설(陳設)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다. 점포의 동쪽에 방 1간이 있고 이 방 동편 밖으로 뜰마루처럼 생긴 퇴가 있다. 점포의 남쪽으로도 방 1간이 있으며 방 바깥에는 반반간(半半間)넓이의 툇마루가 있는데 고설(高說)되어서 내루(內樓)와 같은 분위기이다. 이 구성은 매우 흥미있다. 점포 동편방은 안방이고 이 방은 사랑방인 셈인데 두 방에 접합되는 부엌이 있어 양쪽방에 불을 지필 수 있다. 부엌의 남쪽벽 바깥쪽은 상하의 수장공간(收藏空間)이다. 시렁을 매어 상부에도 올려 놓을 수 있게 되었다. 부엌의 동쪽은 토상(土床)이다. 안방 밖의 툇마루가 뜰마루처럼 된 형상이면서 부엌쪽으로 더 시설되어서 토상은 좁아진 상태이다. 극히 질박한 구성이면서도 쓸모있게, 흥취있게 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