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상
1980년대 가난한 달동네 주민들은
'도시 미화'라는 미명하에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그들은 추운 겨울날,
철거 용역원들의 위협에
피눈물을 흘리며
남부여대(男負女戴)해 떠나야 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정부나 시 당국이 왜 무리하게
도시개발 정책을 밀고 나가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들고,
그들 눈에서 피눈물이 나게 하면서
도시를 아름답게 꾸민들
그것이 참된 아름다움이겠습니까?
가난한 이들을 쫓아내고
세운 도시는 아름답지 않습니다.
그런 도시는 날이 갈수록
비인간화의 괴물로 변해 갈 것이고,
마침내 양육강식의 피비린내 나는
'비극의 도시'가 될 것입니다.
저 역시 수도 서울이
아름다운 도시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그것은 먼저 인정과
인간미 넘치는 아름다움입니다.
가난한 이들을 쫓아낼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을 따뜻하게 품고,
많이 가진 사람들이 조금씩 양보하고
희생함으로써 인간미 넘치는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어야 합니다.
= 김수환 추기경의 사랑의 메시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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