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초 지리산에서 심정지 상태에 빠진 등산객을 구조하던 소방헬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등산 중 사망까지 이르는 사고는 실족보다 '심장 질환'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2010~2014년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 124건 중 심장 질환에 의한 사망 사고는 60건으로 48%에 달했다.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박창범 교수는 "기온차가 큰 5~6월은 등산 시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심장병 많은 중년 남성 특히 주의
등산을 하다가 심장질환과 같은 이유로 급사할 확률은 나이에 비례하여 증가하며 남성의 경우 여성보다 15~20배로 훨씬 높다. 중년 여성보다는 남성이 등산을 즐기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를 보면, 2019년 허혈성심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50~60대 남성은 33만6310명으로, 전체 환자 94만여 명 중 35.6%를 차지했으며, 실제 심장 질환으로 인한 사고를 당한 등산객은 모두 남성이었다.
혈관 수축·혈압 상승으로 이상 발생
등산은 추운 환경에서 진행되는 매우 강도 높은 활동 중 하나다. 더군다나 높은 고도에서 이뤄져 산소 농도가 낮고 탈수가 쉽게 발생한다. 따라서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며 맥박이 증가하고, 혈관이 수축되고, 혈압이 상승하는 등의 신체변화가 심장의 운동량이 증가시킨다. 심장의 운동량 증가는 허혈성심장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 흉통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심장병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도 산속의 낮은 온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운동으로 인한 과다 호흡이 발생하면 심장혈관이 수축되고 혈소판 기능이 활성화되며 급성심근경색과 같은 급성 허혈성 심장질환이 생길 수 있다.
평소 꾸준한 체력 관리 필요
협심증이나 급성심근경색과 같은 허혈성심장질환을 가진 남성의 경우, 등산을 할 때 각별히 주의가 필요하다. 간간이 등산과 같은 격렬한 운동을 하는 것보다는 평소에 규칙적으로 일주일에 3~4회 이상 유산소 운동으로 몸을 단련하고 적응한 상태에서 등산을 즐기는 것이 좋다. 또한, 남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빨리 오르는 것보다는 자기 스스로 강도와 속도를 조절하면서 충분한 휴식을 하면서 천천히 등산해야 한다. 등산 중에는 물을 충분히 마시고, 충분한 칼로리를 섭취해야 한다.
<심장병 환자 건강한 등산 수칙 5가지>
1. 복용 중인 약 잘 챙기기
아스피린 등 복용중인 약을 잘 챙긴다. 니트로글리세린은 비상용으로 등산 시에 꼭 지참한다.
2. 충분한 휴식 취하기
등산 중간에 충분한 휴식을 통해 심장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유의한다. 약간 숨이 차는 정도가 넘어가면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3. 적절한 수분 섭취하기
탈수는 심장병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다. 야외활동이나 운동 중에는 10% 이상 수분 보충이 더 필요하므로, 등산 중간중간 적절히 수분을 섭취한다.
4. 응급 처치 방법 익히기
최근에는 등산로에 자동재세동기 등이 보급되는 등 심정지 상태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있다. 비상약은 물론 구급처치 방법을 습득하면 심장병 경고 증상에 즉각 대처할 수 있다.
5. 금연, 저염식 등 생활습관 바꾸기
심근경색증은 무엇보다도 생활 관리가 중요하다. 먼저 흡연은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인 만큼 금연하는 것이 좋다. 식사는 저염식과 덜 기름진 음식 위주로 바꾸는 것이 안전하며, 규칙적인 운동과 적당량의 섭취를 통해 복부 비만을 줄이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