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문화】
제4절 불화
4.전각에 장엄된 불화
각 전각에 설치된 의식단(儀式壇)은 불교의식의 분단법(分壇法)에 따라
크게 삼단(三壇)으로 나누기도 한다.
삼단이란 상단·중단·하단을 일컫는데, 각 단을 다시 상중하로 나누기도 한다.
대체로 삼단을 나누면, 상단은 불단(佛壇)으로 불보살을 모신 단이며,
중단은 신중단(神衆壇)이라 하여 신중을 모신 단이며,
하단은 영가를 모신 영단(靈壇)이 된다.
따라서 각 단에 따라 장엄하는 불화의 유형도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금당의 경우, 상단인 불단의 뒤벽을 장엄하는 탱화를 후불탱이라 한다.
이는 ‘불상의 뒤를 장엄하는 탱화’라는 뜻에서 붙인 명칭이다.
그러므로 후불탱의 그림 내용은 전각에 봉안된 상설(像設)의 내용에 따른다.
다시 말해 주존(主尊)에 의해 구분되고 그 명칭도 그에 알맞게 붙인다.
중단은 신중단이므로 장엄되는 탱화는 신중탱이다.
하단은 영가의 위패를 모신 영가단이므로 영가를 천도하는 내용을 담은 그림,
곧 감로탱을 모신다.
(1) 부처님 계열의 그림
여기서 부처님 계열의 그림이라 함은 금당의 상단에 모셔진 주존에 따라
석가모니부처님, 비로자나부처님, 아미타부처님, 약사부처님, 미륵부처님 등
우리나라에서 널리 신앙되는 각 부처님에 속하는 그림을 통틀어서 말한다.
① 석가모니부처님 그림(釋迦牟尼佛畵)
■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
대웅전(大雄殿)에는 석가모니불상과 불화를 봉안한다.
석가모니불화는 부처님이 영취산(靈鷲山)에서 법화경을 설하는
법회 장면을 그린 불화로,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라고도 한다.
도상은 본존인 석가모니부처님이 수미단의 연화좌에 결가부좌하고 있는 모습이며
중앙에 자리하고, 오른손으로 땅을 가리키는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을 취하고 있다.
본존을 중심으로 협시인 문수(文殊)와 보현(普賢) 보살을 비롯한 보살중(菩薩衆),
십대제자(十大弟子)와 분신불(分身佛)이 좌우에 배치되며,
아래에는 사천왕(四天王), 위쪽에는 팔부중(八部衆)이 역시 좌우로 배치되어
법회를 외호하는 형상을 취하고 있다.
이들 권속들은 대체로 본존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으며 좌우 대칭의 구도를 이룬다.
여기에 법화경에서 질문자로 나오는 사리불(舍利弗)이
본존의 대좌 앞에서 석가모니부처님을 향해 무릎을 꿇고 앉아
질문하는 장면이 첨가되기도 한다.
또한 대웅전에는 이러한 영산회상도 외에 중앙에 석가모니부처님,
왼쪽에 약사부처님, 오른쪽에 아미타부처님의 삼불회도(三佛會圖)를 봉안하기도 한다.
석가모니불화는 대웅전 외에도 영산전, 팔상전, 응진전, 나한전 등에
후불화로도 봉안된다.
■ 팔상도(八相圖)
석가모니부처님의 전기를 여덟 장면으로 압축 묘사한 그림으로,
팔상전(八相殿)에 봉안한다.
본존은 석가모니부처님이므로 석가모니후불화를 봉안하고,
팔상도 8폭을 좌우 각 4폭씩 배치하는데,
본존의 왼쪽(향해서 오른쪽)에는 도솔래의상, 사문유관상, 설산수도상, 녹원전법상,
오른쪽에는 비람강생상, 유성출가상, 수하항마상, 쌍림열반상을 봉안한다.
② 비로자나부처님 그림(毘盧遮那佛畵)
■ 삼신탱(三身幀)
대적광전(大寂光殿) 또는 대광명전에 봉안하며,
주로 세 폭으로 이루어진 비로자나삼신불화(毘盧遮那三身佛畵)를 봉안한다.
삼신은 법신(法身)·보신(報身)·화신(化身)을 일컫는다.
법신은 부처님의 진신(眞身),
즉 영겁토록 변치 않는 만유의 본체(本體)로서의 진리를 말하고,
보신은 인연에 따라 나타난 불신,
화신은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스스로 몸을 바꾸어 중생의 모습이 된 불신을 말한다.
이 삼신을 그린 삼신불화에서 법신은 비로자나부처님(毘盧遮那佛),
보신은 노사나부처님(盧舍那佛), 화신은 석가모니부처님으로 표현한다.
법신 비로자나부처님은 지권인(智拳印)을 취하며,
협시보살은 석가모니부처님과 마찬가지로 문수와 보현 보살이다.
보신 노사나부처님은 양손을 벌리고 설법인(說法印)을 취하며,
주로 보관을 쓴 보살형으로 표현된다.
화신 석가모니부처님은 항마촉지인을 취하며, 영산회상도와 같은 도상이다.
■ 화엄탱(華嚴幀)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의 내용을 표현한 그림으로, 화엄전에 봉안한다.
우리나라에서는 80권으로 번역된 80화엄이 주로 유통되었는데,
내용은 크게 일곱 군데에서 행하는 아홉 번의 법회로 구성된다.
화엄탱은 일곱 군데에서 행한 아홉 번의 법회의 장면을 그린 그림이라 하여
‘칠처구회도(七處九會圖)’라고도 한다.
화엄경 변상도는 크게 상부와 하부로 구성되는데,
화면의 상부에는 천상에서 행하는 네 번의 법회,
하부에는 지상의 법당에서 행하는 다섯 번의 법회 장면,
그리고 화엄경의 마지막 품인 <입법계품>(入不思議解脫境界普賢行願品)의
내용인 선재동자가 53선지식을 찾는 장면이 묘사된다.
최하단부에는 <화장세계품(華藏世界品)>의 연화장세계도가 그려져 있다.
③ 아미타부처님 그림(阿彌陀佛畵)
■ 극락회상도(極樂會相圖=彌陀會幀)
아미타부처님이 서방극락에서 설법하는 모습을 그린 불화다.
화면의 중앙에 아미타부처님이 설법하고 있고 그 주위에 권속이 배치되는 방식으로,
석가모니부처님의 영산회상도와 구성이 비슷하다.
아미타부처님의 협시보살은 관음(觀音)과 세지(勢至) 보살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세지보살 대신 지장보살이 오른쪽 협시보살이 되기도 한다.
그림에 등장하는 존상의 수에 따라 독존도(獨尊圖), 삼존도(三尊圖: 아미타부처님과
관음·세지 보살, 또는 아미타부처님과 관음·지장 보살),
오존도(五尊圖: 아미타부처님과 관음·세지·지장·용수 보살),
칠존도(七尊圖: 아미타부처님과 관음·세지·문수·보현·금강장·제장애 보살),
구존도(九尊圖: 아미타부처님과 관음·세지·문수·보현·금강장·제장애·미륵·지장 보살),
군도 형식인 아미타극락회상도(阿彌陀極樂會上圖: 아미타부처님과 8대보살, 사천왕,
십대제자, 범천·제석천, 타방불·팔부중 등) 형식 등으로 분류한다.
고려시대에는 아미타독존도, 아미타삼존도, 아미타구존도가 많이 제작되었고,
조선시대 사찰의 극락전에는 극락회상도가 주로 봉안되었다.
또한 대웅전의 삼불회(三佛會) 중 왼쪽에 아미타극락회상도를 봉안하기도 한다.
■ 아미타래영도(阿彌陀來迎圖)
아미타부처님의 명호를 외는 염불수행을 열심히 하면
아미타부처님이 내려와서 서방극락으로 맞이해간다고 한다.
이렇게 아미타부처님 등이 왕생자를 서방극락으로 맞이해가는 모습을 그린 것을
아미타래영도라고 한다.
아미타래영도에도 설법도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형식이 있다.
아미타부처님이 단독으로 맞는 아미타독존래영도,
아미타삼존이 맞이하는 아미타삼존래영도,
아미타부처님과 8대보살이 맞이하는 아미타구존래영도,
여러 성중(聖衆)들이 함께 맞이해가는 아미타성중래영도,
그리고 왕생자들을 용선(龍船)에 싣고 인로왕보살(引路王菩薩)과 관음보살 등이
아미타부처님에게 인도해가는 용선래영도(龍船來迎圖) 등이 있다.
■ 관경변상도(觀經變相圖 = 觀無量壽經變相圖)
아미타사상의 기본 경전인 정토 삼부경 가운데
가장 발달된 형태라고 할 수 있는 《관무량수경》의 내용을 그린 것이다.
관경변상도는 서분(序分)의 내용을 그린 서분변상도(序分變相圖)와
본분변상도(本分變相圖)로 구분된다.
서분변상도는 석가모니부처님이 이 경전을 설법하게 된 동기인 위데휘 왕비와
빔비사라 대왕, 그리고 아들인 아사세 태자 사이에 얽힌
마가다왕국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본분변상도는 16관변상도라고도 하며 석가모니부처님이 16가지 극락세계의 장엄함을
관상(觀想)하고 수행하게 하여 위데휘 왕비와 그 일행을 구제하는 내용이다.
16관은 아미타부처님을 관상하는 13단계의 관상법[定善觀]과
근기에 따라 3품으로 분류한 왕생자들이 극락왕생하는 모습이다[散善觀].
보통 화면 중앙에 아미타부처님의 극락세계가 전개되고,
그 위쪽과 좌우에 13관이 배치되며,
하단에는 상중하 3품의 중생들이 왕생하는 모습을 표현한다.
16관은 제1일상관(日想觀), 제2수상관(水想觀), 제3지상관(地想觀), 제4보수관(寶樹觀),
제5보지관(寶池觀), 제6보루관(寶樓觀), 제7화좌관(華座觀), 제8상관(像觀),
제9진신관(眞身觀), 제10관음관(觀音觀), 제11세지관(勢至觀), 제12보관(普觀),
제13잡상관(雜像觀), 제14상배관(上輩觀), 제15중배관(中輩觀),
제16하배관(下輩觀)이다.
④ 약사부처님 그림(藥師佛畵)
■ 약사회탱(藥師會幀=藥師琉璃如來說法圖)
약사부처님의 도상은 왼손바닥 위에 약사부처님의 상징인 약그릇을 올려놓고,
오른손으로는 설법인이나 시무외인(施無畏印)의 자세를 취하며,
협시보살은 일광(日光)과 월광(月光) 보살이다.
약사부처님 그림에는 약사부처님과 협시보살을 그린 약사삼존도,
여기에 12신장 등의 권속을 첨가한 약사불회도 등의 형식이 있다.
12신장은 갑옷을 입고 각기 칼, 추, 도끼 등의 무기를 든 무장형이며,
각각 몸의 색을 달리하고 있다.
약사부처님은 약사전에 봉안되거나 대웅전에 삼불회의 한 폭으로 봉안된다.
⑤ 미륵부처님 그림(彌勒佛畵)
미륵불화는 도솔천의 미륵천궁을 묘사한 미륵정토 변상도(彌勒淨土變相圖),
용화수 아래서 미륵이 되어 중생을 제도하는 미륵하생도(彌勒下生圖),
미륵보살이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미륵래영도(彌勒來迎圖)의 형식이 있다.
이와 같이 미륵부처님을 주제로 한 그림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으나,
현재 우리나라에 전해오는 것은
고려시대에 제작된 미륵하생경 변상도(彌勒下生經變相圖) 두 점뿐이고,
조선시대 그림으로는 통도사 용화전에 봉안되었던 미륵여래탱뿐이다.
미륵하생경 변상도를 보면 미륵부처님이 용화수 아래서 설법하는 장면과,
미륵부처님이 부처가 되어 하생한 시두말대성(翅頭末大城)의 풍려하고 비옥한 모습,
미륵부처님에게 귀의하는 전륜성왕 부부의 모습 등이 묘사되어 있다.
보살화로는 조선시대에 그려진 괘불들이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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