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그리고 성

부부 사이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 활용백서

문성식 2021. 7. 10. 11:22

부부 사이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 활용백서

 

뜨거운 여름이다. 남의 살 닿기도 싫다며 얼굴 찌푸리다간 부부관계가 소원해지기 십상. 이럴 때일수록 섹스에 관여하는 다양한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을 활용해 보자. 의지가 아닌, 몸이 먼저 반응하는 신비한 섹스의 밤이 펼쳐질 것이다. 침대만 ‘과학’이 아니라 알고 보면 섹스야말로 진정 과학인 셈. 성(性) 전문가가 밝히는 과학적 섹스 생활을 공개한다.

부부 사이의 정서적 교류와 친밀감을 불러오는 옥시토신은 항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적절한 휴식 상황에서 더 많이 체내에 분비된다.

 

Lesson 1 뇌의 성적 신호등을 켜라

‘오늘 밤 아내와 동침할까 말까?’는 몸이 아닌 머리가 결정한다. 몸으로 사랑을 나누지만, 실상 섹스의 모든 것은 뇌에서 이뤄진다. 뇌의 성중추신경센터에서 성적 흥분이 일어나고, 이곳에서 내린 명령에 따라 신경을 타고 신체 말단부에서 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뇌에는 여러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이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섹스를 할 것인지 결정한다. 때문에 공략 대상은 남편의 몸이 아닌 뇌다.

성기능이나 성생활을 이끄는 호르몬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다. 남성에게 남성호르몬은 성욕을 불러일으키고, 발기, 오르가슴의 정도, 사정량 등 성반응 전반에 영향을 준다.

여성도 마찬가지로 성욕과 성반응에 남성호르몬이 필수다. 남성에 비해 10분의 1 수준의 남성호르몬을 갖고 있다. 부족하면 성욕이 저하되고, 조직 위축으로 성교통을 겪는다. 반면 여성호르몬은 여성의 성적 수용성을 관장하고, 성기 조직을 유지해 준다. 부족하면 위축성 질염, 분비 저하, 성교통 등이 나타난다. 이외에도 내분비계의 갑상선 호르몬, 프로락틴 등의 호르몬과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노에피네프린, 세로토닌, 옥시토신 등이 섹스하는 동안 분비된다.

성욕기 사랑에 빠졌을 때 도파민과 노에피네프린이 나와 상대에 대한 환상에 빠지고, 아드레날린이 촉매 역할을 한다. 남성호르몬이 주로 작용해 강한 성적 욕구를 일으킨다.

흥분기 발기가 이뤄지고, 여성은 질 분비물이 증가한다.

고원기 성행위 동안 남녀의 혈중 옥시토신 농도가 최대치에 이른다.

오르가슴기 옥시토신은 생식기 근육이나 골반 또는 항문의 괄약근을 규칙적으로 수축시킨다. 절정에 이르면 혈중 옥시토신 농도가 정상에 비해 세 배가량 높아지며 강한 오르가슴을 경험한다.

섹스 후 엔도르핀이 나와 행복감을 느낀다.

 

Lesson 2 남편이 카사노바로 변하는 밥상

뽀빠이는 시금치를 먹으면 힘이 불끈 솟는다. 그럼, 남편도 잠자리에서 시금치를 먹으면 뽀빠이가 될 수 있을까? 애석하게도 그런 즉효 음식은 없다. 하지만 꾸준히 먹어서 관리하면 안 되란 법도 없다. 오늘부터 마트에서 장 볼 때 꼭 구입할 목록이 있다. 장어, 새우, 고등어, 참치, 조개, 토마토, 마늘, 굴이다.

스태미나식으로 잘 알려진 장어는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이다. 콜레스테롤은 동전의 양면처럼 좋은 점과 나쁜 점이다. 과다할 경우 혈관 내에 침착을 일으켜 혈액순환을 방해하지만, 인체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필수 구성 성분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성호르몬을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성분인 것이다. 재료가 많아야 생산량도 많아지지 않을까. 유의할 점은 남편만 먹이지 말고, 아내도 먹어야 한다. 콜레스테롤에서 프로게스테론이 생성되고, 다시 효소에 의해 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으로 분화되기 때문이다. 장어는 아내도 ‘올리브(뽀빠이의 여자 친구)’로 만들어 준다.

조개류와 갑각류에는 생식기능에 중요한 아연이 풍부하다. 몸속에 아연이 부족하면 정자의 질이 떨어지고, 남성불임을 불러온다. 임신 계획이 있는 부부라면, 특히 주목하자. 유명한 바람둥이 카사노바의 밥상에는 늘 생굴 5~6개가 올랐다. 외에도 마늘에 있는 셀레늄, 토마토의 라이코펜 등도 간접적으로 남성호르몬 생성에 도움을 준다.

 

Lesson 3 비아그라 대신 커피 한 잔

저녁식사를 마친 남편에게 내놓는 유혹의 음료로 커피가 제격이다. 카페인의 무수한 역할 중에 성적 욕구를 높이는 효능이 있기 때문이다. 발기부전 치료제와 유사한 작용을 한다. 최근 카페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 개발에 많은 발전을 가져왔다. 높은 열량이 걱정스러우면 프림과 설탕을 걷어낸 원두커피가 좋다. 단, 열대야에는 숙면을 방해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한다. 숙면에 좋은 따뜻한 우유가 들어간 라 테면 좋겠다.

과연 그럴까 의심된다면, 이 실험 결과에 귀 기울여 보자. 수컷 쥐들이 암컷 쥐와 돌아가며 짝짓기하는 실험을 했다. 이때 카페인을 투여한 수컷 쥐가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성욕이 높고, 성행위 동기유발도 높게 나타났다. 카페인을 투여한 암컷 쥐들 역시 수컷의 방으로 들어가는 횟수가 증가했다.

 

Lesson 4 섹스 무드를 부르는 와인 한 모금과 초콜릿

여름철 대표적인 야식 메뉴는 치킨과 맥주, 일명 ‘치맥’이다. 청량감 넘치는 맥주의 유혹은 거부하기 힘들다. 가볍게 여기는 치맥도 매일 취할 정도로 즐기다간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 알코올은 소중한 내 남편의 고환을 공격하는 ‘나쁜 물질’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알코올을 장기간 많이 마시면 성기능 장애를 초래한다고 말한다. 체내에서 알코올은 에탄올과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돼 각 장기에 영향을 미친다. 흔히 간에 안 좋다고 알고 있지만 간 이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치는 곳이 고환이다. 알코올은 고환 세포를 파괴시켜, 성욕과 발기, 근육 성장에 영향을 주는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떨어뜨린다. 설상가상 정자 수마저 줄고, 결국 고환 위축이 오게 된다. 발기부전도 테스토스테론 감소가 원인이다. 알코올 중독자나 의존자에서 성기능 장애가 많은 이유다.

나쁜 원인을 알았으니 제대로 활용할 차례다. 남편과 오붓하게 이야기 나누며 무르익은 분위기를 내는 데 낮은 도수의 와인 한 잔이 낫겠다. 포도 품종 중 피노 누아는 야성적인 사향 냄새와 흙냄새가 풍기는데, 남성의 페로몬과 아주 유사하다는 결과가 있다. 와인 라벨에서 피노 누아를 확인해보자.

곁들이는 안주는 초콜릿을 추천한다. 초콜릿은 신경전달물질인 페닐에틸아민이 풍부하다. 페닐에틸아민은 뇌에서 분비되는 내인성 모르핀의 일종으로, 이성에 대해 성적 매력을 느끼게 하는 효과가 있다. 초콜릿을 깨무는 순간, 남편 눈에 콩깍지가 제대로 씐다.

Lesson 5 족욕으로 만리장성을 쌓을 수 있다

딩동.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 앞에 따뜻한 물 대야를 내밀어 보자. ‘웬 서비스?’ 하며 휘둥그레 놀란 남편의 시선을 느끼면서 부드럽게 발을 닦아 준다. 성과학연구소 이윤수 소장은 아내에 대한 애정 지수는 물론이고, 이런 신체 접촉을 통해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될수록 남편의 성적 욕구는 상승한다. 부부 마사지도 같은 효과다. 딱딱하게 굳은 어깨에서 시작한 마사지 손길을 슬몃슬몃 남편의 성감대 쪽으로 이어 가면, 남편도 녹아내리게 된다.

슬립, 구두, 와인잔이 바닥에 뒹구는 사진.

 

Lesson 6 로맨스물보다는 코미디가 낫다

침대까지 가고 싶게 만드는 힘은, 섹시한 망사 스타킹보다 남편과 아내의 친밀감에 달려 있다. 대화하고 서로 감정을 나누는 게 필요하다. 회사 업무, 가사 스트레스, 아이 성적…. 어느 것 하나 유쾌하지 않다. 그럼, TV를 켜고 영화라도 보며 대화를 나누는 게 낫다. 다시 어떤 영화를 보면 좋을까 고민이다. 섹시 아이콘 메간 폭스가 나오는 에로영화가 나을까? 짐 캐리가 나오는 코미디 영화가 나을까? 차라리 ‘덤앤더머’를 추천한다.

그 이유는 신경전달물질에서 찾을 수 있다. 뇌에서 유쾌한 웃음을 만드는 부위와 성욕의 부위가 유사하고, 웃을 때 나오는 엔도르핀 때문이다. 엔도르핀은 성기능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되어 있다. 쥐에게 소량의 엔도르핀을 투입했을 때 성행동을 촉진시켰다는 연구가 있다. 하지만 과도하면 발기를 방해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성상대를 현실적으로 인정하고 소유하고 접촉하려는 감정인 애착심을 유발했다.

 

Lesson 7 남편의 약상자를 체크하자

요즘 남편이 부쩍 성욕이 떨어졌다면, 약상자를 확인해 보자. 그곳에 의외의 범인이 있을 수 있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보디빌더나 근육을 키우고 싶은 사람들이 주로 쓴다. 근육질의 멋진 몸매를 얻을 수 있지만, 성호르몬을 감소시켜 성기능 장애를 불러올 수 있다. 과도하게 복용하면 심한 여드름, 고환 위축, 정자 수 감소, 대머리 등의 부작용이 따른다. 다음으로 주의할 것은 대머리 치료제다. 호르몬 계통의 모발 약은 남성호르몬이 활성형 남성호르몬으로 전환하는 효소를 억제한다. 따라서 은연중 남성의 성욕이 감퇴되는 부작용이 있다. 다행히 이 계통의 약물은 복용을 중단하면 성욕이 원상태로 회복한다. 이외에 염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장기적으로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거나, 모르핀 사용, 전립선암 치료제 등은 성호르몬을 감소시킨다고 알려졌다.

물론 약상자에 정답이 없을 수 있다. 남성호르몬은 45세 이상 되면, 40% 줄어든다. 비만 남성도 40%, 당뇨병까지 있으면 50%까지 낮다. 혈압·콜레스테롤·중성지방이 높고, 비만인 남성이 성기능 장애가 있다면 호르몬 결핍 진료받아야 한다.

 

Lesson 8 향수보다 배란기의 셔츠 향!

“나는 잠잘 때 ‘샤넬 넘버 5’만 걸쳐요” 메릴린 먼로의 유명한 말이다. 남편을 유혹하려면 향수를 잔뜩 뿌리는 것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바로 배란기 때 체취가 묻은 셔츠를 걸치는 것이다. 남편을 유혹할 수 있는 페로몬이 잔뜩 묻어 있기 때문이다.

페로몬은 몸 밖으로 방출되는 호르몬이다. 곤충이 짝을 찾거나 천적의 출몰을 알릴 때 페로몬이 방출된다. 과학자들은 사람에게도 이성의 감정이나 생리주기에 영향을 미치는 페로몬이 있음을 밝혀냈다. 페로몬은 이성의 후각 중추를 자극하는데, 후각 중추는 성욕 중추와 밀접하기 때문에 적절한 체취나 향기가 성욕을 자극할 수 있다. 페로몬은 땀이나 분비물에 많이 포함돼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남성에게 여러 체취의 셔츠를 주고 성적인 대상을 고르라고 했을 때 남성에게 가장 많은 선택받은 것은 배란기 여성의 티셔츠였다고 한다. 속는 셈 치고 배란기 때 체취가 묻은 셔츠를 보관해 두면 어떨까.

 

Lesson 9 아침 댓바람부터 섹스하라고?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 얼굴을 보면 더위와 피로에 절어 있는 모습이 안타까워 섣불리 ‘잠자리’란 말이 나오지 않는다. 남편 역시 피곤하다며 곯아떨어지기 십상이다. 서운한 마음에 남편을 들들 볶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이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한밤중부터 분비가 시작돼 아침까지 생산된다. 비뇨기과를 찾는 남성 중 밤에 관계를 가지려 하면 발기가 되지 않는다고 토로하는 사례도 있다. 피로해서가 아니라 남성호르몬이 없어서 성 반응이 떨어질 수 있다. 이럴 땐 푹 재우는 게 상책이다. 밤새 자는 동안 테스토스테론을 충전한 남편과 상쾌한 기분으로 모닝 섹스를 즐겨 보자.

이때 먼저 물 한 컵을 들이켜면 좋다. 잠자면서 남녀 모두 한 컵 정도의 수분을 흘린다. 가벼운 탈수 상태가 되기 때문에 아내는 젖기 어려워 성교통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섹스와 장 건강을 위해 아침 물 한잔은 여러모로 요긴하다.

 

Lesson 10 섹스 후 포옹 10분은 필수

사정이 끝났다고 모든 성행위가 끝난 것은 아니다. 섹스 후 바로 등을 돌리며 잠을 청하는 성급한 남편이나, 몸에 나쁜 균이라도 묻은 듯 샤워하는 아내 등 성적 만족감을 스스로 지워 버리는 경우도 있다. 진정한 성적 만족감은 섹스 후 10분에 달려 있다.

섹스할 때 남녀의 몸에서는 옥시토신이란 호르몬이 분비된다. 오르가슴을 느끼는 동안 옥시토신은 혈중 농도의 5배까지 급격하게 상승하는데, 안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은 포옹의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여성의 상승률이 크기 때문에 아내는 남편에게 더 애착감을 느끼고 안기고 싶어 한다. 이를 무시하고 등 돌리는 행동은 이제 하지 말자. 비록 성행위가 만족스럽지 못했더라도, 서로 끌어안으며 따뜻한 사랑의 말을 건네면 상대로 하여금 마지막 오르가슴에 도달하게 만들 수 있다.

부부 사이의 정서적 교류와 친밀감을 불러오는 옥시토신은 항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적절한 휴식 상황에서 더 많이 체내에 분비된다. 산책, 목욕, 포옹, 스킨십, 섹스를 하면서 활성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 취재 강미숙 기자, 사진 김범경(St.HELLo), 장소협찬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 도움말 강동우 (강동우S의원·성의학연구소 원장), 이윤수 (한국성과학연구소 소장, 이윤수·조성완 비뇨기과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