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 정보

[북한산 ㅣ진관사] 진관사~비봉~사모바위~삼천사~진관사

문성식 2012. 4. 3. 16:27
[대도시 근교명산 시리즈 1 - 북한산 특집ㅣ진관사] 진관사~비봉~사모바위~삼천사~진관사

진관사에서 출발해서 비봉~사모바위~삼천사로 하산하는 코스는 응봉능선을 끼고 양쪽이 계곡길인 코스로서 유서 깊은 진관사와 삼천사를 둘러볼 수도 있다.

진관사는 신라 진덕왕 때 원효대사가 삼천사와 함께 창건하면서 신혈사(神穴寺)로 이름붙인 것으로 전하나 고려 현종 2년(1011년)에 이를 진관사라 개칭했다고 한다. 이름이 바뀌었을 때에는 그에 따른 사연도 있기 마련이다.

고려 현종은 즉위하기 전엔 태조의 아들 욱(郁)의 직손으로서 왕위 계승자인 대량원군이었다. 바로 앞의 왕인 목종에게 왕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종의 태후였던 천추태후가 그를 없애고 김치양과의 사이에서 낳은 사생아를 옹립하고자 호시탐탐 죽일 틈을 엿보았다. 이에 진관대사가 신혈사 수미단 아래 지하굴을 마련하여 대량원군을 숨겨주어, 천추태후가 보낸 자객으로부터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3년 뒤 개경에 돌아와 목종에 이어 왕위에 오른 현종은 1011년 신혈사 자리에 대가람을 세우고 진관대사의 이름을 따서 진관사라 부르게 했다.

진관사는 왕을 구한 사찰로서 이름을 드높여 동쪽의 불암사, 남쪽의 삼막사, 북쪽의 승가사와 함께 서울 근교 4대 명찰로 꼽힌다. 일제강점기에는 백초월 스님이 일장기 위에 태극기를 덧그린 매우 가치 있는 독립운동 유물이 최근 발견됐다. 백초월 스님은 만해 한용운 선생과 또 다른 방식으로 일제에 강한 저항의식을 표출한 독립운동가로 평가받고 있다.


▲ 1 서울 근교 4대 명찰 중 하나로 꼽혔던 진관사 전경. 2진관사 계곡에서 북한산 비봉 방향으로 가기 위해 계곡 끝지점에서 조그만 능선으로 올라서고 있다. 3 진관사 계곡을 지나면 능선 사이 호젓한 소나무 숲속 길을 걸을 수 있다. 4 진관사 계곡 등산로는 밧줄이고, 쇠줄을 잡고 올라가는 구간이 몇 군데 있어 초행자들에게는 다소 힘들다.

진관사는 서울 근교 4대 명찰로 꼽혀

비구니들의 수행처이기도 한 진관사는 또한 매년 수륙제를 지내는 사찰로도 유명하다. 태조는 조선을 건국하는 과정에서 죽어간 고려 왕족의 영혼을 기리고, 불안정한 국민 정서의 동요를 막아 조선 왕실의 안정을 꾀할 목적으로 태조 6년(1397년)에 진관사에 59칸의 수륙사를 건립하고 매년 수륙제를 거행토록 했다. 수륙제는 물과 육지에서 헤매는 외로운 영혼과 아귀(餓鬼)들에게 불법을 강설하고 음식을 베풀어 그들을 구제하는 불교의식이다. 매 윤년·윤달에 크게 열린다.

절을 한 바퀴 둘러보고 절 옆에 있는 계곡을 따라 북한산 주능선으로 올라가는 등산로로 접어들었다.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는 봄소식을 재촉하는 듯했다. 추운 듯 춥지 않고, 춥지 않은 듯 추운 그런 날씨였다. 계곡 따라 올라가는 길은 등산객도 별로 없어 호젓했다. 가끔씩 나타나는 밧줄을 잡고 올라가는 등산로는 초행자를 다소 힘들게 했다.

진관사에서 출발한 지 어느덧 1시간 가까이 지나자 진관사 계곡도 이젠 끝이다. 계속 오르막길만 걸어서 그런지 숨도 찼다. 마지막 밧줄을 잡고 올라서니 조그만 능선이다. 갑자기 하늘이 가까워진 듯했고 이곳에선 햇빛이 그대로 비쳤다. 모처럼 청명한 날씨다. 구름도 별로 없다. 기분마저 상쾌해졌다. 바로 옆 오른(남서)쪽 방향으로 향로봉이 우뚝 솟아 위엄을 드러냈다. 주변에 다른 높은 봉우리가 없어 더욱 크게 보였다.

600m 가량 지나 북한산 주능선에 도착했다. 등산객들이 부쩍 눈에 띈다. 역시 북한산이다. 평일인데도 많은 사람으로 붐빈다. 이정표에는 ‘←1.2㎞ 향로봉, 대남문 1.6㎞ →’라고 적혀 있다. 일단 대남문 방향으로 가야 한다.

바로 앞에는 비봉이다. 신라 진흥왕순수비가 있는 그 비봉이다. 1400여 년 전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기 전 진흥왕이 북한산과 한강 일대를 점령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비석이다. 신라의 비석 중 가장 북쪽에 있는 역사적인 유물이다. 진흥왕순수비가 우리나라 국보 제3호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그 진흥왕순수비가 있는 비봉 일대는 사적 제228호로 지정돼 일반인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진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이전하여 보관하고 있고, 현재 있는 비석은 복제한 것이다.

비봉에 오르면 동쪽과 북쪽으로 북한산의 준령이 굽이치고, 남쪽으로는 한강의 도도한 물줄기가 서해로 향해 흐르고, 서쪽으로는 한강 하구와 드넓은 평야가 펼쳐진 모습이 한눈에 조망된다. 출입금지구역이지만 올라서 보면 삼국통일의 대망을 절로 품을 만한 그런 봉우리임을 직감할 수 있다.

비봉에서 대남문 방향 주능선으로 500m도 채 못 가서 눈길을 끄는 바위가 우뚝 서 있다. 떨어질 듯 누군가 기다리는 듯한 그런 모습의 바위가 항상 등산객을 맞고 있다. 바로 사모바위다. 사모하는 여인을 기다리는 청년이 그대로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을 간직한 바위다. 어떤 여인이기에 한 청년을 저렇게 숱한 세월 기다리게 하고 있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올라온 진관사 계곡과 내려갈 삼천사 계곡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응봉능선 봉우리에 올라섰다. 능선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쫙 갈라진 모습이 미끈하게 보인다. 저 멀리 동북쪽으로는 삼각산이란 옛 이름이 생겨나게 한 봉우리인 백운대, 만경대 등이 보인다. 그 주변으로는 염초봉, 노적봉 등 여러 봉우리가 마치 키 경쟁이라도 하듯 우뚝우뚝 솟아 있다. 다시 한번 느끼는 명산 북한산이다.

대남문 방향으로 조금 더 가다 승가봉 조금 못 미쳐 삼천사 계곡으로 하산이다. 한적한 등산로의 연속이다. 이곳은 계곡인데도 눈이 별로 없다. 아마 곳곳에 햇빛이 잘 드는가 보다.

커다란 참나무가 둘러싸고 있는 천연 쉼터가 나왔다. 누가 조성한 것도 아닌데 널찍한 바위와 공간이 쉬기에 안성맞춤이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조용한 숲속이다. 마음이 이미 봄의 문턱에 들어서서 그런지 숲속에서도 봄의 기운이 느껴지는 듯했다.



비봉에선 북한산·한강 일대 조망

삼천사 계곡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문득 다시 들렸다.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마치 봄이 흐르는 소리 같다. 물은 아직 차지만 얼었던 계곡은 벌써 녹아서 흘러내리고 있는 것이다.

삼천사가 가까워지자 누군가 계곡에 조그만 돌탑들을 무수히 쌓아 놓았다. 굉장한 정성과 손길로 한두 사람이 한 건 아닌 것 같았다. 이것도 북한산 자연을 즐겁게 하는 한 요소다.

이젠 삼천사에 도착했다. 신라 문무왕 1년(661년)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알려져 있으며, <동국여지승람>과 <북한지>에 따르면 3000여 명이 수도할 정도로 번창하였다 하여 사찰 이름도 그렇게 지었다고 전한다. 임진왜란 때는 승병들의 집결지로 쓰인 명망 높은 절이다. 대웅전 위쪽 30m 지점에 있는 3.2m 높이의 병풍바위에 2.6m 크기의 마애여래입상이 선각으로 새겨져 이곳을 찾는 많은 불자가 참배를 올리고 있다. 보물 제657호인 마애상은 양각과 음각의 수법을 겸용한 특이한 조각이다. 고려 초의 대표적인 마애불 형태를 띠고 있으며 11세기경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마애불로부터 1.5km 가량 삼천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증취봉 자락의 울창한 숲속에서 방대하게 흩어져 있는 삼천사의 옛 터를 만나게 된다. 임진왜란 때 소실된 절터에는 지금도 거대한 석축이 여러 군데 남아 있고, 그 위에는 주춧돌과 기단석·석등받침 등 석조물이 사방에 널려 웅장하던 자취를 말해준다. 그 가운데 대지국사탑비(大智國師塔碑)의 귀부가 두드러진다. 거북 모양의 비석 받침과 운룡문으로 가득 찬 탑머리는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대형 동종은 보물로 지정돼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져 보관하고 있다.

하산은 다시 진관사로 돌아가야 한다. 삼천사를 지나 500m쯤 가다가 진미집 주차장으로 방향을 왼쪽으로 틀면 계곡 옆에 청솔집이 나온다. 여기서 계곡을 건너 오솔길 같은 등산로를 가면 진관사로 바로 나온다. 불과 700m밖에 되지 않은 거리에 소나무가 군락을 이룬 호젓한 등산로다.

진관사에서 비봉으로 올라가 삼천사에서 진관사로 원점회귀하는 등산코스는 전체 길이가 10㎞가 채 안 돼 조금 긴 산행을 원하는 등산객에게는 다소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계곡을 즐기면서 능선과 유적을 동시에 볼 수 있는 한나절 코스를 원하는 등산객에게는 적격이다.


교통

진관사로 곧장 가는 교통편이 없어 다소 불편하다. 먼저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3호선 연신내역과 구파발역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연신내역에서는 3번 출구로 나와 은평경찰서 방향 버스정류장에서 약 4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진관사행 7724번 버스를 타고 진관사 입구에서 내린다. 구파발역 3번 출구에서 진관사행 7724번 버스를 타도 진관사 입구에 내릴 수 있다. 이곳에서 약 1.5㎞ 거리를 걸어가야 하는데, 지금은 한창 공사 중이라 어수선하다.

지하철 연신내역 3번 출구 하나은행 앞에서 진관사행 셔틀버스가 하루 세 차례(09:00, 09:40, 10:20)에서 최고 여덟 차례(법회일) 운행한다.



/ 글 박정원 차장 사진 이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