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다듬고 가꾸는 것
너무 뛰지 말라.
조급하게 서둘지 말라.
우리가 가야 할 곳은
그 어디도 아닌 우리들 자신의 자리다.
시작도 자기 자신으로부터 내디뎠듯이
우리가 마침내 도달해야 할 곳도
자기 자신의 자리다.
저마다 부자가 되려고 하는
오늘 같은 물질만능의 세태에서는
차라리 가난의 덕을 배우는 것이
슬기로운 일이 아닐까.
마음이 가난해야 福이 있다고 했으니까.
마음이 가난해야 온갖 갈등과
모순에서 깨어날 수 있으니까.
마음이 가난해야
거기 우주의 메아리가 울릴 수 있으니까.
마음이 가난해야 바로소
삶의 무게를 헤아릴 수 있으니까.
보는 각도를 달리함으로써
사람이나 사물이 지닌 새로운 면을
아름다운 비밀을 찾아낼 수 있다.
우리들이 시들하게 생각하는
그런 사이라 할지라도
선입견에서 벗어나 맑고 따뜻한
'열린 눈'으로 바라본다면
시들한 관계의 뜰에 생기가 돌 것이다.
내 눈이 열리면 그 눈으로 보는 세상도
함께 열리는 법이다.
버리고 비우는 일은 결코 소극적인 삶이 아니다.
그것은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버리고 비우지 않고서는 새것이 들어설 수 없다.
일상의 소용돌이에서 한 생각 돌이켜,
선뜻 버리고 떠나는 일은
새로운 삶의 출발로 이어진다.
미련 없이 자신을 떨치고
때가 되면 푸르게 잎을 틔우는 나무를 보라.
찌들고 퇴색해가는 삶에서 뛰쳐나오려면
그런 결단과 용기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물건이나 행동,
사상이나 종교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한다.
어디에 집착하여 얽매이면 청정한 심성은 흐려져
가치의식이 전도되고 존재의 활기도 빛을 잃는다.
오늘날 우리들은 보다 많이 보다 크게 차지하여 부자가 되려 하지,
가난을 지키면서 즐기려고는 하지 않는다.
알맞게 가난을 지킨다는 것이 오늘 같은 현실에서는
부자가 되기보다 어쩌면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선택한 '적당한 가난'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이 같은 내적인 가난만이 삶의 진실을 볼 수 있으며
거기에는 번뇌와 갈등이 비교적 적다.
지나간 과거사를 회상하면서
사는 사람을 늙었다고 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에
부풀어 있는 사람을 젊었다고 한다.
탐구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낡은것에 얽매여 집착하기 때문에
더욱더 늙을 수밖에 없고
왕성한 생명력으로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나날이 거듭나면서 미래를 지향하기에
영원한 젊음을 누린다.
육신의 나이와 상관없이
그가 얼마나 창조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가에 따라 늙고 젊음이 가려져야 한다.
= 법정 스님 글 중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