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십자가
수많은 십자가 네온사인이 서울의 밤을 밝힙니다.
참으로 교회가 많습니다.
이 모든 교회들이 하나가 되어
세상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 봉사한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밝고 사랑이 넘칠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만일 서울 시내에 저 붉은 빛 십자가 수만큼
공산당 아지트가 있다면 서울은 물론
전 국토가 적화(赤化)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교회는 저 많은 십자가로도 세상의 어둠을
물리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불을 밝혀도 세상은 변화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세상의 영향을 받아
교회가 속화(俗化)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 까닭은 복음을 전한다고 하면서,
사랑을 설교하면서 스스로는 복음과 사랑을
제대로 살아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복음 정신이 부족한 탓입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처럼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봉사해야 합니다.
그들을 위해 십자가를 지고 가는 교회,
그들을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히는 교회가 돼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교회의 심장과 손발에 사랑의 상처,
십자가의 상흔(傷痕)이 나타나야 합니다.
- 김수환 추기경 < 사랑의 메시지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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