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07.jpg 경상북도 경주시 암곡동 고선사지에 있었던 통일신라시대의 석탑. 높이 9m. 국립경주박물관 소장.

 

화강암 석재로 건조한 이 석탑은 2층 기단 위에 3층의 탑신부(塔身部)를 건립하고 정상에 상륜부(相輪部)를 올려놓은 일반형 석탑이다.

 

기단부는 여러 개의 장대석(長臺石)으로 짜인 지대석 위에 놓였는데, 하층기단은 굽처럼 올려진 기대와 면석이 같은 석재로서 12개석으로 짜여졌고, 각 면에는 우주(隅柱)와 3주의 탱주(撑柱)가 모각되었다. 하층기단 갑석은 12매의 판석으로 덮었으며, 상면에는 호형과 각형의 굄대를 마련하여 그 위의 상층기단을 받치고 있다.

 

상층기단 중석은 12매석으로 구성되었는데, 각 면에는 우주와 2주의 탱주가 모각되었다. 상층기단 갑석은 8매의 판석을 결구(結構)하여 덮었는데, 하면에는 부연(副椽 : 탑기단의 갑석 하부에 두른 쇠시리)이 마련되고 상면에는 별개의 석재로 조성된 각형의 높직한 굄대를 2단으로 놓아 그 위에 탑신부를 받치고 있다.

 

탑신부의 초층 옥신은 각 면의 우주와 면석을 별개의 석재로 구성하여 도합 8개의 석재로 조립하였다. 또한, 4면에는 문틀을 모각하여 감실(龕室)을 표시하였고, 중앙에는 문고리를 달았던 못 자리가 있으며, 문비형 윤곽 안에도 상하에 못 자리가 있어 장식이 달렸던 것으로 추측된다.

 

2층 옥신은 4매석으로 구성하였으며 각 면에 우주를 모각하였다. 3층은 하나의 돌로 조성하여 우주를 새겼다. 옥개석은 각 층이 같은 양식과 수법으로 조성되었는데 낙수면석과 하면의 받침석은 별개의 석재이나 각각 4매석으로 결구하였다.

 

밑면의 받침은 5단씩이고 낙수면 정상부에는 각형 2단의 굄을 높직하게 각출하여 그 위층의 탑재를 받치고 있다. 낙수면이 평박하고 4면의 합각(合角)도 예리하며 전각(轉角)의 반전이 잘 표현되어 장중하고도 경쾌한 탑신부를 이루고 있다.

 

상륜부는 현재 노반과 복발·앙화석 등이 차례로 놓여 있고 찰주는 없는데, 특히 주목되는 것은 노반석이 신라시대 석탑의 일반적인 모습과는 달리 상단부에 받침 층단이 없고 반대로 굄대가 각출되어 그 위에 복발을 받고 있는 점이다.

 

이 석탑은 규모나 각 부의 가구수법이 감은사지삼층석탑(感恩寺址三層石塔, 국보 제112호)과 거의 같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석탑의 초층 옥신 각 면에는 문비형이 돋을새김된 데 비하여 감은사지삼층석탑에는 아무런 조각도 없다는 것이다.

 

이 탑이 서 있던 고선사는 원효(元曉)가 머물렀던 일이 있고 그의 입적이 686년이므로 석탑의 건립연대는 이때로 추정된다.

 

1975년 덕동댐 건설에 따라 금당구와 석탑구 등 일대의 유구를 발굴, 조사하여 금당지·강당지·중문지·회랑지 등 많은 유적지를 밝혔으며, 금동불상·와전류 등 상당한 유물을 수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