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스님 어록

나를 지켜보는 시선 /법정 스님

문성식 2011. 4. 30. 15:33

     
    
        나를 지켜보는 시선 이 세상을 고통의 바다라고 했듯이, 산다는 것은 즐거움과 함께 고통이 있게 마련이며, 살아남는다는 것은 고통 속에서 그 의미를 찾아내는 일이다. 외람되지만 나는 내가 살아온 길목마다 내 등뒤에서 나를 속속들이 지켜보는 '시선'이 있음을 굳게 믿는다. 그 시선은 이따금 내가 게으름을 피우거나 엉뚱한 생각을 할 때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때로는 꿈속에서 그 목소리가 나를 불러 깨울 때도 있다. 그 시선은 지금 살아 계시거나 이미 돌아가신 우리들의 어머니나 아버지일 수도 있고 할머니나 할아버지일 수도 있다. 혹은 사람마다 그림자처럼 따르고 있는 수호천사일 수도 있고 하느님이나 부처님일 수도 있다. 무어라고 부르든 이름에는 상관없이 그 시선은 늘 나를, 그리고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그 시선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고통을 비극적인 모습이 아니라 자랑스럽고 꿋꿋하게 이겨나가는 모습으로 보고 싶어할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길게 말할 것도 없이, 이 세상일은 돌발적으로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제 손으로 뿌려서 제 손으로 거두는 인과관계의 고리로 드러난다. 그렇다면 새로운 씨를 뿌려서 새로운 열매를 거둘 수 있다는 논리다. 그동안 물신(物神)에 현혹되어 빗나간 우리들의 인성이, 오늘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제자리로 돌아오려면 먼저 삶의 가치가 새롭게 정립되어야 한다. 사람이 무엇 때문에 사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사람다운 삶인지, 근원적인 물음 앞에 마주서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할 일은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나누는 것이다. 어려운 이웃을 보살피는 일이야말로 사람의 도리이고 인간이 도달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다. 우리들에게 구원이 있다면 추상적인 神이나 부처를 통해서가 아니라 이웃에 대한 따뜻한 보살핌을 통해서, 그리고 그 보살핌 안에서 이루어진다. - 법정 스님 <오두막 편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