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8.jpg 전라남도 구례군 구례읍 논곡리에 있는 고려시대의 석탑. 높이 3.5m.

화강암 석재로 건조한 이 석탑은 현재 논곡리 마을 뒤편 산중턱의 옛 절터에 석불·석사자 등의 석조물과 함께 남아 있는데, 이곳이 원래 위치로 짐작되는 점에서 현재의 형태가 원형 그대로라고 추측된다.

현재의 상태는 하부가 흙에 묻히고 지상에는 1층의 기단만이 나타나 있다. 기단의 면석(面石)은 4매의 판석으로 구성되었는데, 양쪽 우주(隅柱 : 모서리기둥)는 표시되었으나 중앙부에는 탱주(撑柱 : 받침기둥) 등 아무런 조각도 없다.

갑석(甲石)은 1매의 판석으로 덮였고, 하면에는 부연(副椽 : 탑 기단의 갑석 하부에 두른 쇠시리)이 없어 수평이며 상면은 경사를 이루면서 연화대를 마련하여 탑신을 받고 있다.

이 연화대는 12판의 복련(覆蓮)을 조각하였는데 광대한 형태로 네 귀에 1판씩, 각 변에는 2판씩 넓게 배치하였다. 연화문은 판단(瓣端)이 위로 들렸고, 중간에 양쪽에서 안으로 내밀린 화판이 있으며, 중앙 간지에 또 화형을 두고 있다.

그리고 이 연화대 위에는 1단의 낮은 각형 굄을 새겨서 탑신을 받치고 있다. 이렇듯 탑신을 받치는 굄대를 화사하게 조성한 기법은 고려시대의 석탑에서 몇 개의 예를 볼 수 있어 그 시대에 유행되었던 특이한 양식의 하나로 추측된다.

탑신부는 옥신(屋身)과 옥개석(屋蓋石)이 각기 1석씩이고 각종 옥신석에는 양쪽의 우주가 정연하며, 각 층이 체감되었다. 옥개석은 하면의 받침이 각 층 모두 4단씩으로 비교적 두꺼운 편이다.

낙수면(落水面)의 경사는 위에서는 급하나, 하단에서는 완만하여 평박한 상면을 이루어서 네 귀퉁이 전각(轉角)의 반전과 잘 어울려 전체적으로 경쾌한 인상을 주고 있다.

옥개석 위에는 낮은 각형의 1단굄을 조출(彫出)하여 그 위층의 옥신석을 받치고 있는데, 이렇듯 1단으로 약화(略化)된 점과 옥개석 상면의 급경사 등에서 고려시대의 양식임을 알 수 있다. 상륜부(相輪部)는 모두 없어지고 노반석(露盤石)만이 남아 있는데, 이것은 3층옥개석과 같은 돌로 조성되어 있다.

이 석탑은 대체적으로 각 부가 정연히 구성되었으며 기단부의 면석에 탱주가 모각되지 않았고, 갑석에 부연이 없는 점, 그리고 연화문대의 굄대가 마련된 점 등을 비롯하여 각 부의 건조수법으로 보아 건립연대는 고려시대 중엽으로 추정된다.

이 석탑의 특수한 양식은 기단갑석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하면에 부연은 없으나 상면에 연화대를 마련하여 탑신을 받치고 있는 것은 주목되는 특이한 점이며, 상부에서 노반석이 3층옥개와 같은 돌인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