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공유하는 그런 부부는 없답니다
사실 요즘은 과거보다 배우자의 조건만 따져 결혼하는 경우가 줄었다.
여성의 학력이 남성보다 높거나,
남성은 재혼인데 여성은 초혼인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다.
결혼 전에 아무리 서로 마음이 맞았다 할지라도
결혼생활 도중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등장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는 부모님으로서는 당연히 문제삼아 결혼을 반대할 것이다.
하지만, 젊은 두 사람은 오직 자신들의 사랑 하나만을 믿고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선택하게 된다.
민아무개씨 역시 그런 용감한 선택을 감행한 사람 중의 한 명이다.
사회동아리에서 만난 지금의 남편에게 어떤 신비감과 삶의 질곡 같은 것이 느껴졌고,
이러한 느낌이 든든함과 신뢰감을 주면서 결혼이라는 것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러나 고등학교 밖에 못나온 남자의 학력이
대학원까지 마친 자신의 마음을 계속 불편하게 했다.
주위의 반대가 심할수록 어떤 오기 같은 것도 발동했다.
결국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결혼한 지 6개월만에 남편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신문 한줄, 책 한줄 읽지 않고 오로지 텔레비젼만 보고 있는 남편이 견디기 힘들어요.
주위 친구들을 만나도 그는 너무 작습니다.
전 다시 공부를 준비하고 있는데, 결혼이 참 많은걸 의식하게 하네요.
남편에게 강의를 추천해도,
그건 여유가 있거나 모자란 사람들이 듣는 거라고 합니다.
실제 이런 고민이 결혼생활에 장애가 되기 시작했어요.
남편이 점점 우습게 보이고 소외시키고 싶어요.
어떻게 하는 게 현명한 방법일까요?”
하고 상담을 요청해왔다.
사실, 누구나 이런 차이를 극복한다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또, 결혼 전에 그런 부분들에 대해 각오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다만, 이 경우처럼 우리가 부부관계에서
쉽게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두 사람이 부부가 되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각자가 추구하고 있는 인생의 목표가 있다면,
그런 부분들을 충분히 존중해 줘야 한다.
단지 목표에 대한 두 사람의 가치관이 일치하는 것으로 족하다.
부부는 각자의 인생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는지,
그것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은 없는지를 살펴주어야 한다.
혹시 실패했다 할지라도 격려해 줄 수 있는 아량이 필요하다.
우리는 가끔 결과만을 공유하려는 데서
서로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다.
박정희/한국가족상담교육연구소 책임연구원·
가족학박사, 한겨레 가족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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