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59.jpg 강원도 양양군 서면 황이리 선림원지(禪林院址)에 있는 통일신라시대의 부도. 높이 1.2m.

선림원은 해인사를 창건한 순응법사가 연 절로, 1948년 절터에서 연대가 804년으로 적힌 신라시대 범종이 나오면서 창건연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일제강점기에 완전히 파손되었던 것을 1965년 11월에 각 부재를 수습하여 현재의 자리에 복원하였는데 원래 위치는 뒷산 중턱으로 50m쯤 올라간 곳이다.

부도의 형식은 지대석(地臺石) 위에 상·중·하대의 기단부를 형성하고 그 위에 탑신부(塔身部)·옥개석(屋蓋石)·상륜부(相輪部)를 차례로 놓았던 것인데 현재는 기단부만이 남아 있다.

기단부는 네모난 지대석과 하대의 8각 측면석이 같은 돌로 조성되어 2매로 결구된 위에 1석으로 된 하대복련석(下臺覆蓮石)이 놓였으며, 그 위의 중대와 상대는 같은 돌로 조성되었다. 지대석은 땅위로 드러나는 부분만을 다듬고 그 밑은 거친 자연석 그대로이며 상면은 평평하게 잘 다듬었다.

하대 측면석은 하단부에 각형(角形)의 낮은 굄이 각출(刻出)되었고 상단에는 두툼한 갑석형(甲石形)이 새겨졌다. 8각의 측면에는 각기 안상(眼象)이 1구씩 장식되었는데 측면석의 높이가 낮아서 가늘고 길게 보인다. 안상 안에는 교대로 사자가 한 쌍씩 돋을새김되었다.

사자상의 모습은 각 면이 모두 달라서 하대측면석의 장식으로서는 가장 변화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8각 측면석 위에는 연화대석이 놓였는데 연화대는 평면이 원형이며 그 상면에 중대석을 받는 8각의 굄대가 마련되어 있다.

연화는 복련(覆蓮)으로 복엽8판(複葉八瓣)이며 그 밑의 8각 측면석 각 모서리에 반전(反轉)한 판단(瓣端)의 중심이 맞도록 1판씩 배치하였는데 연판은 넓은 편이다.

굄대는 측면석과 평행된 8각으로 이루어졌으며, 낮은 각형과 높은 원호(圓弧)의 굄이 모각된 위에 반전과 갑석형으로 이루어진 높직한 또 하나의 굄이 각출되어서 마치 별개의 굄돌을 만들어 끼운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높은 굄대를 이루고 있다.

중대석은 높직한 간주형(竿柱形)으로 이루어진 원형으로서 표면에는 운룡(雲龍)이 웅건하게 조식되었다. 즉, 거의 원각(圓刻)에 가까울 정도로 부조가 강한 용두(龍頭)는 부리부리한 눈과 큼직한 입·코, 유려한 가는 머리카락, 특히 윗입술에 붙어 위로 길게 올려내민 혓바닥 등으로 생동하듯 웅장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동체에는 비늘이 전신을 싸고 있어서 이러한 사실적인 표현은 생동적인 용두와 잘 어울리고 있으며, 꿈틀거리는 간지(間地)에는 굵게 조각한 권운문(卷雲文)이 빈틈없이 장식되어서 그야말로 승천하는 운룡의 장엄한 자태라 하겠다.

중대표면에는 이러한 운룡 3체(三體)가 배치되어 있는데 그 중 한 쌍은 사이에 운문을 두고 서로 대하고 있으며, 1체는 뒤편에서 앞쪽의 용을 따라 방향을 취하고 있다. 운룡은 모두 측면상이므로 두부(頭部)의 웅건함과 사실적인 용린(龍鱗 : 용의 비늘)이 잘 표현되었고 간지마다 운문이 가득히 조각되어서 장중한 중대를 이루고 있다.

상대석은 중대와 동일석으로 중대석 상단부에 붙여서 조성하였으며 원형의 평면을 이루고 있는데, 측면은 8판의 앙련으로 장식되고 상면에는 낮은 굄과 탑신을 받기 위한 높직한 굄대가 마련되어 있다.

상면의 굄은 2종이 모각되었는데 우선 상면에 상대의 가장자리를 따라 원형으로 낮은 2단의 각형 굄이 있는데, 이것은 그 위에 높직한 탑신굄대를 받기 위한 것으로 여겨진다.

탑신굄은 상면 중앙에 8각으로 마련되었는데 하단에 작은 굄이 있고 그위 높게 반전된 위에 갑석형의 높직한 굄대가 있으며, 그 상면에 또 한 단의 낮은 각형 굄이 모각되어 그 위에 탑신을 봉안하도록 되어 있다. 이 부도는 특히 중대석에 운룡문이 처음 보이는 것으로 화사한 장식의장에서 이루어진 조각이라 할 수 있다.

이 부도의 건립연대는 이곳에 남아 있는 홍각선사탑비(弘覺禪師塔碑)와의 관계로 미루어 볼 때 신라 정강왕 원년 (886)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