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스님 어록 3105

깨어 있는 사람

깨어 있는 사람 행복은 단순한 데 있다. 가을날 창호지를 바르면서 아무 방해 받지 않고 창에 오후의 햇살이 비쳐들 때 얼마나 아늑하고 좋은가 이것이 행복의 조건이다. 그 행복의 조건을 도배사에게 맡겨 버리면 스스로 즐거움을 포기하는 것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자기가 해야 한다. 도배가 되었든 청소가 되었든 집 고치는 일이 되었든 내 손으로 할 때 행복을 경험한다. 그것을 남에게 맡겨 버리면 내게 주어진 행복의 소재가 소멸된다. 행복하려면 조촐한 삶과 드높은 영혼을 지닐 수 있어야 한다. 몸에 대해서는 얼마나 애지중지하는가. 얼굴에 기미가 끼었는가 안 끼었는가. 체중이 얼마나 불었는가 줄었는가에 최대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나 자신의 정신의 무게가, 정신의 투명도가 어떤가에는 거의 무관심이다. 내 정..

범정스님 어록 2022.08.06

직선과 곡선

직선과 곡선 사람의 손이 빚어낸 문명은 직선이다. 그러나 본래 자연은 곡선이다. 인생의 길도 곡선이다. 끝이 빤히 내다보인다면 무슨 살맛이 나겠는가. 모르기 때문에 살맛이 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곡선의 묘미이다. 직선은 조급, 냉혹, 비정함이 특징이지만 곡선은 여유, 인정, 운치가 속성이다. 주어진 상황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 그것 역시 곡선의 묘미이다. 때로는 천천히 돌아가기도 하고 어정거리고 길 잃고 헤매면서 목적이 아니라 과정을 충실히 깨닫고 사는 삶의 기술이 필요하다. = 법정 스님 글 중에서 =

범정스님 어록 2022.08.06

수도자가 사는 집

수도자가 사는 집 선정 삼매禪定三昧가 충만하길 빕니다. 건성으로 앉아 있지 말고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낱낱이 살펴보십시오. 마음과 몸을 편안하게 하고 순간순간 기쁨이 배어 나오도록 해야 합니다. 정진은 의무적인 행위가 아니라 침묵 속에 떠오르는 삶의 향기입니다. 중심이 잡히면 말이 필요없게 됩니다. 즐겁게 정진하는 것이 안거安倨입니다. (여여선당如如禪堂에 보낸 편지에서) 서산대사의 에 이런 법문이 있다. '출가하여 수행자가 되는 것이 어찌 작은 일이랴. 편하고 한가함을 구해서가 아니며, 따뜻이 입고 배불리 먹으려고 하는 것도 아니며, 명예나 재산을 구해서도 아니다. 오로지 생사의 괴로움을 벗어나려는 것이며, 번뇌의 속박을 끊으려는 것이고, 부처님의 지혜를 이으려는 것이며, 끝없는 중생을 건지려..

범정스님 어록 2022.08.06

인생 교훈 몇 가지

인생 교훈 몇 가지 누구와 함께 자리를 같이할 것인가. 유유상종, 살아있는 것들은 끼리끼리 어울린다. 그러니 자리를 같이 하는 그 상대가 자기의 한 분신임을 알아야 한다. 당신은 누구와 함께 자리를 같이 앉는가? 새벽달은 게으른 사람들에게는 만나보기 어렵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하루 스물네 시간이지만 그 시간을 유용하게 쓸 줄 아는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자연의 은혜다. 우리가 불행한 것은 가진 것이 적어서가 아니라 따뜻한 가슴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따뜻한 가슴을 잃지 않으려면 이웃들과 정을 나누어야 한다. 행복은 이웃과 함께 누려야 하고 불행은 딛고 일어서야 한다. 어떤 사람이 불안과 슬픔에 빠져 있다면 그는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의 시간에 아직도 매달려 있는 것이다. 또 누가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범정스님 어록 2022.08.06

꽃과의 대화

꽃과의 대화 서로의 향기로써 대화를 나누는 꽃에 비해 인간은 말이나 숨결로써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꽃이 훨씬 우아한 방법으로 서로를 느낀다. 어느 해 가을, 개울가에 다른 꽃은 다 지고 없는데 용담이 한 그루 홀로 남아 있었다. 나는 그 꽃 속이 어떻게 생겼는지 몹시 궁금했다. 입다물고 있는 용담의 꽃봉오리에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나는 네 방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데 한 번 보여주지 않을래?' 하고 청을 했다. 다음날 무심코 개울가에 나갔다가 그 용담을 보았더니 놀랍게도 꽃잎을 활짝 열고 그 안을 보여 주었다. 어떤 대상을 바르게 이해하려면 먼저 그대상을 사랑해야 한다. 이쪽에서 따뜻한 마음을 열어 보여야 저쪽 마음도 열린다. 모든 살아 있는 존재는 서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 법정 스님의..

범정스님 어록 2022.08.06

용서는 가장 큰 수행입니다

용서는 가장 큰 수행입니다 “그대가 시인이라면 종이안에 떠다니는 구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틱낫한 스님의 글을 소개하면서 법회는 시작되었습니다. 구름이 비를 뿌리고 그 비로 나무가 자라고 나무는 종이를 만들 듯이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서로의 관계속에서 이루어지지 독립된 존재는 없습니다. 한 장의 종이를 통해 떠다니는 구름을 보게 되듯이 구름은 종이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면서도 저 마다 독특한 세계를 지니며 존재하고 그 존재들은 전 생명을 바쳐 각자의 역할들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서양사람의 사고방식은 인간중심의 오만함으로 지구를 황폐화시켜 지구상의 생명들을 사라지게 하고 있습니다. 새들과 고기들이 사라지고 있고, 결국은 사람들도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

범정스님 어록 2022.07.24

인간의 배경

인간의 배경 인간은 누구나 숲이나 나무 그늘에 들면 착해지려고 한다. 콘크리트 벽 속이나 아스팔트 위에서는 곧잘 하던 거짓말도, 선하디 선하게 서 있는 나무 아래서는 차마 할 수가 없다. 차분해진 목소리로 영원한 기쁨을 이야기하고, 무엇이 선이고 진리인가를 헤아리게 된다. 소음의 틈바구니에서 분주히 뛰어다니고 있는 일상의 자신이 훤히 드러나 보인다. 인간의 배경은 소음과 먼지에 싸여 피곤하기만 한 도시의 문명일 수 없다. 나무와 새와 물과 구름, 그리고 별들이 수놓인 의연한 자연임을 알 수 있다. 사람은 자연으로부터 그 질서와 겸허와 미덕을 배워야 한다. = 법정 스님 글 중에서 =

범정스님 어록 2022.07.24

기도

기도 기도는 하루를 여는 아침의 열쇠다. 기도는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의 빗장이다. 기도는 인간의 마지막 자산이다. 기도는 인간의 간절한 소망이다. 기도는 영혼의 양식이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내 자신.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내 자신이고, 내가 사랑하는사람도 내 자신이며, 내가 싫어하는 사람도 내 자신이다. 내가 변하지않고는, 아무 것도 변하는 게 없다. 내 인생은 내가 만든다. 내가 빛이나면, 내 인생은 화려하고, 내가 사랑하면, 내 인생은 행복이 넘치며, 내가 유쾌하면, 내 인생엔 웃음꽃이 필 것이라... 처마 끝 바람의 길목에 바라춤 추는 물고기 동종 하나 제 안에 갇힌 소리, 쟁쟁한 부처님 말씀인 듯 비울수록 맑게 울릴수록 널리 퍼져 바람의 경전을 읊는다. = 법정 스님 글 중에서 =

범정스님 어록 2022.07.24

수행의 이유

수행의 이유 우리가 수행을 하는 것은 새삼스럽게 깨닫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깨달음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닦지 않으면 때 묻기 때문이다. 마치 거울처럼, 닦아야 본래부터 지니고 있는 그 빛을 발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든 자기 자신 안에 하나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그 마음 밑바닥에서는 고독한 존재이다. 그 고독과 신비로운 세계가 하나가 되도록 안으로 살피라. 무엇이든 많이 알려고 하지 말라. 책에 너무 의존하지 말라. 성인의 가르침이라 할지라도 종교적인 이론은 공허한 것이다. 진정한 앎이란 내가 직접 체험한 것, 이것만이 내 것이 될 수 있고 나를 형성한다. = 법정 스님의 잠언집에서 =

범정스님 어록 2022.07.24

생활의 규칙

생활의 규칙 하루 한 시간은 조용히 앉아 있는 습관을 들여라. 푹신한 침대가 아닌 딱딱한 바닥에서 잠을 자라. 이런저런 생각 끝에 잠들지 말고 조용히 명상을 하다가 잠들도록 하라. 간소하게 먹고 간편하게 입으라. 사람들 하고는 될 수 있는 한 일찍 헤어지고 자연과 가까이 하라. 텔레비전과 신문을 무조건 멀리하라. 무슨 일에나 최선을 다하라. 그러나 그 결과에는 집착하지 말라. 풀과 벌레들처럼 언젠가는 우리도 죽을 것이다. 삶다운 삶을 살아야 죽음다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음을 명심하라.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하루 24시간이다. 이 24시간을 어떻게 나누어 쓰는가에 따라 그 인생은 얼마든지 달라진다. 바쁘고 고단한 일상이지만 하루 한 시간만이라도 조용히 앉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습관을..

범정스님 어록 2022.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