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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골이라 하면 생소하지만 삼척 응봉산 용소골 옆에 있는 골짜기다. 보통 응봉산 문지골이라고 하지만 정확히 따지면 용인등봉(1,122m) 문지골이다. 문지골은 용인등봉이 낳은 골짜기이며, 용인등봉은 낙동정맥 주능선의 산이기에 족보를 따져도 응봉산보다 한 수 위고 더 높다. 문지골과 용소골은 덕풍계곡의 상류계곡이다. 두 골짜기의 물이 모여 만든 계곡이 덕풍계곡이다.
- ▲ 1 청정미가 있는 문지골. 그러나 정비된 등산로는 없다. 표지기와 사람이 지나간 흔적을 좇아가야 한다. 2 들머리의 초록색 철다리. 이정표나 표지기가 없어 들머리 찾기가 산행의 관건이다. 3 용인등봉에서 997.7m봉으로 이어진 낙동정맥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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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골은 아기자기한 청정미가 있는 골짜기다. 용소골처럼 웅장한 협곡은 아니기에 소박한 편이다. 용소골 같은 화려한 풍광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문지골의 매력은 은밀함과 깨끗함이다. 용소골에 비해 훨씬 찾는 이가 드물어 자연 그대로의 매력이 담겨 있다. 정비된 등산로나 안전 시설물은 거의 없지만 용소골처럼 깊은 소나 협곡도 드물다. 그러나 길이 희미하고 이정표가 없어 길 찾기에 늘 신경 써야 한다. 문지골은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한 골짜기지만 위태로운 사면 길이 많아 주의해야 한다. 특히 오버행 고정로프 구간에서 조심해야 한다.
문지골은 산행 코스를 잡기가 쉽지 않다. 응봉산 언저리의 산들은 몇 곳을 제외하곤 대체로 등산로가 희미하거나 개척산행을 해야 하는 곳이 많다. 대중교통이 불편해 원점회귀 산행을 하는 것이 좋다. 괭이골 입구에서 용인등봉으로 능선을 타고 올라 낙동정맥을 타고 남진하다 문지골로 내려서서 다시 덕풍마을로 빠져나오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쉽지는 않다. 우선 들머리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덕풍마을에서 용인등봉으로 이어진 능선길 입구는 아무 표시도 없다. 마을사람들이 약초 캐러 간간이 가는 희미한 소로에 불과하다. 풍곡리 주차장 지나 덕풍계곡 임도를 올라 용소골로 이어진 마지막 다리에서 좌회전하지 말고 직진하면 괭이골 입구다.
초록색 철다리에서 차를 세우고 걸어서 다리를 건넌다. 다리 건너 오른쪽으로 걸으면 나무다리가 나온다. 다리 건너 왼쪽 임도를 따르다 오르막에서 길이 오른쪽으로 꺾일 때 왼쪽 숲으로 들어가면 사람이 다닌 희미한 흔적이 나온다. 희미한 길은 계곡으로 이어지고 계곡을 건너 사면 길을 따르면 능선에 닿는다.
능선에도 등산로는 없으나 능선을 따라가는 코스라 어렵지 않게 길을 가늠할 수 있다. 숲이 짙어 경치가 트인 곳은 없지만 비교적 완만한 오르막이라 산행은 어렵지 않다. 지도에 용인등(770m)이라 표시된 곳에 이르면 너른 평지가 나타난다. 낙동정맥 주능선이 가까워질수록 나무는 빽빽하다. 나뭇가지를 헤치고 가는 개척산행을 해야 한다.
- ▲ 4 금빛으로 빛나는 은밀한 계곡, 문지골. 노력하면 물에 젖지 않고 갈 수 있으나 시원하고 예쁜 문지골의 유혹에 발담그고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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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정맥부터는 길이 잘 나 있어 편하다. 용인등봉 역시 전망은 전혀 없으며 터도 좁다. 아크릴판으로 표시를 해둔 997.7m봉을 지나면 문지골 갈림길이 나온다. 등산인들이 만든 이정표가 있어 놓칠 염려는 없다. 능선에서 문지골로 내려서는 길은 뚜렷한 편이지만 가파른 흙길이라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계곡을 만나는 지점에 야영 터가 있고, 이곳은 6폭포 바로 위에 있다. 6폭포는 웅장하진 않지만 수줍은 처녀의 머릿결 같은 은은한 멋이 있다.
문지골은 비탈 사면을 가는 곳이 많지만 주의하면 어렵지 않다. 표지기가 많아 길찾기는 수월하다. 다만 고정로프 구간을 지날 때 주의하면 된다. 수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수심 2m 정도의 좁은 협곡을 지나야 하는 구간이 있다. 우회로가 없어 고정로프로 바위를 올라 트래버스해야 한다. 오버행 바위라 고정로프에 체중을 싣고 발로 벽을 차고 올라야 한다. 사망사고가 있었다는 표시가 있는 지점이므로 주의를 요한다.
문지골 산행은 계곡을 끊임없이 가로지르며 가야 한다. 수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물에 발을 담그지 않아도 적당히 지날 수 있다. 대부분 무릎 이하 수심이다. 하류로 내려갈수록 길이 잘 나 있다. 반면 계곡은 점점 규모가 커진다. 산길은 계곡에서 조금씩 멀어진다. 문지골이 끝나는 곳이 용소골과 만나는 합수점이며, 덕풍마을이다.
덕풍마을 문지골 원점회귀 산행의 거리는 13.4km다. 들머리에서 문지골 야영 터까지 5시간, 야영 터에서 덕풍계곡까지 4시간 걸린다. 당일산행으로 가려면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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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문지골은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다. 그래도 대중교통으로 간다면 태백에서 버스로 가는 방법이 있다. 태백에서 호산ㆍ풍곡리행 버스를 타고 덕풍계곡 입구에서 하차한다.
1일 4회(08:30, 13:00, 15:45, 19:00) 운행하며 40분 걸린다. 버스정류소에서 계곡 입구 주차장까지 700m 떨어져 있고 여기서 산입구인 덕풍마을까지는 6km 떨어져 있어 1시간30분 정도 걸어가야 닿는다. 가장 가까운 택시가 원덕읍 호산리에 있어 택시를 부르면 4만 원을 받는다. 호산택시(033-572-0616), 개인택시(011-364-6736). 인원이 많을 때는 1인당 3,000원을 내면 덕풍마을의 산장에서 트럭으로 태워 주기도 한다.
숙식(지역번호 033) 덕풍마을 용소골 입구에 덕풍산장(572-7378), 덕풍민박(572-7380)이 있다. 산행 들머리인 덕풍마을 개족발봉 아래에는 고향산장(572-2133)이 있다. 덕풍계곡의 숙소로 황토방민박(572-5801), 덕풍계곡펜션 (010-9218-7144), 영곡슈퍼민박(573-0978) 등이 있다. 가곡자연휴양림은 수해로 문을 닫았다. 덕풍계곡 주차장에서 덕풍마을로 이어진 길에 야영장이 생겼다. 나무데크로 사이트를 만들었으며 도로 위쪽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