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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의 고장으로 일컫는 고창의 구황산(九皇山)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천혜의 조망대다. 구황산의 명당에 묘를 쓰면 9대에 걸쳐 임금이 나온다는 속설 때문에 지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구황산 서쪽 성송면 하고리 삼태마을 뒤에 있는 삼태봉도 신라 시대에 윤씨, 유씨, 하씨 성을 가진 삼정승이 태어난 명당으로 알려져 있다. 계당리 선동(仙洞)마을은 구황산의 신선이 놀았다는 곳으로 가뭄이 들면 마을사람들이 구황산에 올라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선운산에도 같은 이름의 구황봉(299m)이 있다. 영산기맥에 암봉으로 이루어진 구황산 정상에 서면 고창 일대가 한눈에 잡힌다. 정상의 암봉에는 5~6명이 들어갈 수 있는 삼각굴이 있다. 정상 서쪽에는 1894년 동학농민혁명군이 전북에서 패하자 장성과 함평으로 퇴각하던 암치재가 있다.
- ▲ 고산에서 본 동쪽의 추산과 마패봉. 구황산과 고산은 평야에 솟은 산이라 높이에 비해 경치가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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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군 성송면 계당리에 있는 운선암은 대한불교 태고종 전북 종무원으로 100년 전에 세워졌으며 한국전쟁 때 행인에게 숙식을 제공한 것이 화근이 되어 법당이 병화를 입자, 혜인스님이 1953년 법당과 사찰을 지었다. 운선암 뒷산에 있는 양춘바위에는 삼국시대 때 조각한 것으로 추정되는 여인상이 있다. 옛날 불공 드리러 온 양춘이란 여인의 젖가슴을 스님이 더듬어 욕을 보이자 여인은 자결하고 만다. 죄를 뉘우친 스님이 바위에 그 여인의 초상을 조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희미해서 잘 보이지 않는다. 이 전설은 TV프로그램 ‘전설의 고향’에 방영되기도 했다.
구황산 주변마을의 유래도 흥미롭다.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어림마을은 잉어, 북쪽의 산은 고래 형상으로 그곳에서 신선이 낚시하는 형국이라 하여 어동이라 불렸으나 그 뒤 추산으로 고쳤다.
암치마을은 장성 삼계로 가는 언덕에 바위가 많이 깔려 있어 얻은 이름이다. 문화유적은 석불좌상과 강응환 수사의 교지, 홍패 고지도 2점, 사당 우림정, 산당 설운정, 청용경당이 있다. 암치리 석계정은 구황산과 고산의 맑은 물이 돌 사이를 흐른다는 의미며, 석계정의 시원한 계곡물은 암치저수지의 수원이 된다.
계당마을 앞 개천은 용의 형상이라 하여 용계라 불렸으나, 조선조 중엽 진주 정씨의 호를 따서 계당이라 했다는 설과 냇물이 좋은 마을이라는 설이 있다. 선동마을은 경치가 좋아서 구황산의 신선들이 노닐었던 곳이다.
- ▲ 좌)산행 들머리인 고창남중학교 앞 운선암 입구. 표지석이 있다. 우)산행 날머리인 암치. 893번 지방도가 지나며 횡단하여 고산 산행을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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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줄기는 호남정맥 내장산 까치봉과 백암산 사이의 순창새재에서 서쪽으로 가지 친 영산기맥(영산강 분수령, 목포 유달산까지 이어짐)이 뿌리다. 영산기맥은 남서쪽으로 35.4km를 달리며 입암산, 방장산, 문수산을 지나 구황산에 닿는다. 물줄기는 북쪽은 조산저수지를 통해 인천강에 합류하여 줄포만의 서해로 흘러가고, 남쪽은 평림천을 통해 영산강에 합류해서 목포 앞바다로 흘러간다. 행정구역은 전북 고창군 고수면과 전남 장성군 삼계면에 경계해 있다.
이번 산행은 구황산에 등산로를 개척한 전북산악연맹 고창군연맹(회장 조기담)과 방장산악회(회장 이재휴)의 안내를 받아 전북지리탐사회(회장 김정길)가 답사했다. 고창남중학교에서 운선암 표지석 앞에 서면 동쪽으로 거대한 바위가 있는 추산봉이 보인다. 10분쯤이면 운선암과 능선으로 가는 삼거리인데 두 곳은 운선암 뒤 능선에서 만난다. 사찰 좌측에는 어느 스님의 성추행을 죽음으로 맞선 여인의 애달픈 사연을 간직한 커다란 양춘바위가 있다.
사찰 뒤 붉은색이 감도는 돌계단을 오르면 커다란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상이 있다. 좌측 울창한 송림을 오르면 추산봉(274m)에 닿는다(고창남중에서 35분). 안동 권씨 천마제풍(天馬啼風)이라는 명당자리는 간 곳 없고 수원 백씨 묘소가 있다. 거대한 전망바위에 오르면 주변의 산과 고창읍이 한눈에 잡히고 동쪽으로 문수산과 방장산 사이로 백암산이 머리를 살포시 내민다.
추산봉을 내려서니 재선충과 솔잎 혹파리병으로 소나무들이 많이 죽었다. 무명 묘소에서 남쪽으로 송림을 걸으니 동쪽 청계저수지와 오리안골로 가는 미재 삼거리를 만난다. 남쪽으로 오르는 길에 본 북쪽은 채석장이 있는 절벽이다.
- ▲ 좌)운선암 마애여래상. 우)구황산 정상의 고창산악연맹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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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봉우리를 오르면 무명 묘소가 있고, 전망이 좋아 내변산까지 보인다. 남쪽으로 두 번째 봉을 오르면 말을 닮은 마채봉(315m)이다(고창남중에서 1시간). 마채봉 서쪽에 있는 계당과 암치는 서로 흥망성쇠가 엇갈린다는 속설이 있다. 남쪽 영산기맥의 구황산을 바라보고 내려가면 거대한 소사나무 한 그루가 있는 임도를 만난다. 동쪽 임도를 따라가면 고수면 방향이다. 남쪽으로 오르면 등산안내도가 있는 임도 삼거리를 만난다. 남쪽은 고수면 조산저수지 방향이다.
남서쪽 암치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0.3km쯤 내려가다가 성송면 계당리에서 오는 등산로를 만나는 지점에서, 동쪽 밧줄이 매어져 있는 나무계단을 오르면 무명묘소가 있는 영산기맥에 있는 구황산 삼거리에 닿는다(고창남중에서 2시간10분). 이곳을 구황봉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구황산은 동쪽으로 10분 거리에 있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구황산은 전남북 도계를 이룬다. 구황산 암봉에는 5~7명이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삼각굴이 있다.
정상에서 동쪽은 문수산 방향이다. 구황산 삼거리로 되돌아와 송림을 내려서면 전남 장성군 죽림리와 전북 고창군 암치리 사람들이 통행했던 불개미재를 만난다. 서쪽으로 능선을 이어가면 흉물스런 암치채석장과 고산이 다가온다. 진주 강씨 묘소를 지나 울창한 송림과 편백나무숲을 만나면 암치다(구황산에서 1시간 거리).
암치는 장성과 고창을 잇는 893번 지방도로로 전남북의 경계다. 암치까지 산행시간은 3시간20분으로 짧은 편이므로 고산까지 산행을 이어가는 것도 좋다.
‘성송 2.5km’를 알리는 이정표에서 남서쪽으로 오르면 고산 정상에 닿는다. 암치에서 40분 정도 걸린다. 정상은 조망이 훌륭해 광주와 무등산까지 한눈에 잡힌다. 고산은 2005년 4월호에 소개했기에 생략한다. 고산에서 촛대봉과 가래재를 거쳐 성송면 상금리까지는 2.5km로 1시간이 걸린다. 고산 촛대봉에서 309봉을 거쳐 석현까지는 3.5km로 1시간30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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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길잡이
1코스 23번 국도~고창남중학교~운선암~추산봉~미재~마채봉~구황산~암치~고산~촛대봉~가래재~대산면 상금마을 <12.4km , 식사시간 포함 5시간30분 소요>
2코스 23번 국도~고창남중학교~운선암~추산봉~미재~마채봉~구황산~암치 <8.5Km, 식사시간 포함 4시간 소요>
볼거리
운선암 마애여래상 성송면 계당리에는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182호로 지정된 마애여래상이 있다. 좌상과 입상으로 구성되며 입상은 자연암벽에 고부조(高浮彫)로 새긴 반면에 좌상은 자연암벽에 선각(線刻)으로 새겼다. 고려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석불좌상은 운선암 뒤 야산 중턱 해발 250m에 있다.
교통
승용차로 갈 경우, 고창-담양고속국도 남고창나들목을 나와 23번 국도를 타고 성송 방면으로 향하다 고창남중학교 쪽으로 들어서면 된다.
대중교통은 고창~성송~대산을 오가는 대산행 군내버스가 1일 20회(40분 간격) 운행한다. 대산에서 상금마을을 오가는 군내버스는 1일 3회 왕복(08:00, 13:00, 18:30) 운행한다. 고창터미널(063-563-3388), 군내버스( 063-564-3943).
숙식 (지역번호 063)
고창읍 읍내리의 다은회관(564-6543)은 아구탕(大 4만 원)과 오리약찜(大 4만 원)이 별미다. 필봉솥뚜껑삼겹살(564-8243)은 고창읍 월곡리에 있으며, 삼겹살(1인분 8,000원)과 가브리살(1인분 9,000원)이 주메뉴다.
/ 글·사진 김정길 전북산악연맹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