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건강 상식

내 몸의 주인은 바로 나 자신 - 여성의 생리와 생리 불순

문성식 2011. 3. 20. 15:10

내 몸의 주인은 바로 나 자신 - 여성의 생리와 생리 불순

李七而 天癸至 任脈通 太衝脈盛 月事以時下
(이칠이 천계지 임맥통 태충맥성 월사이시하 고유자)

 

천계(天癸)란 현대의학으로 치자면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성선자극 호르몬에 해당한다. 그리고 태충맥(太衝脈)은 월경을 주관하는 경락이고, 임맥(任脈)은 임신을 주관하는 경락이다.

 

즉, 여자 나이 14세(2ⅹ7=14세, 한의학에서는 여성을 ‘7’ 이라는 숫자로 설명한다)가 되면 임맥과 충맥의 기능이 왕성해져서 월경을 시작하고, 곧 임신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이는 한의학 최고의 고전인 <황제내경>에 나오는 말이다. 이미 임신이 가능한 몸이라면, 최소한 그때부터는 성인이 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생리는 왜 생기는지, 어떻게 생기는지, 여성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앞으로 살아가면서 어떤 생리적 변화를 거치는지 관심을 갖고 공부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것은 그야말로 자기 몸에 대한 ‘직무 유기’ 다.

 

그렇게 막연한 가운데 어느 날 갑자기 덜컥 ‘결혼’ 이라는 제도 속에 던져졌을 때,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혼란에 빠지는가?내 몸의 주인은 바로 나 자신이다. 엄마가 대신 생리를 해주는 것도 아니고, 남편이 대신 아이를 임신해줄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은 내 몸에서 일어나므로, 성과 임신, 출산, 폐경 등 여성이 일생 동안 거쳐가는 과정들을 미리 공부해두자. 그리고 그 중 가장 먼저 해야 할 공부가 바로 자기 몸에 대한 공부라는 사실을 기억할 것. 

생리, 또는 월경(月經).
월경은 한자나 라틴어 모두 달을 의미하고 있다. ‘달(月)을 지나다(經)’ 라는 뜻과 라틴어 ‘멘스(menstruation)’의 ‘달마다’ 란 뜻에서 여성의 생리와 달의 주기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여성의 월경은 달의 차고 기우는 주기와 맞아떨어진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인체는 ‘소우주(小宇宙)’ 라고 하는데, 여성의 몸이야말로 우주적인 존재라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가? 

여성은 왜 그렇게 지겹도록 다달이 피를 뿜어내야만 하는 것일까?
그 첫 번째 열쇠는 ‘배란(排卵)’ 이다. 여성의 자궁에는 난소가 양쪽에 한 개씩 달려 있는데, 여성의 나이 약 10세 이후부터는 난소 속에 있는 난자가 성숙해서 28~31일 주기로 배출된다. 이것이 배란이다. 오른쪽과 왼쪽 난소가 한 번씩 번갈아 가면서 난자를 배출하는 것이 배란의 특징이다.배란기만 되면 팬티에 달걀 흰자위 같은 분비물이 묻어 나오는데, 걱정할 것 없다.

 

원래 자궁경부(질에서 자궁으로 들어가는 입구)로 세균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생긴 물질이 떨어져 나오는 것뿐이니까.배란이 되는 시기에 정자가 자궁 속으로 들어오면 ‘수정’이 된다. 이 수정란이 열 달 동안 뱃속에서 자라 아기가 되는 것이다.

 

생리기간 때 몸 밖으로 배출되는 피는 사실 자궁이 수정란을 위해 모처럼 마련한 침대(寢臺)다.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이 되면 자리잡고 열 달을 보낼 침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자궁 내막(자궁의 내부를 덮고 있는 점막)이 알아서 피를 모아 비후(肥厚)되는 것이다.한데, 때가 되어도 정자가 들어오지 않으면? 유효 기간이 지난 난자와 침대는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다.

 

그래서 질을 통해 자궁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긋지긋하게 견뎌내고 있는 생리혈이다.

 사실 생리를 한다는 건 냄새나고, 아프고, 신경 쓰이고, 정말 싫은 일이다.“생리여, 제발 좀 없어져라!” 사춘기 때 난 이런 주문을 외우기까지 했다. 내가 여자라는 사실이 지겹고 싫었던 것이다. 그러나 의사의 길을 걸으며 몸에 대한 공부를 하다 보니, 내 몸이 그렇게 기특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내 몸이 저 혼자 알아서 꼬박꼬박 난자를 배출하고, 수정란을 위한 침상을 마련하고, 그게 필요 없어지면 알아서 밖으로 내보내는 것은 그야말로 자연의 섭리다. 매달 새 생명을 잉태시키기 위해 시스템을 풀가동하는 여성의 몸. 그 몸을 갖고 태어났다는 것 자체를 자랑스러워 해야 하지 않을까? 그 자랑스러운 몸으로 가족의 2세뿐만 아니라 이 사회의 차세대를 낳고 기른다는 것은 더더욱 자랑스러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생리가 몇 달째 안 나온다거나 갑자기 너무 자주 한다거나, 양이 갑자기 줄었다거나 하면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는 적신호다. 곧바로 몸 상태를 체크해 보아야 한다.한방에서는 생리 불순의 원인을 ‘간기(肝氣) 울결(?結)’로 본다. 말 그대로 간의 기운이 뭉치고 막혔다는 얘기다. 음식을 먹고 체했을 때 위장이 얹힌 음식이 소화되지 않으면 숨 쉬기가 곤란할 정도로 아프듯, ‘기(氣)’도 체하거나 막히면 우리 몸에 병을 불러일으킨다.

 

간의 기운이 막히는 가장 큰 원인은 과로와 스트레스. 생리 예정일이 다가오는데 이사를 가게 생겼다거나, 중요한 약속이 있다거나 하면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막상 그날이 닥치고 보면 생리를 안 하는 수가 많은데, 바로 지나치게 신경을 쓴 것이 간의 기운을 손상시켜 그것이 생리 기능에까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방에서는 평소 7정(七情: 기쁨, 성냄, 걱정, 생각, 슬픔, 놀람, 두려움)을 잘 다스려야 모든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각오해왔다.

 

7정이 너무 없어도 안 되겠지만 너무 지나쳐도 병이 되므로 항상 마음의 평정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자궁이 차거나 몸이 허약할 때, 소화기 계통이나 신장의 기능이 떨어져 있을 때, 습담(濕痰: 습기와 더러운 물질)이 많아서 비만일 때도 생리 불순이 온다. 고로 생리 불순이 심각하다면, 이런 환경을 반대로 바꿔주어야 정상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정상 월경’ 이란
우선 생리 주기를 보면, 딱히 평균치를 낼 수 없지만, 그래도 28~30일 형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8일 주기를 갖고 있는 여성은 전체 여성의 12%에 불과하며, 3~4개월 주기라도 규칙적이기만 하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주기가 20~40일 사이로 들쭉날쭉한 경우는 병리적 상태로 보아 치료의 대상으로 삼는다.

 

생리량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찌만 1회 출혈량 50~300cc, 중량 50~80g 정도이며, 생리 색깔은 연한 암적색, 즉 검은 기운이 약간 들어간 붉은색이 정상이다. 헤파린이라는 물질 때문에 생리혈은 응결(엉키거나 뭉침)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생리 기간은 대개 3~5일이 정상이다. 간혹 일주일 이상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이 본인의 정상적인 시스템으로 자리를 잡았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생리불순이 계속되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나중에 불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여성이 겪을 수 있는 모든 병의 근본이 바로 생리 불순이다. 그래서 여성병 치료의 첫걸음도 바로 조경(調經: 월경 주기를 고르게 함)이다.

 

일전에 고려대에서 ‘월경 페스티벌’을 치렀다는 소식을 들었다. ‘남성이 생리를 한다면?’ 이라는 제목의 연극을 공연하고, 만삭의 임산부가 무대 위에 나와서 노래를 하고, 월경에 대한 퀴즈를 내고, 정답을 맞힌 사람에게는 생리대를 한 박스씩 선물했다고 한다.


여성의 몸에 대해 이제야말로 대중적인 관심이 모이는가 싶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발리 섬에서는 특별히 개를 풀어 생리 중인 여성은 사원에 들어갈 수 없게 한다. 폴리네시아 원주민들은 생리 중인 여성들에게 귀신이 씌었다고 믿고 있다. 이렇게 여성의 월경을 ‘터부’시 하는 나라들이 아직도 많지만, 우리나라는 역시 좋은 쪽으로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는 듯해 기분이 좋았다.


이제 남자친구와 사귈 땐 당당히 생리대 선물을 사달라고 졸라보자. 아니면 최근 6개월간의 생리 주기표를 건네주고, ‘나의 다음 생리 예정일을 맞춰봐’ 하고 애교스런 퀴즈를 내보는 건 어떨까?결혼한 여성이라면 오늘 저녁 남편에게 이런 부탁을 해보자.“여보. 나 내일부터 생리 시작하는데 슈퍼에서 생리대 좀 사다줄래요?” 

※ 생리통과 생리 불순 자가 진단법 

기본적으로 생리주기표를 꼬박꼬박 작성해야 판별이 가능하다.
- 예전보다 생리량이 많이 줄거나 많이 늘었다.
- 예전보다 생리 주기가 5일 이상 늘어나거나 줄어들었다.   - 생리혈이 덩어리져 나온다.
- 생리를 시작하면 아랫배가 묵직하게 당겨지는 듯 심하게 아프다.
- 진통제를 먹지 않으면 생리통을 참기 힘들다.
- 평소 냉대하가 많으며 심하면 가려울 때도 있다. 

위의 사항 중 한 가지라도 해당 사항이 있다면 서둘러 진찰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증상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난소 낭종이나 자궁 근종 등 여성병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