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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산행 코스가이드 | 포항 내연산] 옛길 따르면 탐험적 분위기 넘쳐

문성식 2012. 8. 1. 11:36
[우중산행 코스가이드 | 포항 내연산] 옛길 따르면 탐험적 분위기 넘쳐
보경사~보경사계곡~향로봉~보경사 원점회귀 산행

포항 내연산(內延山 : 정상 향로봉 930m·주봉 삼지봉 710m)은 보경사계곡의 풍광으로 명성이 높은 산이다. 문수봉~삼지봉~향로봉~매봉~삿갓봉~천령산으로 이어지는 말발굽형 산줄기 한가운데 형성된 이 계곡은 바위협곡, 폭포, 소와 담 등 골짜기가 자아낼 수 있는 것을 모두 갖춘 골짜기다.


보경사계곡은 평소 아름다운 풍광만 보여주지만 폭우로 물이 불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다. 폭포는 어마어마한 양의 물을 쏟아 붓고, 암반 골짜기는 짐승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를 내며 물줄기를 흘린다.


청하(淸河)골, 12폭포골, 내연골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보경사계곡은 골짜기 약 3분의 1 지점 상의 절경인 연산폭을 기준으로 풍광이 대별된다. 협곡을 이룬 아래 구간은 화려한 대신 시설물 때문에 자연미가 반감된 분위기라면, 시설물이 전혀 들어서지 않은 위쪽 구간은 수더분하면서도 호젓하고 자연미가 넘친다.


▲ 항아리형 오버행 바위 아래로 물이 쏟아져내리는 은폭.

하류부 옛길에는 자연미와 탐험적 분위기 남아 있어


하단부 또한 옛길을 따르면 탐험적 분위기 속에서 계곡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옛길은 보경사 위쪽 두 번째 쉼터에서 시작된다. 벤치가 조성된 두 번째 쉼터에서 널찍한 탐승로를 벗어나 왼쪽 산길로 내려서면 기암 아래 비가 나타난다. 옛날 산길을 닦던 이들을 기리는 송덕비다. 이 비를 지난 뒤 본격 계곡 산행이 시작된다.


커다란 바윗덩이를 건너뛰고 옥빛 물줄기를 또다시 건너뛴다. 그러다 널찍한 소나무 빼곡하게 들어찬 쉼터로 들어선다. 한때 포항 산꾼들의 단골 야영장이던 소나무숲을 지나 징검다리 건너서면 바위 턱에서 두 가닥 물줄기를 시원스레 떨어뜨리고 있는 쌍폭이 반겨준다. 상생폭(相生瀑)이라 불리는 폭포 왼쪽 절벽은 기화대(妓花臺), 폭포 아래 소는 기화담(妓花潭)이라 부른다.


옛길은 쌍폭 위에서 일반 등산로와 합쳐졌다가 문수암 오르막 직전 다시 왼쪽 물가로 내려선다. 이후 골짜기는 수많은 전설을 가득 담고 있는 신비의 골짜기처럼 느껴진다. 길고 깊은 소는 이무기의 전설이 담겨 있는 듯하고, 그 위쪽 삼보폭(三洑瀑)은 수정처럼 아름다운 얘기들을 옥빛 옷을 입혀 흘리는 듯하다.


영화 <남부군>의 ‘목욕 신’ 촬영장소로 알려진 잠룡폭(潛龍瀑布)을 올라서면 보경사계곡 열두 폭포 중 가장 기이한 형태인 관음폭(觀音瀑)과 감로담(甘露潭)이 벌어지고, 관음폭포 위 출렁다리를 건너 바위 모퉁이를 돌아서면 연산폭이 자태를 뽐낸다. 비하대(飛下臺)와 학소대(鶴巢臺) 사이의 이끼 두텁게 낀 바위골을 타고 물보라를 흩날리는 연산폭은 보경사계곡 12폭포를 대표하는 폭포다.


감로담 아래 콘크리트 다리를 건너 연산폭 위쪽 골짜기로 올라서면 골짜기는 숲이 우거지고 분위기는 수더분해진다. 곧 나타나는 천령산 갈림목 일원의 널찍한 풀밭은 포항 산꾼들이 야영장으로 즐겨 이용하던 희망캠프다. 이어 나뭇가지 그늘 드리운 옥빛 물줄기를 건너 ‘은폭 0.5, 향로봉 4.2, 보경사 3.7km’ 안내판을 지나면 거센 물소리가 계곡의 적막을 깨뜨린다. 은폭(隱瀑)은 높이 약 10m, 폭 7~8m의 항아리형 오버행 절벽에서 물을 쏟고 있는 폭포다.


시명리에서 향로봉 거쳐 주능선 타고 보경사로 하산


보경사계곡 마지막 폭포인 시명폭을 지나면 골짜기는 빛을 잃고 곧 시명리에 닿는다. 안골이라고도 불리던 시명리는 조선 말 권문세가의 유배지로서 1960년대 말까지도 숯을 만들어 내다 팔던 이들이 살던 곳이다. 시명리에서는 산길을 향로봉으로 잇는다. 고메이등이라 불리는 된비알 능선길을 따라 1시간쯤 오르면 운동장처럼 널찍한 향로봉 정상에 올라선다. 이후 주능선을 타고 삼지봉(710m)과 문수봉(622m)을 거쳐 다시 보경사까지 내려서는 데에는 세 시간 정도 걸린다.


단, 옛길 산행은 비가 내릴 때에는 암반이 미끄럽고 물을 건널 때 급류에 휩쓸릴 위험이 있으므로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경사계곡 산행은 골짜기의 맛을 제대로 만끽하려면 아무래도 계곡에서 하룻밤 묵는 야영산행을 계획하는 게 어울린다. 시명리 일원이 아늑한 편이나 풍광을 따지자면 시명리 아래쪽의 내연골의 물가 풀밭이나 자갈밭이 훨씬 낫다. 단, 폭우 시 단시간에 계곡 물이 불어날 위험이 있으니, 비 내릴 기미가 보이는 날은 피하도록 한다.


보경사는 문화재 관람료 어른 2,500원, 청소년 1,700원, 초교생 무료. 문의 매표소 054-262-1117.


▲ 보경사계곡 개념도

교통(지역번호 054) 포항까지는 각 지역에서 출발하는 고속버스나 열차, 항공편을 이용한다. 포항터미널 1666-2313. 포항종합터미널 건너편 시내버스정류장에서 보경사행 510번 좌석버스가 1시간~1시간30분 간격(07:00, 09:20, 10:05, 11:25, 12:55, 13:55, 15:25, 16:45, 18:05, 19:35) 운행. 보경사주차장에서 포항시내행은 07:10, 08:55, 10:35, 11:20, 12:40, 14:10, 15:30, 16:40, 18:00, 19:40, 21:00(상옥 버스종점) 출발. 약 1시간, 요금 1,500원(교통카드 1,400원). 강릉 방향에서 접근할 때는 송라면소재지에서 보경사행 버스를 탄다.


숙박(지역번호 054) 보경사 입구의 연산온천파크는 온천사우나와 숙소를 함께 갖추고 있다. 성수기(7월 13일~8월 25일)에는 주말 요금 적용. 2인실 7만 원(비수기 주중 5만 원·사우나 이용권 2장 포함), 4인실 10만 원(비수기 8만 원·사우나 이용권 4장). 사우나 이용 대인 5,000원. 문의 262-5200.


보경사 입구 상가단지에 민박을 겸하는 음식점이나 슈퍼마켓이 여럿 있다. 삼보가든(262-2224), 삼지봉식당(261-6679), 영일식당(262-1130), 천령산가든(261-4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