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스님 어록 3106

죽이지 말자. 죽게 하지도 말자

죽이지 말자. 죽게 하지도 말자 내 오두막에서 듣는 바깥 세상 소식은 오로지 라디오를 통해서다. 맨날 비슷비슷한 사건과 사고로 엮어지기 때문에 귀기울여 들을 것도 없지만,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이라 습관적으로 아침 저녁 식탁에서 뉴스를 듣게 된다. 또 끔찍한 살인의 소식이다. 아버지가 어린 세 자녀를 죽여 암매장했다고 한다. 어찌하여 우리 시대에 와서 이런 끔찍한 일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지, 같은 인간의 처지에서 참담하고 부끄럽기만 하다. ○생명은 신성한 우주 자기가 낳은 자식이라 할지라도 그 아이는 부모의 것이 아니다. 그럴만한 인연이 있어 그 부모를 거쳐서 이 세상에 나온 것이다.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동물이건 식물이건 간에 그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신성한 우주다. 부부간의 갈..

범정스님 어록 2022.06.18

사람의 자리를 지키라

사람의 자리를 지키라 얼마 전 큰절 원주 스님이 광주로 장보러 가는 길을 구경삼아 따라가본 일이 있습니다. 여기저기 정신없이 다니다가 맨 마지막으로 들른 곳이 채소와 과일과 식료품을 파는 가게였습니다. 그때 문득 떠오른 것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것을 먹고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시장에는 그야말로 없는 것이 없습니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가짓수가 그토록 많은가 싶으니 먹지 않아도 뱃속이 그득하게 불러오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사람의 식성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에게는 즐겨 먹는 음식이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먹히지 않는 수도 있습니다. 가령, 우리처럼 채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한테는 푸줏간이나 생선가게 혹은 건어물이나 젓갈을 파는 곳은 인연이 멉니다. 그 앞을 지나칠 때면 섬뜩한 생각이 ..

범정스님 어록 2022.06.11

사랑이란?

사랑이란? 사랑을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지극히 일상적이고 사소한 마음씀이 바로 사랑입니다. 낯선 이웃에게 너그러워지는 일이 사랑입니다. 낯선 이웃에게 따뜻한 미소를 보내는 것, 이것도 사랑입니다. 부드럽고 정다운 말씨를 쓰는 것, 이것도 사랑입니다. 바로 이런 일상적인 실천들이 모두 친절이고 사랑입니다. 다시 말하면, 사람으로서 그 도리를 다하는 것이 친절이고 사랑입니다. 마음만 열려 있으면 우리는 늘 그렇게 살 수 있습니다. 마음이 겹겹으로 닫혀 있기 때문에 그런 씨앗을 내 자신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걸 펼쳐 보이지 못하는 것입니다. 너는 너, 나는 나, 이렇게 단절되어 살고 있기 때문에 사랑을 보지 못하고 행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 법정 스님 글 중에서 =

범정스님 어록 2022.06.11

좋은 말

좋은 말 우리는 좋은 말을 듣기 위해 바쁜 일상을 쪼개어 여기저기 찾아다닌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번번이 실망한다. 그 좋은 말이란 무엇인가? 또 어디에 좋은 말이 있는가? 그리고 무엇 때문에 그 좋은 말을 듣고자 하는가? 아무리 좋은 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할지라도 내 자신이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그 어떤 좋은 말도 내게는 무의미하고 무익하다. 좋은 말은, 좋은 가르침은 사람의 입을 거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우주 만물이 매 순간 그때 그곳에서 좋은 가르침을 펼쳐 보이고 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얼마나 많은 좋은 말을 들어 왔는가. 지금까지 들은 좋은 말만 가지고도 누구나 성인 되고도 남을 것이다. 말이란 그렇게 살기 위한 하나의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의 삶에 이어지지 않으면 ..

범정스님 어록 2022.06.11

진정한 인간의 가치

진정한 인간의 가치 스승 앞에 한 제자가 찾아와 물었습니다. "인간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입니까?" 스승은 그에게 진귀한 보석 한 개를 주면서 말했습니다. "이 보석을 시장으로 가져가 값을 물어보아라. 그러나 어떤 값에도 팔지는 말아라." 제자는 맨 먼저 과일 가게로 가서 주인에게 물었습니다. "이 보석에 대한 대가로 무엇을 주시겠습니까?" 주인은 "오렌지 주 알을 주리다." 다음으로 그는 감자를 파는 상인한테 갔습니다. 그 상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보석을 내게 준다면 감자 네 근을 주겠소." 그는 이번에는 대장간으로 갔는데 보석상을 한 경력이 있어 그 보석을 보자 욕심을 내며 당장 500루피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제자는 몇 군데를 거쳐 그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보석상에 들르게 되었습니다. 이 보석..

범정스님 어록 2022.06.11

입 안에는 말이 적고 마음에 일이 적고

입 안에는 말이 적고 마음에 일이 적고 입 안에는 말이 적고 그러고 보면 말이 참 많았습니다. 하지 말았어야 할 말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말들, 하고 나서 곧장 후회되는 말들, 혹은 할 때는 몰랐지만 시간이 흐른 뒤 허물을 느끼는 말들, 숱 한 말이 흐른 뒤에는 늘 상 그렇듯 공허함과 후회가 뒤따릅니다.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마구 끄집어 내면 후련해야 하는데 아무리 끄집어 내어 보아도 남는 것은 허한 마음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말로 인해 후회되는 일이 참 많 습니다. 후회하지만 사람 앞에 서면 또 한없이 늘어 놓게 됩니다. 그러고는 또 한 번 '아차' 하는 마음이 들지만 늦었습니다. 말에는 많은 허물이 따릅니다. 그저 그런 말,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인 말들은 별 일 아니라 생각할 수도 있..

범정스님 어록 2022.06.11

진정한 인간의 가치

진정한 인간의 가치 스승 앞에 한 제자가 찾아와 물었습니다. "인간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입니까?" 스승은 그에게 진귀한 보석 한 개를 주면서 말했습니다. "이 보석을 시장으로 가져가 값을 물어보아라. 그러나 어떤 값에도 팔지는 말아라." 제자는 맨 먼저 과일 가게로 가서 주인에게 물었습니다. "이 보석에 대한 대가로 무엇을 주시겠습니까?" 주인은 "오렌지 주 알을 주리다." 다음으로 그는 감자를 파는 상인한테 갔습니다. 그 상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보석을 내게 준다면 감자 네 근을 주겠소." 그는 이번에는 대장간으로 갔는데 보석상을 한 경력이 있어 그 보석을 보자 욕심을 내며 당장 500루피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제자는 몇 군데를 거쳐 그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보석상에 들르게 되었습니다. 이 보석..

범정스님 어록 2022.06.04

기독교의 사랑과 불교의 자비

기독교의 사랑과 불교의 자비 어느 한 가지만을 전부라고 고집하면 나무 전체를 볼 수 없습니다. 이런 비유가 있습니다. 히말라야 산에 오르는 길에는 여러 가지 루트가 있습니다. 길은 달라도 다 정상으로 통하는 루트들입니다. 그런데 자기가 오르는 루트만이 가장 옳다고 고집하면 결국에는 히말라야 산에 못 오르게 됩니다. 우리는 자기가 믿는 어떤 한 가지 종교를 통해서 마침내 모든 종교를 이해하는 세계에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자기가 믿는 어떤 한 종교라는 것은 나무로 치면 가지와 같은 것입니다. 따라서 어느 한 가지만을 전부라고 고집하면 나무 전체를 볼 수 없습니다. 이것은 인도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하트마 간디가 즐겨 쓰던 비유입니다. 내가 믿는 종교만 최고라고 생각하는 독단적인 벽만 극복할 수 있다면 모..

범정스님 어록 2022.06.04

침묵의 세계에

침묵의 세계에 우리가 인간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수준은 더 물을 것도 없이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들 삶의 자체가 확고한 기반 위에 서야 한다. 안팎으로 어지러울 때에는 신앙인이 아니라도 기도할 줄 알아야 한다. 기도는 말로써 하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귀기울이는 일, 입을 다물어야 깊은 뜻을 지닌 말씀을 들을 수 있다. 침묵은 근원으로 돌아가는 길이니까. 이따금 우리들은 자신을 탐구하기 위해 침묵의 세계에 기댈 필요가 있다. = 법정 스님 글 중에서 =

범정스님 어록 2022.06.04

"부드러움의 힘" 설해목(雪害木)

"부드러움의 힘" 설해목(雪害木) 해가 저문 어느날, 오막살이 토굴에 사는 노승 앞에 더벅머리 학생이 하나 찾아왔다. 아버지가 써 준 편지를 꺼내면서 그는 사뭇 불안한 표정이었다. 사연인즉, 이 망나니를 학교에서고 집에서고 더 이상 손댈 수 없으니, 스님이 알아서 사람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물론 노승과 그의 아버지는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편지를 보고 난 노승은 아무런 말도 없이 몸소 후원에 나가 늦은 저녁을 지어 왔다. 저녁을 먹인 뒤 발을 씻으라고 대야에 가득 더운 물을 떠다 주었다. 이때 더벅머리의 눈에서는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아까부터 훈계가 있으리라 은근히 기다려지기까지 했지만 스님은 한 마디 말도 없이 시중만을 들어 주는데에 크게 감동한 것이다. 훈계라면 진저리가 났을 것이다...

범정스님 어록 2022.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