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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 구기동] 북한산국립공원 구기분소~대남문~문수봉~사모바위~구기분소

문성식 2012. 4. 3. 16:32
[대도시 근교명산 시리즈 1 - 북한산 특집 | 구기동] 북한산국립공원 구기분소~대남문~문수봉~사모바위~구기분소
계곡·암릉·조망 삼박자를 갖춘 원점회귀의 모범답안
▲ 맑고 청아한 구기계곡.
구기동 원점회귀 산행은 당일산행의 모범답안이다. 완만한 계곡을 따라 산행을 시작해 경사를 높여가며 사면을 올라 주능선에 닿은 뒤 봉우리에 오른다. 이후 능선을 따라 조망을 적당히 즐기고 나면 다시 계곡을 따라 출발한 곳에서 산행을 마무리한다. 물과 흙, 바위, 조망 모두를 즐길 수 있으니 부족함 없는 산행 코스다.

종로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김석호(52)씨는 20여 년 동안 구기동으로 북한산에 올랐다. 그가 꼽는 베스트 원점회귀 코스는 구기분소를 기점으로 대남문~문수봉~승가봉~사모바위를 거쳐 구기동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구기계곡의 투명한 물빛, 대남문에서 본 기운 넘치는 보현봉, 문수봉에서 본 북한산 백운대와 승가봉에서 본 서울 전경, 사모바위의 오묘함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황금 코스다.

구기동은 버스로 접근한다. 0212번 버스를 타고 구기동 현대빌라에서 내리면 된다. 갈림길이 있는데 직진해서 오르면 비봉지킴터로 나오고 오른편으로 가면 구기분소로 나온다. 빌라촌 도로를 따라 800m 오르면 산 입구인 구기분소다. 입구에는 신축 화장실이 있다. 길은 완만하고 계곡은 비교적 수량이 많고 맑다. 일행과 편안하게 담소를 나누며 느리게 걷기 좋은 길이다. 1km 오르면 승가사 갈림길이다. 오른편 대남문 쪽으로 오른다. 계곡이 끝나면 지능선을 넘어 대남문으로 이어진다. 계단이 이어져 숨이 가쁜 정도로 땀내기 좋은 오름길이다.

▲ 승가봉 정상 암릉을 올라선다. 뒤로 나한봉과 문수봉, 보현봉이 거칠고 힘있게 솟았다.
대남문은 조망 좋은 성곽이며 쉼터다. 북으로는 백운대와 인수봉의 뒤태가, 남으로는 불끈 솟은 보현봉 알바위와 시내가 드러난다. 문수봉은 727m로 구기동 원점회귀 코스의 정상이다. 우회할 수도 있으나 조망이 좋은 암봉이며 대남문에서 정상까지는 위험한 곳은 없으므로 성곽길을 따라 간다. 문어 머리처럼 반질반질하고 둥근 문수봉에선 가야 할 비봉 능선이 한눈에 든다.

문수봉에선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청수동 암문 길과 바위 능선을 타고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다. 바윗길은 철난간이 설치돼 있으나 고도감이 있고 발디딤에 주의해야 하는 코스다. 반면 청수동 암문 길은 안전한 흙길이므로 선택할 수 있다. 초보자와 함께 바윗길로 간다면 보조자일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청수동 암문 우회로는 내리막 계단이 길게 이어진다. 반대로 올라올 땐 깔딱고개 역할을 하는 곳이다.

승가봉이 다가오면 바위가 늘어나지만 위험한 수준의 바윗길은 없다. 초보자도 스릴 있게 바위 타는 맛을 볼 수 있는 구간이다. 승가봉은 봉우리다운 느낌보다 전망바위 정도의 산세다. 남으로는 남산·인왕산·종로 일대가 드러나고, 뒤로는 지나온 문수봉과 보현봉·나한봉의 거침 없는 산세에 절로 힘이 솟는다.  

사모바위는 비봉 능선에서 가장 너른 터로 등산객들의 명조망터이자 식사 자리다. 흔히들 사모바위라 하면 그 유래로 “떠나간 연인을 사모해서 바위가 되었다”고 얘기하는데 여기서 사모란 고려시대의 신하들이 쓰던 모자, 사모관대를 닮아 생긴 이름이다. 거대한 사모바위의 특이한 모양새는 보는 이에게 늘 신기함과 산행의 재미를 느끼게 한다. 사모바위 주변에는 암반과 헬기장이 있으며 주말이면 명동 한복판처럼 산객들로 북적인다.

▲ 문수봉에서 비봉능선으로 내려서는 암릉길. 제법 고도감이 있는 구간이므로 초보자와 동행할 경우 청수동암문으로 우회해야 한다.
사모바위에서 얼마 안 가 승가사로 하산하는 갈림길이 있다. 승가사를 지나 계곡을 따르면 산행 시작 때 지났던 승가사 갈림길에 닿는다. GPS로 확인한 실주행거리는 6.3km에 4시간 정도 걸린다.

산행이 짧다고 생각된다면 향로봉을 지나 불광매표소로 내려가거나 족두리봉으로 간다. 탕춘대 능선을 타고 상명대학교로 내려설 수도 있다. 등산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코스가 북쪽을 들머리로 남쪽인 구기동을 날머리로 하는 것이다. 교통이 불편한 곳에서 산행을 시작해 교통이 편한 곳에서 산행을 마친다는 원칙이 적용된 경우이며 더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럴 경우 진관사나 삼천사, 대서문을 들머리로 하여 주능선에 닿은 후 구기동으로 내려선다. 우이동에서 출발해 구기동을 날머리로 삼는 방법도 있다.

구기동 기점은 구기분소 외에도 비봉탐방지원센터를 들머리와 날머리로 이용하는 이들이 많다. 이북5도청으로 이어진 길이 끝나는 곳에 있으며 비봉과 향로봉 사이 능선에 닿는다.

원점회귀산행의 장점은 승용차를 가져갔을 때 편하다는 것이다. 입구의 대륜주차장은 6,000원을 내면 하루 종일 차를 세워 둘 수 있다. 청수동암문으로 돌 경우 위험한 암릉구간이 거의 없는 구기동 원점회귀산행은 산을 처음 찾는 초보자들에게 산행이 가진 매력을 알려주기에 안성맞춤이다.

▲ 1 비봉능선의 암릉길. 뒤로 솟은 문수봉 능선을 타고 내려온다. 2 구기계곡에서 주능선에 닿으면 보이는 대남문. 3 비봉능선의 하이라이트인 사모바위.
교통
이북5도청이 종점인 0212번 버스를 타는 게 가장 편하다. 아니면 7022, 7211번 버스를 타고 구기터널 삼거리 한국고전번역원 앞에서 하차하면 된다. 0212번 버스는 경복궁역 3번 출구로 나와 타면 된다. 경복궁역 외에도 광화문역, 종각역을 경유한다.

맛집
구기터널 삼거리의 원조할머니두부집(379-6276)이 유명하다. 유봉준(78)·유봉희(61) 자매가 만드는 손두부로 소문난 집이다. 25년간 구기동 기점의 하산주 장소로 이용되고 있으며 두부김치가 가장 인기 있는 메뉴다. 두부김치 1만 원, 두부고기 9,000원, 부부젓국 6,000원이다. 장모님해장국(379-4294)은 해장국만 30년을 끓인 강순이 사장이 한우 뼈와 양지머리를 넣어 24시간 푹 고은 육수로 선지해장국(6,000원)을 내놓는다. 옛날민속집(379-7129)도 구기동 두부집의 양대정맥이며 모든 재료는 국산을 사용한다는 게 서연자 사장의 자랑이다. 대표 메뉴는 버섯두부전골(1만5,000원)이다.



/  글·사진 신준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