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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산행 코스가이드 | 북한산 진관사계곡] 물줄기 살아나면 무릉도원으로 변모

문성식 2012. 8. 1. 11:37
[우중산행 코스가이드 | 북한산 진관사계곡] 물줄기 살아나면 무릉도원으로 변모
짧지만 수려한 풍광 뽐내는 도심의 골짜기
▲ 물가의 너른 암반이 호젓한 쉼터 역할을 해주는 진관사 계곡.

세계에 국립공원이 수없이 많으나 북한산(北漢山·836.5m)처럼 도심 속에서, 그것도 사방 어디서든 웅장하고 화려하면서도 다양한 산세를 보여주는 국립공원은 거의 없을 것이다. 도봉산과 더불어 북한산국립공원으로 지정 관리되는 북한산은 서울과 경기도 고양시·양주시 모두 3개시로 둘러싸여 생태적으로는 고립된 상태나 다름없지만, 최고봉 백운대(白雲臺)에서 문수봉(文殊峰·732m)으로 뻗은 산성주능선을 비롯해 비봉능선, 원효능선, 의상봉능선 등, 날카롭고도 기운찬 바위 꽃과 같은 풍광을 과시하면서 수도권 시민들을 위한 녹색 허파 역할을 해준다.


북한산은 파고들면 깊고 신비로운 산세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골산(骨山)에서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고 수량 풍부한 골짜기가 곳곳에 파여 있고, 그 양쪽에 든든하게 뻗은 능선과 그 위에 솟은 기암들은 한데 어우러져 신선들의 거처인양 느껴진다. 여기에 육산(肉山)으로서의 넉넉함까지 지녀 강약을 겸비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산이 북한산인 것이다.


진관사계곡은 바로 이러한 북한산의 모든 풍광을 고루 겸비한 골짜기라 말할 수 있다. 응봉능선과 향로봉(527.4m) 북서릉 사이에 깊이 파인 이 골짜기는 골 양옆으로 기암절벽이 솟구쳐 있고, 매끈한 암반을 타고 옥수가 흘러내려 설악이나 지리의 유명 골짜기를 연상케 한다.


기암절벽 위로 물안개 피어오르면서 선경 자아내
진관사계곡은 비가 내리면 더욱 아름답고 신비스런 선경을 연출한다. 매끈하게 뻗은 암반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거칠게 흘러내리면서 더욱 웅장해지고 골 양옆에 솟구친 기암절벽 위로 물안개가 피어오르면서 무릉도원에 들어선 착각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깊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진관사계곡은 은평뉴타운 단지 내 도로 변에서 500m 정도 들어서면 바로 닿을 수 있을 만큼 접근성 또한 좋다.


▲ 진관사계곡은 골이 좁아지면서 탐험의 분위기가 더해진다.

산행은 하나고등학교 맞은편 도로변에서 시작한다. ‘진관사 입구’라는 팻말이 세워져 있는 진입로를 따라 300m쯤 들어서면 진관사공원지킴터에 이어 일주문이 나오고, 이후 자연미 넘치는 소나무가 도열해 있는 찻길을 따르면 곧 극락교를 건너 진관사 앞에 선다.


진관사(津寬寺)는 신라 진덕왕 때 원효가 삼천사와 함께 신혈사(神穴寺)라는 이름으로 창건했으나, 고려 현종이 목숨을 노린 천추태후(千秋太后·964~1029)를 피해 절에서 지내다가 왕위에 오른 뒤 자신을 보호해 준 진관대사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이 일대에 대가람을 세우고 대사의 이름을 따 진관사라 이름 지었다고 전하는 고찰이다.


진관사는 이후 고려 때 왕이 직접 행차해 오백나한재를 베풀고, 조선 때에는 땅과 바다의 고혼과 아귀를 위해 법식을 공양하는 수륙재를 지낸 바 있을 만큼 큰 사찰로서의 위용을 자랑하며 중창을 거듭했으나 6·25전쟁 때 나한전을 비롯해 세 동만 남기고 모두 불타버린 뒤, 1964년 이후 당우를 재건해 비구니 도량으로 자리 잡은 고찰이다. 특히 법당 뒤편의 소나무 군락과 어우러진 풍광이 일품이다.


진관사계곡 산행은 절을 지나면서 시작된다. 산길은 골짜기 왼쪽으로 나 있으나 계곡 산행이 목적이면 목책을 무시하고 골짜기로 들어서도록 한다. 단, 폭우가 퍼부을 때에는 규정 등산로를 따르는 게 안전하다. 특히 암반에서 미끄러지면서 급류에 휩쓸릴 위험이 있다.


그래도 잔잔한 비가 내릴 때에 골 안으로 들어서면 진관사계곡은 멋진 풍광으로 반겨준다. 암반이 길게 깔린 너럭바위는 간간이 와폭도 만들어놓고 자그마한 소도 갖추고 있다. 완경사 슬랩 옆으로는 와폭이 흘러내리고, 그 위로 올라서면 옹달샘처럼 작은 소와 그 안에서 노니는 물고기, 그리고 그 소를 들여다보는 자신의 모습이 한데 어우러져 더욱 정겹다. 그 옆에 적당한 쉼터도 마련돼 있어 발목을 붙잡기도 한다.


암반이 부드럽게 깔린 골짜기는 최근 10년 새 몇 차례 퍼부은 게릴라성 집중폭우로 옛길이 거의 사라진 상태다. 암반을 따르다가 거대한 바윗덩이에 길이 끊어졌다 싶으면 물줄기 오른쪽 사면을 잘 살펴보면 가파른 벼랑 밑으로 희미한 산길이 이어진다.


▲ 고려 현종이 대가람으로 키웠다 전해지는 진관사.

가파른 폭포 위로 올라서면 일부러 감춰진 듯한 비경이 또 한 차례 펼쳐지고, 어마어마한 바위 밑으로 빠져나가면 골짜기 왼쪽 바위벼랑을 끼며 이어지던 산길과 만난다. 예서 계속 골짜기를 거슬러 올라도 되지만 이후 풍광이 한풀 꺾이므로 이쯤에서 규정 등산로를 따르는 게 좋다.


물줄기를 오른쪽에 두고 이어지는 숲길은 얼마 가지 않아 갈림목(비봉 1.2km, 향로봉 1.4km)에 닿는다. 오른쪽 길이든 왼쪽 길이든 주능선을 거쳐 향로봉이나 비봉으로 이어지는데, 진관사계곡을 고집하고 싶다면 오른쪽 길을 따르도록 한다. 우측 길은 이제 물줄기와 관계없이 이어지지만 향로봉에서 불어대는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주고, 간간이 길 오른쪽으로 숲 그늘이 드리워진 쉼터가 반겨줘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주능선에 올라서면 다양한 방향으로 길을 엮을 수 있다. 비봉을 지나 사모바위 삼거리(삼천사 2.7km·진관사 2.5km)에서 왼쪽(북서쪽) 응봉능선을 따르면 다시 진관사나 삼천사로 하산할 수 있다(각 1시간).


백운대까지 주능선을 타고 종주산행을 하려면 2시간30분~3시간, 백운대에서 우이동은 1시간, 백운대에서 북한산성유원지까지는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가장 빠른 하산로는 절터를 경유해 비봉탐방지원센터로 내려서는 길이다. 약 1시간.


대중교통 신설동역~구파발을 왕복하는 7211번 지선버스 이용. 버스노선 신설동역(1,2호선)~고대 앞(6호선)~길음역(4호선)~국민대~구기터널~불광역~ 연신내역(3, 6호선)~진관사 입구(하나고등학교). 또는 서울역~은평뉴타운을 왕복하는 701번(02-404-8241) 간선버스 이용. 버스노선 서울역~서대문역~불광역~ 연신내역~진관사 입구.


맛집 사찰 입구에 토속음식점이 있으나, 대개 연신내역이나 불광동역 부근의 먹거리타운을 이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