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문성식 2022. 6. 18. 08:46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많은 부부들이 혼인 당시 서약한 대로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사랑하지 못하고 헤어집니다. 사랑의 감정이 식었다는 이유를 댑니다. 그러나 사랑은 감정이나 느낌이 아닙니다. 의지에 속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결심에서 출발해 그 결심을 지키는 의지로써 지속됩니다. 나치에 저항하다 순교한 독일의 유명한 신학자 본 회퍼는 "혼인에 있어서 사랑이 서약을 지켜주기보다는 서약이 사랑을 지켜준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부부에게 위기가 찾아오더라도 '사랑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면 식어가던 사랑이 자연스레 되살아난다는 뜻입니다. 부부는 자유의사로써 사랑하기로 결심하고 맺어진 사람들입니다.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성할 때나 병들 때나 죽을 때까지 사랑한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약속을 지키는 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귀한 보석일수록 다루기 까다로운 것처럼 훌륭한 배우자일수록 소중하게 여겨서 상처주지 말아야 하고, 자주 사랑의 마음으로 정성스레 손질해서 윤이 나도록 보살펴야 합니다. 있을 제 함께 늙고 죽어서 한데 간다는 것이 부부입니다. 어찌 하찮은 일로 눈을 흘기고 미워할 수 있겠습니까? 다정한 미소로 무언의 말을 걸기만 해도 서운한 감정이 봄 눈 녹듯 풀리는 게 부부 사이 아닙니까? 마더 데레사 수녀님은 생전에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가정은 모든 사랑의 출발점입니다. 가정에 사랑이 없다면 어떻게 이웃을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 김수환 추기경 말씀 모음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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