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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 왕피천(王避川)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강줄기 트레킹 대상지로 꼽는 곳이다. 높은 산과 절벽으로 둘러싸인 덕분에 때 묻지 않은 비경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희소성 덕분에 왕피천 상류는 2000년대 중반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다. 하지만 굴구지 산촌마을에서 시작해 청암정과 성산지로 이어지는 하류 구간 역시 경관이 멋지다.
왕피천 하류 트레킹은 차량 접근이 용이한 굴구지 산촌마을에서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 마을 앞의 널찍한 강변에서 출발해 천천히 하류를 향해 걷는다. 높은 강둑이 둘러싼 마을 주변은 볼거리가 거의 없다. 강 옆의 길이 희미해 허벅지까지 차오르는 물을 헤치며 하류로 이동하면 된다.
- ▲ 둥근 자갈이 넓게 깔린 잔잔한 강물을 걸어가고 있다.
- 굴구지마을로 넘나드는 길목인 구고교를 지나며 물길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골이 좁아지며 잠시 뒤 짤막한 여러 단의 와폭이 나타난다. 폭포를 지나면서 강변 풍광이 한층 역동적으로 변한다. 덩치 큰 바위들이 여기저기 솟구친 모습이 웅장하다. 집채만 한 바위를 타고 내려가면 시커먼 물이 고여 있는 ‘이심소’가 나타난다.
거친 바위지대를 지나 물을 건너니 얕은 물이 나타난다. 바닥에 둥근 자갈이 깔린 완만한 곳으로 돌출된 바위가 없어 물놀이를 즐기기 좋은 장소다. 잠시 물에서 땀을 식히고 작은 폭포 옆의 바위지대를 통과해 하류로 진행한다.
잠시 뒤 절벽으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왕피천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거친 바위들이 둘러싼 계곡 풍광은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문제는 계곡이 좁아지며 길이 마땅치 않다는 점. 짙푸른 녹색의 소는 물이 너무 깊어 헤엄을 치지 않으면 통과가 불가능하다.
이곳 남쪽 사면의 청암정 앞으로 길이 나 있지만 사유지라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 청암정은 예전에 시인묵객들이 찾던 작은 정자로 1950~1960년대 이 지역의 대표적 화전놀이 장소였다. 청춘남녀들이 모여 놀던 곳인데, 개인 소유라 지금은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왕피천 북쪽 사면의 바위 절벽을 타고 통과해야 한다. 바위 턱을 넘어서면 희미하지만 사람이 다닌 흔적이 있다. 잡목이 우거진 수풀을 헤치고 내려서면 커다란 소가 발아래 펼쳐진 넓은 전망대 바위가 나타난다. 굽이져 흐르는 왕피천이 한눈에 드는 장소다.
- ▲ 구고교 부근의 작은 폭포들이 형성된 지역.
- ▲ 수로를 따라 조성된 트레킹 코스를 걷고 있다. 길 바로 옆으로 강물이 흐른다.
- 전망대 바위에서 급사면을 통과해 바닥으로 내려설 수 있다. 좁은 계곡을 빠져나와도 한동안 커다란 바위들이 강변에 가득하다. 하지만 큰 어려움 없이 걸어갈 수 있는 구간이다. 강폭이 넓어지며 수심도 얕아진다. 천천히 물속을 따라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민가를 끼고 걷는 왕피천 구간이 끝나면 수중 콘크리트 다리가 나타난다. 여기서부터 하류 2km 구간에는 주변에 아무 것도 없다. 굴구지 마을로 연결된 찻길 역시 멀리 산 위로 지난다. 하지만 강을 끼고 이어진 농수로에 트레킹 코스가 조성되어 있다. 수로에 기둥을 박아 난간을 만들고 계단까지 설치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
왕피천 옆의 수로에 조성된 길은 탄탄하고 편안하다. 수로가 끝나면 작은 공터가 있고 그 오른쪽으로 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가 나온다. 계속 물길을 따라 내려갈 수도 있지만, 보통 이곳에서 트레킹을 마무리하고 성산지를 거쳐 굴구지 마을로 돌아간다. 굴구지 산촌마을에서 출발해 왕피천을 따라 성산지로 내려간 뒤 찻길을 이용해 구고교까지 돌아오면 총 9km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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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왕피천은 대중교통이 없다. 자가용 차량으로 트레킹 기점인 굴구지마을로 이동해야 한다. 울진에서 접근할 경우 7번 국도를 타고 성류굴 가는 길로 진행하다가 성류굴을 지나 500m 거리에 서쪽으로 갈라지는 포장도로가 있다. 입구에 구산리 방면의 이정표가 보인다. 이 표지판을 따라 1km 가면 왼쪽으로 왕피천으로 들어가는 큰 길이 보인다. 이 도로를 이용해 좁은 산길을 타고 넘으면 구고동(굴구지마을)에 닿는다. 마을 앞의 초소 부근이나 강변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숙식 굴구지마을에 숙박업소가 여럿 있다. 왕피천모래언덕 펜션은 왕피천의 핵심 경관지역에 위치해 물놀이와 트레킹을 즐기기 좋은 장소다. 2인실(9만~15만 원), 5인실 (14만~24만 원), 10인실(22만~35만 원)을 갖췄다. 문의 054-783-0625, www.sanddune.co.kr
굴구지산촌펜션은 마을에서 운영하는 펜션이다. 아이들과 농촌체험도 하면서 왕피천의 자연을 즐길 수 있다. 6~15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객실 6개를 갖추고 있다. 이용료는 비수기 8만~ 15만 원, 성수기 10만~20만 원.
문의 054-782-3737, www.gulgug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