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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이면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을 골라 강변이나 숲길을 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미친 거 아니야?”는 소리를 듣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달리기 마니아들은 굵은 빗줄기를 가르면 달리노라면 ‘내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느 순간에는 공중을 날아오르는 듯한 황홀한 행복감(runner’s high)을 느낀다고 말한다.
산도 마찬가지. 순한 날씨에는 볼 수 있는 자연의 형상은 한정돼 있다. 반면 폭우가 퍼붓고 먹구름이 요동을 치는 날이면 산은 평소 감춰놓았던 속살을 드러낸다. 비경이라 표현할 수도 있고 몽환적 풍광이라 일컬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풍광은 산꾼 자신도 야성 그대로의 상태에서 맞아야 더욱 감동적일 것이고, 그래야 산과 동화돼 더욱 깊게 감춰진 산의 속살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우중산행의 묘미다.
그렇다고 벌거벗은 채 산 속을 파고들 수는 없는 일. 산을 자유로우면서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채비 정도는 갖춰야 할 것이다. 적어도 저체온증 때문에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거나 정신이 혼미해지는 상황을 만나서는 안 될 것이고, 빗속에 넘어지거나 추락해 다치는 일을 겪어서도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우중산행을 제대로 즐기려면 기본 채비는 갖춰야한다는 게 등산 마니아들의 충고다.
- 1. 비바람이 치고 기온이 떨어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무엇보다 저체온증에 대비해야한다. 방풍용 재킷은 반드시 입는다. 후드는 비가 많이 내릴 때 썼다가 덥다 싶으면 벗는다. 반팔셔츠에 재킷을 입고도 몸이 으슬으슬하다 싶으면 신속히 긴팔셔츠로 갈아입도록 한다. 반바지는 노출 부위가 커 체온을 떨어뜨리므로 금물. 긴바지는 물에 젖으면 불편할 수밖에 없다. 물이 잘 빠지고 신축성이 좋은 소재의 제품을 선택한다.
2. 비가 약하게 내리면 그냥 맞아보자.
평소 산행 복장으로 가능하다. 모자는 필수. 눈으로 흘러내리는 비를 어느 정도 막아주기 때문이다. 창 넓은 모자는 넓은 만큼 비를 많이 막아주겠지만 반면 시야를 가린다. 따라서 눈 위쪽에서 떨어지는 빗줄기를 막을 수 있는 운동모자 형태의 모자가 적당하다. 단, 배낭커버는 꼭 씌워야 한다.
3. 계곡 우중산행은 좀 더 가벼운 복장이 어울린다.
계곡 우중산행에는 반바지나 7부바지가 어울린다. 물론 물이 잘 빠지는 소재의 제품이 좋다. 등산화는 한때 샌들이 대세였으나 요즘은 계곡이나 우중 산행에 적합한 아쿠아슈즈가 다양한 스타일의 제품으로 나오고 있다.
- 4. 다양한 스타일의 아쿠아슈즈.
예전에는 비치용이나 계곡용 아쿠아슈즈 일색이었다. 최근 들어 여러 스타일의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평범한 샌들형, 발가락을 감싸주는 형, 계곡뿐만 아니라 평범한 산길에서도 오래 걸을 수 있는 등산화 스타일 등 용도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5. 배낭커버만으로 안심할 수 없다.
스마트폰 같은 통신장비나 카메라, 여벌옷은 비닐봉지에 잘 집어넣어도 장시간의 우중산행을 마치고 나면 젖어 있을 적이 있다. 이런 황당한 상황을 막는 데 유용한 장비가 방수주머니다. 압축색, 워터백, 방수용 내피, 에어큐션 등 다앙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