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문화】
제5절 불교공예
2.불교공예의 종류
(2) 공양구(供養具)
공양구는 불보살께 공양할 때 음식이나 향, 꽃, 차, 불[燈]을 담는 갖가지 그릇을 말한다.
불보살께 올리는 공양그릇이므로 온갖 정성을 들여
최고의 기술과 최상의 재료로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대부분이 당대의 공예품 중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① 향로(香爐)
향로(香爐)는 향을 사르는 데 쓰는 법구다.
불보살께 올리는 공양은 원래 향, 꽃, 등불을 으뜸으로 삼았다.
따라서 이 세 종류의 공양물을 담아 올리는 공양구인
향로, 화병, 촛대를 불단 삼구족(三具足)이라 하고,
향로와 한 쌍의 꽃병과 촛대를 일러 오구족(五具足)이라 한다.
뒷날에는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물이 이 세 종류에다 차, 과일, 쌀을 더해서
모두 여섯 가지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으뜸가는 공양물은 향이었다.
향로는 쓰임새에 따라서 크게, 불단이나 탁자에 봉안하는 완형향로와
들고 다니면서 의식하는 병향로로 나눌 수 있다.
완향로는 이른바 완이라는 그릇 모양으로 만드는 것이 보편적이었는데,
손잡이가 달리지 않고 굽과 뚜껑이 있는 매우 날씬한 형태이다.
병향로는 완 모양에 손잡이가 있는 것으로,
주로 의식행렬에서 스님이 향을 피워 들고다니는 것이다.
병향로는 삼국시대 마애불 등에 자주 등장한다.
고려시대에는 금속의 표면 장식기법으로 은입사가 널리 유행했는데,
이 은입사로 향완의 표면을 화려하게 장식해서 더욱 품격을 높였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향로를 꼽아보면,
최근 부여 능산리 절터에서 발견된 금동 대향로를 비롯해서
밀양 표충사의 청동은입사 향완, 통도사 청동은입사 향완 등이 있다.
② 정병(淨甁)
정병은 물을 담는 물병의 하나지만,
형태가 독특하고 관음보살이 지니는 지물로 정착해서 따로 정병이라고 부른다.
이 정병은 산스크리트 ‘쿤디카(Kun·d·ika-)’의 뜻을 새겨 번역한 말이며,
그냥 소리나는 대로 적어 군지(軍持)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법화경에 따르면 정병은 승려가 반드시 지녀야 할 18물 가운데 하나였다.
그 뒤로 불교의식이 진행될 때 쇄수게(灑水偈)를 행하면서 의식을 인도하는
승려가 솔가지로 감로수를 뿌림으로써 모든 마귀와 번뇌를 물리치는 데 사용했다.
우리나라에는 고려시대에 만든 정병이 가장 많이 남아 있다.
점토를 구워 만든 토기나 도자기로도 정병을 만들었지만,
오동(烏銅: 검붉은 빛이 나는 구리)으로 만들고
그 표면에 금이나 은을 박아 무늬를 새긴
입사(入絲)기법을 베푼 작품이 크게 유행했다.
무늬는 대개 물가에 부들이나 버들이 늘어져 있고,
물새가 노닐거나 하늘을 나는 한 폭의 그림 같은 무늬,
곧 포류수금문(蒲柳水禽文)이라 이름 붙인 것이 가장 많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청동은입사 포류수금문 정병(국보제92호)과
청자양각 포류수금문 정병이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꼽힌다.
③ 등(燈)
촛대를 포함하는 등은 어둠을 밝히는 데 반드시 필요한 필수품이다.
등불이야말로 인간의 문명생활에 필수 불가결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교에서는 일찍부터 등불을 매우 귀중하게 여겨왔으며,
심지어는 경외심까지 가졌던 것이다.
대승경전 중의 하나인 《화엄경》에서는 등을
공양구 가운데 가장 으뜸이라고 했을 정도로 중요하게 여겼다.
그리하여 마침내 《삼국유사》 권5 <선율환생조(善律還生條)>에는
“망덕사 선율 스님이 지옥에서 환생하여 돌아올 때 한 여자의 부탁으로
불등(佛燈)에 불을 밝혀주어 명복을 빌었더니,
그 여자는 고뇌를 벗어나 극락왕생했다.”라는 전설이 나올 정도까지 되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연등회라든가 초파일 때 대대적으로 등불을 밝히는
행사를 해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보통 등을 광명등(光明燈)이라 부르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 같다.
등은 만드는 재료에 따라 종이등, 베등, 나무등, 구리등, 석등, 자기등,
옥등으로 나뉘며, 쓰임새에 따라서는 수등(手燈), 현등(懸燈),
고정등(固定燈)으로 나뉜다.
그리고 모양에 따라서는 사모·육모·팔모·원형 등과 수박등, 팔각석등, 고복석등,
이형석등으로 구분한다.
이들 가운데 부처님에 대한 공양구면서도 문화재 가치가 있는 것은
옥등(玉燈)이나 고정된 석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④ 사리기(舍利器)
사리(舍利)는 산스크리트 ‘사리라(s´arira)’를 줄여서 쓴 한자말이다.
그 뜻은 사람의 몸인 신체(身體) 또는 뼈[身骨]를 말하며,
몸을 태워[茶毘] 남는 뼈인 유골(遺骨)을 가리킨다.
따라서 불사리(佛舍利)라 함은 부처님의 신체와 유골을 의미하며,
승사리(僧舍利)는 스님의 신체와 뼈를 말한다.
본래 사리를 묻는 곳은 탑으로 탑신(塔身)·기단(基壇)·상륜(相輪),
그리고 심초석(心楚石) 아래 땅 밑에 모시기도 하나,
그 안에 사리만을 넣지는 않는다.
사리는 곧 부처님의 몸이자 믿음을 나타내는 상징물로서
겹겹으로 차림새를 갖추고 공들여 모신다.
아울러서 장엄을 겸한 여러 부장 공양물들도 함께 넣는다.
이와 같은 부장 공양품들과 사리 그릇을 함께 일러 사리장엄구(舍利莊嚴具)
또는 사리장치라고 한다.
사리를 넣는 사리기는 대개 외함(外函)과 내함(內函),
그리고 그 안의 사리병이나 사리호(舍利壺)가 한 세트를 이루고 있다.
외함과 내함은 금, 은, 동 등의 귀중한 재료로 가마 모양이나
4각 및 6각형 모양으로 만든다.
여기에는 불·보살·천녀·신장·주악비천·당초·보상화·연꽃 같은 온갖 무늬를 조각해서
매우 세련되고 우아한 모습이다.
사리병이나 사리호는 금, 은, 동, 돌, 자기, 유리, 수정의
칠보를 중심으로 한 보배로 만든다.
사리병은 주둥이가 없는 물병 모양과 흡사한데,
불국사 석가탑 사리병이나 왕궁탑 사리병 같은 것은 날씬한 그릇 모양과
청정한 푸른색 등 신비스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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