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59.jpg강원도 강릉시 구정면 학산리 굴산사지에 있는 부도. 높이 3.5m.

처음부터 현재의 위치에서 원형을 잘 갖추고 있는 이 부도는 팔각원당(八角圓堂)의 형식을 기본으로 삼았으나, 몇 곳에서 새로운 수법이 가미되었음을 볼 수 있다.

그중 지대석의 양식이 특이하여 8각의 돌 하나로 되었는데, 넓은 석재 위에 이중의 몰딩을 조각하고 그 중심에서 갑자기 줄어든 높은 굽을 만들어 하대석을 받게 하였고, 밑에는 잘록한 목을 만들어 마치 접시모양 같다.

위에 놓인 하대석은 밑에 8각의 굄이 있으나, 위는 원형이고 상면 중앙에는 중대석 굄이 마련되었으며, 그 주위에 수구(水溝) 같은 홈이 패어 있다. 이러한 수구형의 수법은 고려시대 석조유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중대석도 둥근 모양인데, 구름모양의 무늬로 된 3단의 문양으로, 여덟 개의 주형(柱形)을 세운 사이에 주악천(奏樂天)과 공양상(供養像)이 전면에 고부조(高浮彫)로 돋을새김되었다.

그 위의 상대석에는 여덟 판 연꽃모양으로 앙련(仰蓮)을 조각하였는데, 판내(瓣內)에는 큼직한 화문(花文)이 돋을새김되었고, 밑바닥면에는 받침이, 윗면에는 탑신 굄이 1단씩 있다. 탑신은 8각이지만 표면에는 아무런 조식이 없고, 크기는 작은 편이다.

옥개(屋蓋)도 8각으로 아랫면에는 특별한 조각이 없으며, 낙수면의 경사는 급하고 우동(隅棟 : 옥개석의 귀마루)은 뚜렷하지만 전각(轉角)에 장식은 없다. 정상에는 밑에 단판연화(單瓣蓮花)를 이중으로 돌린 보주(寶珠)가 얹혀 있다.

이 승탑은 8각을 기본으로 삼으면서 기단 일부에서 원형을 겸한 것이 주목되며, 탑신이 지나치게 낮고 작은 데 비하여 그 위의 옥개석은 너무 크고 무거워서 균형을 가지지 못한 결점이 있다. 조각에 있어서도 웅건을 떠나 섬약에 치우치고 있으며, 전체의 형태도 위축된 느낌을 준다.

이 부도는 굴산사의 창건자인 범일(梵日)의 사리탑이라고 전한다. 범일은 888년(진성여왕 2)에 입적하였으므로 구전대로라면 이 시기에 조성된 것으로 보아야 하겠으나, 부도의 구조와 특히 조각수법으로 보아 그보다는 늦은 고려시대에 들어와서 조성된 건조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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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악천인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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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악천인상(비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