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지름길
나는 무엇보다도 여러분이 인간으로서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극단으로 표현한다면,
설령 돈도, 지위도, 권력도, 명예도 얻는데 다 실패할지라도,
또 얻은 것도 잃는 경우가
생길지라도(생각해 보면 우리는 언젠가는 이것을 잃을 텐데도) 그때에도
내적풍요를 지니며 살 수 있는 사람,
이른바 진실되고 사랑에 가득한
참된 인간의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왜? 인간은 빵만으로 살게 되어 있지 않고,
진리, 정의, 사랑 등 정신적 가치를 지니며 살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정신적 가치는 결코 추상적인 것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인간관계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요,
홀로 있어도 찾고 얻어야 할 가장 구체적이고 기본적인 것입니다.
그것은 가장 살아있는 것이요, 가시지 않는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참 존재입니다.
저는 결국 이것은 하느님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인간은 하느님을 섭취하면서 살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무엇으로 증거하느냐? 저는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적으로 냉정히 살펴볼 때,
우주 만물을 보고 그것을 움직이는 이치,
물리·화학적 자연법이 어디서 왔는가라고 깊이 생각해 볼 때,
무엇보다도 그 안에 유일하게 생각하고 의식할 수 있는
인간의 신비나 자기 자신의 신비스러움을 볼 때,
그 속에서도 나의 마음 속 깊이에서 언제나 선한 것을 권하고,
악한 것을 피하는 양심의 소리를 들을 때,
저는 하느님을 믿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그것이 합리적임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간은 양심의 소리,
도덕률을 따라서 살 때 참으로 인간다운 인간이 됩니다.
종교인으로서 으레 하는 말이라고 제쳐놓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떠나서 인간 성숙을 본 일이 있습니까?
지식은 많으나 마음이 비어 있는 인간, 돈은 많으나 비양심적인 인간,
그런 인간 속에 참된 인간다움을 본 일이 있습니까?
이런 사람은 자신도 불행하고 남도 불행하게 만듭니다.
그러기에 "양심에 따라서 진실되이 사는 사람이 될 때에 참으로 행복합니다."
이것은 쉽지 않습니다.
바보 취급도 받고, 시련도 많고, 박해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좌절하지 말고,
실패했어도 다시 일어서서 꾸준히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
그가 참 인간입니다.
사회를 향상시키고 역사를 빛내는 사람들은 바로 이런 사람들입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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