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진정 통일을 원합니까? / 김수환 추기경

문성식 2011. 10. 2. 03:23

     
    
      진정 통일을 원합니까? 중국 북경대학 교환교수로 다녀온 어느 대학 총장님을 만났습니다. 그 총장님은 대학 교정에서 북한 유학생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다고 합니다. 북한 유학생들은 여러 채널을 통해, 특히 한국에 다녀온 조선족 동포들을 통해 남한에 대해 많은 것을 듣고 있다고 합니다. 총장님 전언에 따르면, 그들이 알고 있는 남한은 경제적으로 분명히 잘 살지만 모두가 이기주의와 황금만능주의에 빠져서 돈만 아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입니다. 그들은 "우리는 통일을 원하지만 절대로 흡수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 왜냐하면 수전노 같은 남한 사람들 밑에 가서 노예처럼 푸대접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히려 이런 남한 사람들의 썩은 정신을 동포로서 응징을 해서라도 고쳐주고 싶은 마음이다." 라고 했답니다. 그들의 생각이 모두 틀렸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까? 우리는 정말 황금만능주의에 빠져 있고 약자를 사랑할 줄 모르며, 연변에서 온 동포조차 따뜻하게 대해주질 못합니다. 실제로 한 연변 아주머니는 남한에 돈 벌러 와서 얼마나 모진 설움을 겪었던지 "다시는 이곳을 조국이라 여기고 찾아오지 않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우리가 진정 평화통일을 바란다면 마음부터 고쳐먹어야 합니다. 물질주의와 이기주의를 버리고 지금 여기에서 나부터 이웃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사랑이 넘치는 사회가 돼야 조선족 동포와 외국인 근로자, 나아가 북녘 형제들을 감싸 안을 수 있습니다. 통일의 길을 가는 데 있어 이보다 더 중요한 준비사항은 없습니다. - 김수환 추기경이 지상의 벗들에게 남기고 간 사랑의 메시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