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성수는 마셔도 되나요?

문성식 2019. 3. 12. 09:03


성수는 마셔도 되나요?

 

 

각 본당마다 성전에 들어갈 때 성수대에 있는 물을 손가락으로 찍어 성호를 긋고 들어갑니다. 세례를 기억하고 참회하며 죄를 씻는 상징입니다. 미사전례에 참석하고자 하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성수를 손끝에 묻혀 미아에서부터 가슴 그리고 양어깨로 이어지는 성호경을 긋고 제대를 향해 절을 합니다.

 

본당 입구 성수대 근처에는 성수통이 비치된 본당도 있습니다. 수도 꼭지를 달아 둔 곳도 있고 바가지 혹은 컵을 비치한 본당도 있습니다. 열심한 신자들은 성수 전용 컵을 가지고 다니기도 합니다.

 

성수는 ‘거룩한 물’이란 뜻입니다. 거룩하다고 하는 이유는 사제의 축복 예식을 통해서 거룩하게 변화되었기 때문입니다. 본래 물이란 생명과 죽음의 큰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인간의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요소이며, 노아의 홍수와 모세의 홍해바다 기적에서 보듯이(탈출 14,27-28) 물에 휩쓸리면 사람은 죽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기억하는 세례의 물은 세속에서의 죽음이고 새로운 생명으로 나아감을 의미합니다. 그 외에 그리스도교에서 물의 신학적인 의미는 풍요, 죽음, 회개의 의미를 갖습니다. 파스카와 부활의 의미도 있습니다. 사제는 거기에 정화와 보존이라는 의미를 지닌 소금을 더 넣어 성수를 축복합니다. 교회는 오래전부터 매월 첫 번째 주일미사 시간에 참회예식 대신 성수예식을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성수를 축복하고 파스카의 의미를 가진 세례를 기억하며 회개의 의미를 일깨우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제를 통해 축복된 성수를 성당 입구에 놓는 이유는 앞서 설명했듯이 먼저 세례를 기억하기 위함입니다. 세례는 언제나 부활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성수는 성스러움을 방해하는 죄스런 악마 등을 쫓음으로써, 더러운 것을 말끔히 씻어 내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성수는 부정한 것을 접촉한 사람, 사물 혹은 장소를 정화시키고 질병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등 치유의 기적을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교회는 성수를 성당 봉헌식이나 여러 축복식(집, 차 등) 때나 장례예식 등에 사용하며, 신자들도 가정으로 가져가 정성스럽게 보관하다가 환자방문이나 기도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수로 밥을 하거나 마시는 일은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미사 후 성당을 나갈 때도 성수로 다시 성호를 긋는 행동도 굳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성수라고 부르는 물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성당 입구에 놓여 있는 성수, 교회의 공식 성모님 발현지, 특히 루르드 성지에서 구할 수 있는 물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엄격히 말하면 성지에서 판매하거나 떠먹을 수 있는 물은 교회 공식 용어인 ‘성수’에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2017년 7월 30일 연중 제17주일 빛고을 4면, 한분도 베네딕토 신부(교포사목, 프랑스 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