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참사랑의 실천 / 김수환 추기경

문성식 2011. 11. 23. 20:22

      참사랑의 실천 불행히도 오늘날 가정은 큰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가정이 무너져 가고 있습니다. 이혼율이 날로 늘어나고 결손 가정이 늘어나며, 법적으로는 부모가 있지만 실제로는 고아처럼 버림받은 처지에 놓인 아이들이 늘어납니다.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른바 동방예의지국이니 가족주의적인 나라이니 하는 우리 한국의 이야기입니다. 왜 이렇게 되었습니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근본적으로는 사랑의 부족이요, 더 구체적으로는 참사랑의 결핍입니다. 돈·권력·섹스가 현대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말을 넘쳐흐르도록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온갖 노래가 사랑을 구가하고 모든 신문·소설·여성 잡지들이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그 대부분은 이른바 에로스(Eros) - 에로틱한 사랑, 달리 표현하면 남녀 간의 자유분방한 성애(性愛)입니다. 이런 사랑을 추구하고 강조하는 사람들은 그것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이고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사랑이라고 주장합니다. 어떤 표현의 자유도 제한되어서는 안된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그런 사랑은 사실은 성적 충동, 이른바 섹스의 놀이이지 참사랑은 아닙니다. 이런 사랑은 책임질 줄을 모릅니다. 이런 사랑은 상대를 존중할 줄 모르고, 상대를 받아줄 줄 모르고, 상대의 고통이나 아픔을 나눌 줄 모르고, 상대를 용서할 줄 모릅니다. 상대를 자기만족의 도구로 볼 뿐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우리 서로 사랑할 줄 알아야 함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따뜻한 동정심과 치절한 마음과 겸손과 온유와 인내로 마음을 새롭게 하여 서로 도와주고 피차에 불평할 일이 있더라도 용서해 주십시오. 주님께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서로 용서해야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랑을 실천하십시오. 사랑은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 완전하게 합니다"(골로 3,12-13) 여기서의 사랑은 이른바 '섹스'로 표현되는 현대인의 사랑이 아니라 서로 참아 주고 용서할 줄 알며 받아 주고, 아픔까지도 나눌 줄 아는 사랑을 말합니다. 궁극적으로 주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신 그 사랑입니다.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께서 우리를 한없는 사랑으로 지으시고 구하시는 그 사랑을 깊이 깨닫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버지이신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구하기 위해 외아들을 내놓으셨고, 외아들 그리스도께서는 같은 사랑으로 당신을 비우시고 낮추시어 사람이 되어 오셨고 죽기까지 하셨습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