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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낙원입니다
호주를 방문했을 때 우리 교민들이 들려준 이야기 중에
"여기가 지상낙원입니다"라는 말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브리스번과 시드니는 참으로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하늘, 땅, 바다, 공기가 아주 깨끗하고 맑고 푸르렀습니다.
그런데 교민들이 "여기가 낙원입니다"라고 말한 데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교민들 말이 호주에서(뉴질랜드에서도) 가장 소중히 여기는
존재는 어린이들이랍니다.
그 다음이 장애인, 노약자, 부녀자,
그 다음이 동물, 그리고 남자 이런 순서랍니다.
남자가 맨 끝에 온 것은 남자를 천히 생각해서가 아니라
남자는 앞선 이 모든 사람들,
심지어 동물까지도 아끼고 보호해야 할 책임을
누구보다 먼저 지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말을 듣고 감동했습니다.
또 응급환자나 교통사고로 다친 이가 병원에 실려 오면
우선 치료부터 하고 돈은 그 다음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사람을 우선시하고 어린이를 비롯해 약한 사람들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마음이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이런 가치관이 한 사회를 아름답게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저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에 비춰 우리는 어떠합니까?
우리도 같은 가치관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우리나라는 사람이건 동물이건
생명을 아끼지 않는 나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 응급환자에 대한 병원 대처,
외국인 노동자 인권 유린 등 모든 것이 아직도 부족합니다.
언젠가 네팔 외국인 노동자들이 명동성당에서 여러날 농성하며
자기들을 고용한 한국 기업들로부터 겪은
비인간적 학대에 대해 항의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는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분노가 일어 청와대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런 비인간적인 외국인 대우는 정의에 어긋날뿐 아니라
우리나라 체면도 실추시키고,
세계화를 부르짖는 대통령 외침과도 어긋나는 일입니다.
세계화를 하려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부터 인간답게 대할 줄 알아야 합니다."
문제의 근본은 언제부턴가 우리가 수전노처럼
돈만 아는 사람이 된 데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부지런히 일해 돈은 벌었지만,
돈이 좀 있다하여 없는 사람들을 업신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같은 태도를 고치지 않고는 21세기 도전에 대처할 수 없습니다.
한국인의 장점을 모르는 바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밟혀도 다시 일어서는 끈기와 저력이 있습니다.
그 어떤 어려운 환경에 처해도 시련을 극복하고 당당히 일어섭니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 세계화 시대의 일원이 되고,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남을 존중하고
위할 줄 아는 인간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인간다운 인간입니다.
먼저 마음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고 삶을 바꾸어야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종교적으로 말하면 회개이고,
인간적 차원으로는 정직입니다.
- 김수환 추기기경 < 사랑의 메시지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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