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문화】
제4절 불화
4.전각에 장엄된 불화
(2) 보살 계열 그림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관음전의 상단 그림으로 관음탱이 널리 알려져 있으며,
그 밖에 명부전의 상단 그림으로 지장탱이 많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 지장탱은 따로 명부중 그림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① 관음보살도(觀音菩薩圖)
관음보살도는 단독으로도 많이 그려진다.
특히 고려시대 이래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가 매우 많이 제작되어
현존하는 고려불화 중에는 관음보살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고려시대의 수월관음도는《화엄경(華嚴經)》의 <입법계품>에서
선재동자(善財童子)가 53선지식 가운데 한 분인 관음보살을 찾아가
법문을 구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즉 관음보살이 보타락산의 바위에 편안한 자세로 앉아,
합장하며 우러러보는 선재동자를 지긋이 내려다보고 있는데,
자비로우면서 원만한 상호로 아름다운 천의와 영락장식 등을 걸치고 있다.
관음보살 주위에는 버들가지가 꽂힌 정병이 있고,
한 쌍의 대나무가 솟아 있으며, 파랑새가 날고 있다.
수월관음도는 섬세하고 아름다우며 서정적인 불화다.
(3) 나한 계열 그림
나한을 주제로 그린 그림으로는 십육나한도와 오백나한도가 널리 유행했다.
여기에서는 나한도의 개념을 넓혀서 십대제자나 한 종파를 처음으로 연 조사(祖師)를 비롯한
고승대덕을 기리기 위해 그린 그림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① 나한도(羅漢圖)
우리나라에서 16나한도를 많이 그린다.
응진전이나 나한전에 석가모니 후불화와 함께 봉안한다.
나한도는 이국적인 모습, 탈속한 모습, 자유자재한 다양한 자세,
용 같은 신령스러운 동물을 자유로이 다루는 도인의 모습 등,
도상이 다양하고 자유로워 회화성이 강한 불화다.
16나한도 외에 빈두로 존자만을 그린 나한도를 독성도(獨聖圖)라고 한다.
천태산을 배경으로 늙은 비구가 석장을 짚고 앉아 있는 모습을 주로 그린다.
독성도는 독성각을 지어 봉안하거나 또는 주불전 입구에 봉안하기도 한다.
② 진영(眞影)
고승의 모습을 그린 그림을 진영(眞影)이라고 한다.
진영은 고승 숭배사상과 선종의 영향으로 많이 제작되었는데,
각 종파의 개산조(開山祖)나 국가에 공을 세운 고승,
또는 문파에서 뚜렷한 업적을 남긴 스님들의 초상을 그렸다.
진영의 형식은 의자에 앉은 의좌상(倚坐像)과 화문석 등이 깔린 바닥에 앉은
좌상으로 구분되며, 의좌상에는 답대(踏臺)에 발을 올려놓고 의자에 걸터앉은
형식과 답대에는 신발만 놓고 의자에 결가부좌로 앉은 형식이 있다.
정면보다는 약간 측면의 자세를 취하고,
스님의 정신이 배어나도록 얼굴에 가장 중점을 두어 정성들여 묘사한다.
진영은 조사당(祖師堂) 또는 진영각(眞影閣) 등에 봉안하는데,
역대 16국사의 진영을 봉안한 송광사의 국사전(國師殿)이 대표적이다.
(4) 신중 계열 그림
① 신중탱(神衆幀)
신중도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제석천과 천부중을 그린 제석도(帝釋圖),
범천과 제석천에 천부중을 그린 제석범천도(帝釋梵天圖),
위태천(韋太天)을 중심으로 한 천룡팔부중과 사천왕 등 무장의 신중을 그린
천룡도(天龍圖), 제석도와 천룡도를 함께 그린 제석천룡도(帝釋天龍圖),
제석과 금강역사를 그린 제석금강도(帝釋金剛圖),
그 외에 화엄경에 등장하는 39위 신장을 묘사한 39위신중도(39位神衆圖),
104위신중도 등이 있다.
② 사천왕탱(四天王幀)
사천왕은 수미산의 사방을 지키는 호법신으로 동방의 지국천왕(持國天王),
남방의 증장천왕(增長天王), 서방의 광목천왕(廣目天王), 북방 다문천왕(多聞天王)이다.
갑옷을 입은 무장형으로 비파, 칼, 활, 탑과 같은 지물을 들고 있으며,
사찰 입구 천왕문(天王門)에 봉안한다.
③ 칠성탱(七星幀)
칠성도는 북두칠성을 불교화한 그림으로 칠성각에 봉안한다.
본존은 북극성(北極星)을 불교식으로 여래화한 치성광여래(熾星光如來)로서,
자연적인 재해나 적의 침략 등의 재앙을 소멸해주고
자손 번성과 수명 연장을 이루어주는 부처로서 조선시대에는
특히 자식 낳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열렬히 받들었다.
치성광여래의 도상은 왼손에 금륜(金輪)이나 약합(藥盒)을 들고 있고,
협시는 일광과 월광 보살이다.
그 밖에 북두칠성을 여래화한 7여래, 필성(弼星), 14성군(星君), 28숙(宿),
삼대육위(三臺六位) 등 도교적 존재들을 불교화해서 배치한다.
④ 산신탱(山神幀)
산신은 호랑이를 불교적으로 신격화한 것이다.
산신도의 도상은 심산유곡을 배경으로 백발이 성성한 신선 같은 산신이
호랑이를 깔고 앉아 있거나 기대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며, 산신각에 봉안한다.
(5) 명부중 계열 그림
① 지장보살도(地藏菩薩圖)
지장보살은 아미타삼존도에서 아미타불의 오른쪽 협시보살로도 표현된다.
지장독존도, 도명 존자와 무독귀왕과 함께 그리는 지장삼존도,
지장삼존도에 범천, 제석천, 사천왕 등을 첨가한 지장권속도,
여기에 시왕을 첨가한 지장시왕도(地藏十王圖),
지장시왕도 아래에 지옥 장면을 첨가한 지장경 변상도 등의 형식이 있다.
② 삼장보살도(三藏菩薩圖)
지장보살신앙이 확대된 것이 삼장보살이다.
이는 천장(天藏)·지지(地持)·지장(地藏) 보살을 일컫는 것으로,
법신불·보신불·화신불로 이루어진 비로자나 삼신불과 같은 삼신불의 논리를
지장보살에게 적용함으로써 성립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삼장보살도의 도상은 중앙에 천장보살과 권속, 오른쪽에 지지보살과 권속,
왼쪽에 지장보살과 권속을 그리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도상의 불화이다.
③ 시왕도(十王圖)
명부에서 죽은 자의 죄업을 심판하는 열 명의 대왕인 시왕을 그린 그림으로,
명부전에 봉안한다.
명부전에는 본존으로 지장보살상과 지장보살도를 봉안하며,
그 좌우에 시왕도를 배치한다.
시왕은 명부의 재판관인 염라대왕이 중국에서 도교와 결합되어
십대왕으로 확대된 것이다.
죽은 중생들이 1·7일에서 7·7일까지와 백 일, 1년, 3년 등 열 차례에 걸쳐
각 왕 앞에 나아가 재판을 받는데, 3년 안에 태어날 세계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경전에 따르면 열 명의 대왕은 관장하는 지옥이 따로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시왕탱은 상단에 자리한 대왕과 하단에 그려진 지옥 장면이
경전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