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자유와 책임의 조화 / 김수환 추기경

문성식 2011. 11. 23. 20:03

     
    
      자유와 책임의 조화 우리 인간은 이성적 존재이니 만큼 감정에 흐르지 않고 이성에 따라 사는 것이 필요합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불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옳은 말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초가삼간을 태울까 너무 지나치게 염려한 나머지 빈대 잡는 것마저 중단해서는 안됩니다. 현실적인 것은 빈대는 빈대대로 잡고 초가삼간을 살리는 것입니다. 사람을 무는 빈대가 없는, 보다 살기 좋은 집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 길을 가는 것이 이성적인 삶을 살 줄 아는 인간입니다. 우리가 오늘날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이같이 인간으로서 이성과 감성을 조화시키는 것입니다. 정의와 사랑의 조화, 정의를 끝까지 추구하되 결코 사랑을 잊지 않을 뿐 아니라 사랑에 뿌리를 둔 정의, 궁극적으로 참사랑만이 부정과 불의를 치유할 수 있다는 신념에서 움직이는 정의 구현 노력, 이것이 필요합니다. 또 자유와 책임의 조화, 자유가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 중 하나임은 사실이지만, 그 자유에는 반드시 윤리적 책임이 따릅니다. 그렇지 못하면 자유는 방종이요, 무절제요, 결국에 자유는 사라지고 맙니다. 우리의 자유를 참으로 인간적인 자유로 더욱 심화시키고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그 자유가 깊이 진리에 뿌리를 박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전체와 개체의 조화입니다. 개체를 무시하는 전체주의를 우리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전체를 무시한 이기적 개인주의도 마찬가지로 배격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개체와 전체의 조화가 있고 자유와 책임의 조화가 있는 삶을 살 줄 아는 것이 진정 인간적인 삶이요, 그런 사회는 진정으로 가치와 생명력으로 충만한 사회입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